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야가 6일간의 황금연휴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국정감사'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등 주요 현안을 이유로 '맹물 국감'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사실상 총선 전 여야가 보여줄 수 있는 21대 국회 마지막 '실력경쟁'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모두가 사력을 다할 전망이다.
◇與 '동원령', 野 '청문회'…'부실 국감' 리스크↑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10일부터 27일까지 국정감사(국감)에 들어간다. 다만 추석 6일 연휴와 한글날 연휴(7일~9일) 때문에 주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보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이다(14일). 예년보다 다소 짧아진 국감으로 '부실 국감', '맹물 국감'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국감 기간 중 강서구청장 선거(오는 11일) 등 주요 정치 현안이 겹치면서 악조건이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장 기각 이후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108명) 전원에게 '강서구 동원령'을 내린 상황이다. 의원들을 동별로 배치해 막판 표심을 끌어모으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 여당 국회의원 보좌진은 <아이뉴스24> 와의 통화에서 "국감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 선거 지원으로 시간을 뺏기는 측면은 있다"며 국감 준비가 부실해질 것을 우려했다. 아이뉴스24>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 지도부의 강서구청장 선거 전력투구는 물론, 국감 직전 신원식 국방부·김행 여성가족부·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 후보자의 경우 추석 연휴 전(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를 마쳤으나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당 단독으로 오는 5일 인사청문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 후보자의 청문회도 5일 계획돼 있으나 여야 합의 불발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여의도 한 중진 의원은 "총선 전 국감인데다 여러 정치 일정이 겹치면서 예년보다는 준비가 쉽지 않은 환경이긴 하다"며 "그래도 많은 의원들이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지켜봐달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탕후루' 대표 출석 예고…내부서도 '주의' 목소리
겹치는 악조건에도 여야 일각에서는 '마지막 국감'에 집중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대표적이다.
여야 환노위원들은 연휴 전인 지난 26일 이강섭 샤니 대표,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 등을 포함한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했다(증인 29명, 참고인 24명). 환노위는 이번 국감에서 올 6월과 8월 각각 발생한 '코스트코 직원 폭염사망 사고', '샤니 빵공장 끼임사망 사고' 등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기업 등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야당 환노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유독 반복된 사업장 안전사고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국감에서 기업의 책임은 물론, 노동부 관리감독 소홀 문제도 따져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당초 샤니 사고와 관련해 허영인 SPC 회장의 출석도 요구했으나 최종 협의 과정에서는 불발됐다.
복지위 역시 연휴 전 증인(15명)·참고인(33명) 선정을 마친 상태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병원 예약 앱 '똑닥'의 고승윤 비브로스 대표, 김승윤 올라케어(비대면 진료 중개 앱) 대표,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을 불러 비대면 진료 개선방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된 아이돌 그룹 '위너' 전 멤버 남태현씨, '왕가(王家)탕후루'의 김소향 달콤나라앨리스 대표도 복지위 국감에 출석한다. 복지위원들은 이들을 상대로 각각 마약정책과 청소년 비만율과 관련해 질의할 예정이다. 복지위 관계자는 "올해 복지위 국감이 다뤄야 할 이슈가 유독 많은 편"이라며 "여야가 강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적지만 의료·건강 등 민생과 직결된 내용이 많은 만큼 여야 복지위원 모두 마지막 국감에 더 신경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감을 앞두고 여야가 기업인·민간인 등을 과도하게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연휴 전인 지난달 26일 "과도하게 (증인을 채택) 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며 증인 남발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왕가탕후루 김소향 대표 출석을 요구한 것이 자당 강기윤 의원(여당 복지위 간사)인 점을 고려할 때 여당 내부에도 주의를 준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국감 증인을 남발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의원 전체의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정책 전문성보다 증인을 통해 의원의 권위를 부각하는 전략이 더 쉽기 때문"이라며 "특히 이번이 마지막 국감인 만큼 여야의 증인 채택·출석 요구도 더 강해질 우려가 있다. 입법부의 만성적 문제를 21대 국회에서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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