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코리더'로 도시 열섬을 극복한 콜롬비아 메데인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그린 코리더'로 도시 열섬을 극복한 콜롬비아 메데인

BBC News 코리아 2023-09-30 11:33:58 신고

3줄요약
그린 코리더를 걷는 두 사람
Getty Images

메데인의 '그린 코리더'(green corridor·녹색 복도)가 냉방 효과와 환경적 이점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과는 무엇이고, 다른 도시들은 배울 만한 점은 무엇일까?

모이세스 카스트로는 콜롬비아 메데인 오리엔탈 애비뉴 거리 가판대에서 30년 넘게 과일을 팔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십 년 전 지방 정부가 교통 프로젝트를 위해 도로의 나무를 베어내던 순간이 남아 있다.

오늘날에도 오리엔탈 애비뉴는 메데인에서 교통량과 지역 상권으로 풍부한 곳이다. 그러나 과거 지역의 나무들을 베어낸 결정을 뒤집어, 이제는 커다란 과일나무와 관목, 꽃으로 뒤덮여 있다. 지역의 공기와 기온이 모두 개선됐다고 카스트로가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곳의 기온은 일 년 내내 쾌적하고, 녹지가 없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자전거 도로가 거리를 따라 이어져 있고, 보행자들은 그늘에 있는 벤치에서 휴식을 취한다.

원래 '영원한 봄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온화했던 메데인의 기후는 일 년 내내 관광객을 이곳으로 모이게 했던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메데인의 기후는 도시 열섬 효과(건물과 도로가 열을 흡수해 잡아둬 기온을 올리는 현상)에 시달리게 됐다.

하지만 BBC 퓨처 플래닛이 확인한 지방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새로 도입된 '그린 코리더'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며 도시 전체 온도를 2℃가량 낮추는 놀라운 결과를 빚어냈다고 한다.

메데인은 보고타에 이어 콜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대기 오염과 더불어 도시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을 우려해, 2016년부터 '그린 코리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30개 이상의 녹색 통로를 만드는 이 프로젝트는 새로 녹화한 도로 가장자리와 수직 정원, 하천, 공원, 인근 언덕을 연결했다. 초기부터 도로와 공원에 약 12만 개의 개별 식물과 1만2500그루의 나무를 심고, 2021년까지 도시 전역에 250만 개의 새로운 작은 식물과 88만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무와 그늘로 둘러싸인 도로 및 거리를 통해 도시 녹지 공간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지방 정부는 이 프로젝트의 초기 투자 비용이 총 1630만 달러였고, 2022년 연간 유지 관리에 62만 5000달러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가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은 도시의 열을 식혀주는 놀라운 성과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시의 열을 줄여줬을 뿐만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대기질을 개선했고, 도시에 야생 동물을 다시 불러들였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폭염, 특히 열섬 효과로 도시 기온이 더욱 상승한다는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데인의 그린 코리더는 다른 도시들이 점점 주목하는 저비용의 대중적인 해법이다. 과연 이 방법은 훗날 기후 변화 저항력을 가진 도시 모델이 될 수 있을까?

나무가 많이 심어진 도로
Getty Images
녹색 식물로 도시를 덮는 것은 메데인 오리엔탈 애비뉴 같은 주요 도로의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메데인의 그린 코리더 프로젝트 추진 배경에는 도시 기온 상승과 개인 소유 교통수단 폭증으로 인한 대기질 악화 우려가 있었다. 메데인이 있는 '아부라 밸리'는 지형적으로 오염 물질이 산에 갇힐 수 있는 터라 대기 오염에 대처하기 힘들었다.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대학의 환경 공학 연구원인 마우리시오 코레아는 이곳의 기후와 기상 조건도 오염 물질의 수직 분산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대기질을 측정하는 스위스 기업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메데인의 연간 초미세먼지(PM2.5, 입자의 크기가 2.5μm 미만인 먼지) 수치는 WHO가 권하는 안전을 위한 최대 허용치인 5µg/m3보다 3배 이상 높다. 남미에서 초미세먼지가 가장 많은 것은 아니지만, 보고타나 브라질 상파울루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래도 미세먼지 문제로 악명을 떨치는 다른 도시들보다는 낫다. 뉴델리만 해도 2022년 기준 WHO 연간 안전 기준치보다 18배 정도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하지만 건기에는 오염 물질을 소멸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강우가 줄어들어 도시가 최악의 대기 상태에 달하며, 초미세먼지 농도가 55µg/m3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관계 당국에서 경보를 발령할 정도다. 대기 중 초미세먼지 노출과 호흡기 질환 사이의 연관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곳에선 초미세먼지 농도가 38µg/m3보다 높아지면, 조기 경보 시스템에서 경보를 발령한다. 경보가 발령되면, 자동차 사용이 제한된다. 주민들, 특히 취약한 사람들은 집에 머물라는 권고를 받는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대기 오염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당시 메데인의 지역 인프라 부서를 관리하던 파울라 팔라시오의 말이다. "환경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죠."

