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어디에나 있는 ‘노시니어존’ 노인을 위한 문화공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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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세] 어디에나 있는 ‘노시니어존’ 노인을 위한 문화공간은 없다?

여성경제신문 2023-10-02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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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명시하지 않았을 뿐, 노인의 자리가 지워진 공간이 곳곳에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네 삶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캡처
명시하지 않았을 뿐, 노인의 자리가 지워진 공간이 곳곳에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네 삶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캡처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사진 속 카페엔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 제한’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소란을 바라보며 ‘노시니어존’이 과연 저기뿐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명시하지 않았을 뿐, 노인의 자리가 지워진 공간이 곳곳에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네 삶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

영화관 나들이를 나선 노희연(55) 씨는 자녀에게 티켓 예매를 부탁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인기라고 한들, 큰 스크린이 주는 매력은 또 달랐다. 하지만 전처럼 무턱대고 방문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온라인 예매가 활성화되고 나서는 원하는 좌석을 잡는 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기작의 경우엔 일찍이 매진돼 현장 예매가 불가능하기도 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보려 했지만, 글씨가 너무 작았다. 결국 예매는 자녀의 몫이 됐다.

영화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연극이나 뮤지컬 티켓 예매 날이면, 오유진(26) 씨는 부모님 티켓까지 구매한다. 부모님은 온라인 예매 일정이나 할인권에 관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기 공연은 예매가 치열해 좌석을 빠르게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랐다. 오 씨는 이 시스템에 익숙했지만 작은 모바일 예매 창 앞에서 부모님은 속수무책으로 자리를 놓쳤다. 오 씨는 이 같은 경험담을 풀어내며 어르신들을 위한 예매 안내와 단순한 모바일 예매 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2년 발표한 디지털 정보 격차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정보화 활용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은 50대 이상 고령층이다. 지난해 수준은 72.6%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증가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수치다. 이들은 대체로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10일 이른 아침, A 멀티플렉스 영화관 앞. 적지 않은 관객들이 앱을 사용해 상영관으로 곧장 입장하고 있었다. 해당 극장 매니저는 "예매하지 않고 방문한 고령층 고객은 보통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예매를 통해 이미 매진이 됐다면 현장에서 표를 구할 방법은 없었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포착됐다. 홈페이지 안내엔 ‘모든 좌석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며, 현장에서만 판매되는 좌석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포착됐다. 홈페이지 안내엔 ‘모든 좌석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며, 현장에서만 판매되는 좌석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포착됐다. 홈페이지 안내엔 ‘모든 좌석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며, 현장에서만 판매되는 좌석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현장 예매 분은 남은 수량에 한했지만, 인기 있는 상영작은 온라인 판매선에서 매진되곤 했다.

이렇듯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층은 ‘문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키오스크 사용에서 드러나는 격차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누군가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때면, 주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의 정보 접근과 활용의 차이는 곧 기회의 박탈로 이어진다. 엔데믹 선언과 함께 문화 소비가 다시금 늘어나고 있지만 고령층만은 예외다.

이들을 위해선 현장 예매 분을 별개로 확보해 놓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시네마테크(KOFA)는 현장과 홈페이지 예매를 구분해 운영하고 있었다. 홈페이지 공지 내용에 따르면, 시네마테크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티켓을 예매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좌석을 따로 마련했다. 모두에게 익숙하고 편리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렵고 힘든 것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도가 온전히 전해졌다.

/송윤서
서울시 종로구엔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을 위한 영화관이 터를 잡고 있다. 유명 배우의 기획전과 1930~60년대 영화를 상영하는 ‘허리우드 극장’이다. /송윤서

한편 서울시 종로구엔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을 위한 영화관이 터를 잡고 있다. 유명 배우의 기획전과 1930~60년대 영화를 상영하는 ‘허리우드 극장’이다. 영화관은 전 좌석이 현장 예매로 운영되어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 김정희 팀장에 따르면 고령층은 손주와 함께 극장을 방문하곤 했다. 김 팀장은 “어르신들이 즐길 문화공간이 부족한데, 이곳에서 만족하며 편히 즐기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송윤서 고려대 대학원 미디어학과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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