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김대식 기자(전주)] 고재현의 벼락골은 에드가의 미안함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대구는 30일 오후 4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2라운드에서 3-1로 승리했다. 승리를 거둔 대구는 승점 48점이 되면서 4위에 등극했다.
고재현은 승리의 주역이었다. 경기 시작 15초 만에 에드가의 패스를 받은 뒤 멋진 터닝 슈팅으로 득점을 터트렸다. K리그 리그 기준 최단시간 득점 2위에 오른 고재현이다. 고재현의 벼락골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대구는 곧바로 바셀루스의 득점이 터지면서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고재현은 전북의 공세에 시달리던 후반 13분, 문전 앞에서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해 추가골을 터트렸다. 2골을 기록한 대구는 4년 만에 전북 원정에서 승리했고, 약 1년 전 홈에서 당한 0-5 대패를 되갚아줬다.
경기 후 고재현은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좋은 흐름으로 축구를 하고 있어서 감독님께서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한 주를 준비하면서 가족 같은 좋은 분위기로 준비했다. 그런 분위기가 경기장에서 나왔다. 원정에서 힘든 시간이 많았는데 한 팀으로 끈끈하게 잘 막았다. 공격수로서 득점을 많이 하고 싶었다. 멀티골 넣어서 뿌듯하고 좋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최원권 대구 감독은 경기 후 고재현의 활약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희한하다. 칭찬하면 10경기 동안 골을 못 넣는다”며 농담을 던지며 칭찬을 주저했다. 그리고 나서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가야 할 선수였다. 나중에 아시안컵이나 월드컵을 나갔으면 좋겠다”며 선수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원권 감독의 발언을 들은 고재현은 ”절 믿어주시는 걸 안다.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 분이다. 마음은 안다. 잘하라는 뜻이다“이라며 최원권 감독과의 끈끈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오늘 경기 끝나고 여기서 만족하지 말자고 스스로 생각했다. 더 집중하고, 섬세하게 준비하자고 다짐했다“며 더욱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고재현도 자신이 전북 원정에서, 그것도 15초 만에 득점을 터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는 “저번 경기에서 에드가가 패스를 줬으면 득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 놓쳤다. 에드가가 미안하다고 도움을 주겠다고 경기 전에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바로 헤딩을 줘서 골이 나왔다. 에드가한테도 감사하다. 얼떨떨했다. 보니까 골이 들어가있었고, 세리머니 뭐하지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재현은 항상 머릿속으로 경기를 시뮬레이션 해보는 선수다. 고재현이 항상 뛰어난 위치선정으로 득점을 가져가는 이유기도 했다. 그는 “항상 경기 전에 어떻게 경기를 할까,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고민한다. 원정석에서 넣었을 때는 시그니처 세리머니를 카메라 보고 하자고 생각했다. 팬들 앞에서 골을 넣으면서 팬들한테 함께 가자고 생각해서 계단을 보고 달려갔다”며 각각의 세리머니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원권 감독의 말처럼 고재현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였다. 하지만 아쉽게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을 멀리서 지켜보는 고재현의 심경은 어떠할까.
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친구들도 있다. 후배인 (황)재원이도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축구 팬으로서 응원할 수밖에 없다. 재원이가 경기를 뛰면서 더 잘했으면 좋겠다면 한다. 친구들이 많아서 팬으로서 응원한다. 그 위치에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제가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더 간절하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지 황선홍 감독님이 호의를 가지시지 않을까 한다. 여기서 무너지면 그건 당연한 결과가 된다. 간절하게 경기장에서 증명하고자 다짐했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구는 이번 경기 승리로 파이널 라운드 그룹A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구도, 고재현도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고재현은 “최대한 위로 올라가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나가는 게 목표다. 그 목표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ACL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다. 비행기를 타고 가서 꿈을 펼치고 싶다. 감독님부터 선수단 모두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추석인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감사해서 소통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좋은 추억이 되셨으면 좋겠다”며 목표를 다시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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