그녀는 오염과 관련해 보다 체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대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염 경보로 인한) 제한 조치가 시민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안티오키아 대학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2016년 아부라 밸리 내 대기 오염으로 인해 1971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이 연구는 차량 배기가스 배출을 규제하지 않으면 2030년까지 공해로 인한 사망자가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레아는 그린 코리더에 사용된 나무가 상당한 양의 오염 물질을 흡수하며, 위험한 입자형 물질에 대해 '녹색 장벽'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메데인 프로젝트에 사용된 망고나무(학명 Mangifera indica) 같은 일부 식물 종이 오염 물질 흡수에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코레아가 공동 저술한 2021년 연구에선 망기페라 인디카가 '생화학 및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인해 메데인에서 발견되는 6종의 식물 중 초미세먼지 흡수 및 오염된 지역 생존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아는 '이 식물은 오염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강하다'며 '다른 식물은 오염 지역에서 생존할 수 있는 이만큼의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린 코리더 프로젝트가 대기 오염을 얼마나 줄였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나 검토는 아직 없다. 하지만 코레아는 자신의 팀이 이러한 영향에 대해 초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4년 초쯤이면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선 30개의 그린 코리더와 함께 약 124개의 공원도 함께 연결됐고 새로운 식물들이 심겼다. 도시 전역의 녹지 증가는 기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안티오키아 공대의 연구는 이 공원 중 두 곳인 누티바라와 볼라도르 힐에서만 연간 40톤의 CO2가 대기에서 제거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레온 다리오는 플라야 애비뉴에서 오리엔탈 애비뉴로 가는 길에서 감자튀김을 팔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20년 정도 장사를 한 그는 그린 코리더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높다고 말했다. 다리오는 나무 심기 외에도 전기 자동차를 도입한 것이 대기질 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방 정부는 이 지역의 디젤 버스를 전기 버스로 교체했다.

현재 메데인시 정부에서 자원 재생 부처를 이끄는 리나 렌돈은 그린 코리더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데는 지역 주민들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렌돈에 따르면, 이를 가능케 한 수단 중 하나는 지역 주민들이 자금을 지원받고 싶은 이니셔티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지자체 참여 예산제'였다. 지난 몇 년 동안 주민들은 이런 식으로 도시를 위한 친환경 이니셔티브를 많이 선택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에 취임한 현 지방 정부는 지금까지 9332그루의 나무를 추가로 심었고, 현재 메데인의 총 녹지 면적은 약 400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렌돈은 지역 사회가 녹지 관리 자원봉사를 통해 직접 이 계획의 유지 관리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린 코리더 프로젝트는 또한 콜롬비아의 폭력으로 인해 메데인에 온 난민들을 녹지관리사로 고용해 영구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팔라시오는 "녹지관리사들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었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그들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메데인의 환경 부처장을 지낸 세르지오 오로스코는 이 프로젝트 결과가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3℃ 이상 내려갔는데, 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폭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수년 동안 이곳에서 볼 수 없었던 동물들이 돌아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팔라시오에 따르면, 지방 정부가 프로젝트 전후로 도심 일부 지역의 기온을 측정한 결과 어떤 지역에선 코리더가 만들어진 후 평균 기온이 최대 2℃까지 내려간 것으로 집계됐다.

관계자는 또 지역 야생동물을 모니터링한 결과 코리더에서 새와 도마뱀, 개구리, 박쥐가 발견되었다고 했다. 이 중 일부는 수년 동안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라고 한다. 몇몇 지역 주민들은 이것이 쥐와 다른 해충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린 코리더
Getty Images
그린 코리더를 관리하는 녹지관리인 중 상당수는 콜롬비아의 무장 갈등으로 난민이 된 사람들이다

2019년 메데인은 혁신적인 기후 솔루션을 꼽는 '애쉬든 어워드'에서 '자연을 통한 냉각' 부문 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이 도시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식물을 심어 모두를 위한 더 나은 환경을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 알려졌다. 보고타와 바랑키야 등 콜롬비아의 다른 도시들도 유사한 계획을 채택했으며, 특히 보고타는 주요 도로 중 하나에 그린 코리더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미 최대 도시인 브라질의 상파울루도 현지 버전의 그린 코리더를 확장했다.

메데인을 친환경 도시로 바꾸기 위한 가장 야심찬 조치 중 하나는 중앙 공항을 폐쇄하고 인근의 다른 공항으로 항공편을 전환해 공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 정부의 이 계획은 현재 지방 의회의 반대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메데인을 더욱 친환경적이고 기후 변화에 대한 회복력이 뛰어난 도시로 만드는 법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간의 노력을 통해 다음 단계를 계획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메데인 시민들은 더 많은 그늘과 온화한 날씨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