[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김민재는 2경기 연속 부진할 선수가 아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4일 오전 4시(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파르켄에서 열린 코펜하겐과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뮌헨은 승점 6점이 되면서 조 1위를 질주했다.
뮌헨은 이번에도 4-2-3-1 포메이션을 준비했다. 해리 케인, 킹슬리 코망, 자말 무시알라, 르로이 사네, 조슈아 킴미히, 콘라드 라이머, 알폰소 데이비스,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누사이르 마즈라위, 스벤 울라이히가 선발로 출장했다.
코펜하겐은 4-3-3 포메이션으로 준비했다. 아츄리, 클라에손, 엘리오누시, 곤살베스, 폴크, 레라허, 멜링, 딕스, 바브로, 안커센, 그라바라가 선발로 나왔다.
경기 초반부터 모두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경기가 흘러갔다. 코펜하겐이 선수들의 에너지를 앞세워 뮌헨을 괴롭혔다. 뮌헨이 흔들리는 와중에 빛난 건 김민재였다. 전반 3분 코펜하겐이 측면에서 크로스 공격을 시도하자 김민재가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차단했다.
코펜하겐은 곧바로 좋은 기회를 잡았다. 공간으로 정확하게 침투한 엘리오누시를 향해 정확한 롱패스가 배급됐다. 김민재와 우파메카노가 달려갔지만 엘리오누시의 슈팅까지는 막아서지 못했다. 뮌헨 입장에서는 다행히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 중반부터는 뮌헨이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풀어갔지만 오늘따라 뮌헨의 공격작업은 신통치 않았다. 좋지 않은 패스미스가 자주 나오면서 공격 흐름이 자꾸 끊어졌다. 뮌헨이 높게 올라오면 코펜하겐이 계속해서 높게 전진한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의 후방 공간을 노렸다.
전반 24분에도 전방으로 단번에 패스가 향했지만 김민재가 차단했다. 2분 뒤에는 김민재가 공중볼 경합에서 밀린 후 위기가 찾아올 뻔했지만 이번에는 우파메카토가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김민재는 전반 33분에도 코펜하겐이 시도하는 역습을 잘 커버해냈다.
뮌헨이 오랜만에 좋은 역습 기회를 잡았다. 전반 40분 무시알라를 거쳐서 사네한테 공이 전달됐다. 사네가 케인한테 밀어준 패스가 다소 부정확해 기회를 허비했다. 사네는 전반 45분 과감한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뮌헨은 공격 마무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종료 직전 코펜하겐이 어이없게 패스미스를 범하면서 또 역습을 허용했다. 결정적인 기회였지만 뮌헨은 이번에도 패스가 꼬이면서 득점을 터트리지 못했다. 전반전은 득점 없이 마무리됐다.
후반 들어서도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뮌헨 선수들의 발은 무거워보였고, 코펜하겐은 선수들의 에너지 레벨에서 크게 앞섰다. 김민재의 수비력은 후반에도 빛났다. 후반 7분 코펜하겐이 높게 전진했다. 순간적으로 곤살베스가 공을 받아 돌아섰지만 김민재가 먼저 읽고 차단했다. 김민재가 없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적인 상황이었다.
김민재의 활약에도 코펜하겐이 결국 선제골을 터트렸다. 후반 10분 코펜하겐이 뮌헨의 압박을 잘 풀어내 빠르게 전진했다. 클라이손의 슈팅을 김민재가 육탄 방어 해냈지만 흘러나온 공을 레라허가 절묘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뮌헨은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었지만 개인 능력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22분 중중앙에서 무시알라가 상대 수비진을 완전히 헤집어놓으면서 슈팅 공간을 만들어냈고, 직접 중거리 슈팅으로 팀을 구해냈다.
무시알라의 득점이 나온 후에야 뮌헨이 조금씩 선수들의 에너지 레벨이 살아났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토마스 뮐러, 마티아스 텔, 레온 고레츠카를 투입하고 라이머, 사네, 무시알라를 교체했다.
코펜하겐의 순간적인 전진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28분 코펜하겐의 측면 공격이 행운이 따르면서 페널티박스까지 전개됐다. 엘리오누시가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뮐러가 뮌헨의 공격을 잘 풀어주기 시작했다. 후반 35분 뮐러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크로스를 올려줬고, 고레츠가가 머리에는 맞췄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뮌헨이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37분 케인의 헤더가 뮐러에게 향했다. 뮐러가 수비진의 견제를 모두 이겨낸 뒤에 텔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텔의 슈팅이 골망을 가르면서 뮌헨이 리드를 잡았다.
역전을 허용한 코펜하겐은 막판 총공세에 나섰다. 뮌헨도 분위기를 내주면서 수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재를 필두로 뮌헨은 잘 막아내고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뮌헨이 큰 위기에 빠졌다. 코펜하겐의 크로스 공격이 선수들끼리 겹치면서 공이 뮌헨 골대로 향했다. 울라이히도 손을 쓰지 못할 것처럼 보였지만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공을 쳐냈다.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면서 뮌헨이 승점 3점을 챙겼다.
UCL 사무국에서 선정한 경기 최우수 선수는 킴미히였지만 김민재의 활약도 눈부셨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는 양 팀을 통틀어서 김민재에게 가장 높은 평점인 7.7점을 부여했다. 교체로 들어와 맹활약한 뮐러 역시 7.7점이었다.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킴미히는 7.3점이었다. 케인은 7.2점을 받았다. 다소 존재감이 낮았던 코망과 사네가 7점 미만의 저조한 평점을 받았다.
김민재는 걷어내기 5회, 블록 1회, 인터셉트 3회, 태클 1회, 결정적인 태클 1회, 지상 경합 1회 성공(2회 시도), 공중볼 경합 5회 성공(7회 시도), 패스 성공률 92%, 키패스 1회, 롱패스 8회 성공(12회 시도) 등 완벽에 가까운 실력으로 후방에서 뮌헨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민재의 맹활약이 더욱 기쁜 이유는 최근 김민재를 향해 가해진 비판 때문이다. 독일과 뮌헨의 전설 마테우스는 이번 코펜하겐전을 앞두고 독일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현재 뮌헨 수비를 지적하면서 김민재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김민재는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다. 뮌헨의 불확실성 요소다. 김민재는 뮌헨과 다른 방식으로 축구를 하는데 익숙하다. 영입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선 정말 잘했는데 김민재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김민재가 더욱 분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테우스의 비판은 지난 RB 라이프치히전에서 나온 김민재의 경기력 때문으로 보인다. 김민재는 우파메카노와 함께 선발로 출장했지만 전반전 수비력이 썩 좋지 못했다. 특히 첫 번째 실점 과정에서 김민재의 수비가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스 오펜다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김민재는 힘과 속도에서 모두 밀리고 말았고, 불운하게 오펜다의 슈팅이 김민재 발에 맞고 굴절되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 라이프치히전에서 보여준 김민재의 아쉬운 경기력은 부상 여파로 보인다.
김민재는 주중에 근육쪽 문제로 인해서 컵대회 일정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독일 ‘키커’는 “우파메카노는 치골 문제, 김민재는 근육 문제 투헬 감독은 DFB컵에서 센터백 없이 경기했다. 우파메카노와 김민재는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복귀했지만 아직 100% 몸상태는 아니다”며 걱정한 바 있다.
김민재는 코펜하겐전에서는 다시 정상 컨디션처럼 보였다. 되려 뮌헨 선수들의 경기력이 대부분 좋지 못했다. 팀으로서 움직이는 느낌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김민재의 수비력이 없었다면 이번 경기 코펜하겐을 이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뮌헨, 게티이미지, 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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