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혐오 표현 가득’···도시 미관 해치는 길거리 정당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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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세] ‘혐오 표현 가득’···도시 미관 해치는 길거리 정당 현수막

여성경제신문 2023-10-01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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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친일매국 핵 오염수 윤석열 타도” 143번 버스, 방송통신대 정류장에서 마로니에 공원으로 넘어가는 거리에 동일한 문구의 현수막이 3번 연속으로 걸려있다. 현수막을 본 횡단보도 앞 시민들은 얕은 한숨을 내쉰 후 이내 고개를 돌렸다. 예닐곱 살 아이의 손을 잡고 거리를 지나가는 한 여성도 현수막 문구를 읽고는 아이와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앞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당 현수막이 각각 걸려있다. /이현주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앞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당 현수막이 각각 걸려있다. /이현주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문구를 담은 정당 현수막이 길거리 미관을 해치고 있다. 수량, 장소 제한 없이 정당 현수막을 걸 수 있게 한 ‘옥외광고물 등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작년 12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쉽게 발견되는 현수막 중 일부는 혐오 표현을 포함하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지만 수위 높은 비방을 담은 현수막까지 용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이용률이 높은 143번 시내버스를 타고 성북구 성신여대 입구부터 종로2가 정류장을 왕복하며 정당 현수막을 세어봤다. 버스 안에서 본 현수막은 13개, 종로와 광화문 일대를 돌아다니며 찾은 현수막은 4개로, 총 17개의 정당 현수막을 발견했다. 이들 중 6개는 ‘친일’, ‘매국’, ‘국민 등골을 빼먹는다’ 등의 표현이 포함돼 있다. 주로 상대 정당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지만, 타인을 일방적으로 비방이나 모욕하는 내용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수막을 통해 의견을 표출할 수는 있지만 수위 높은 비난은 시민들의 불만을 초래한다. 광화문역 인근의 회사로 출퇴근하는 백하빈(22) 씨는 “퇴근길에 지나가다 보면 현수막을 읽고 불쾌해지는 경우도 있다”며 “아름다운 광화문 광장에 온갖 고성방가와 시민들의 불만으로 가득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시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앞 횡단보도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이 각각 하나씩 위아래로 걸려있다. 여당은 ‘국민 등골을 빼먹는 이권 카르텔 타파’를, 야당은 ‘처가엔 고속도로, 국민엔 핵 오염수’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본인 소속 정당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시민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상대 정당에 대한 비방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다. 정당 현수막을 쳐다보던 박연경(55) 씨는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은 오히려 정당들에 대한 반감만 든다”고 밝혔다.

비방적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더라도 표현의 자유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현수막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당 현수막을 통해 정치적 사안에 관심을 가지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4호선 혜화역 인근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난 박혜미(49) 씨는 “혐오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현수막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조영윤(23) 씨는 “상대를 비방하는 내용보다는 시민들에게 유익한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리 위에 비방의 현수막만 있는 것은 아니다. 17개 중 나머지 11개의 정당 현수막은 ‘오염수 방류 반대’ 등의 정치적 의견을 개진하거나 “남 탓 정치하지 말고 책임정치 합시다” 등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을 담은 표현도 있었다. 또한 채무 관련 문제가 있는 경우, 정당이 운영하는 상담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받으라는 정보를 제공하는 현수막도 발견할 수 있었다. 조 씨는 “적당한 규제를 통해 도시 미관과 표현의 자유를 모두 보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고려대 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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