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킹존은 확대되는데…척박한 공연 환경, 주먹구구식 관리 여전 [다시, 버스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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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존은 확대되는데…척박한 공연 환경, 주먹구구식 관리 여전 [다시, 버스킹②]

데일리안 2023-09-29 11:4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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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 신청에 많은 시간 허비...공연 준비 시간 촉박

음향 간섭 문제 여전, 규제 어겨도 소극적 대처

코로나19 당시 방역수칙이 강화되기 전까지 길거리 공연(버스킹)은 집단 우울증,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는 백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내 공연이 불가능했던 터라 그 공백을 소규모로, 야외에서 진행되는 버스킹이 채우고 답답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은 셈이다.

홍대 레드로드에서 열린 잔다리 축제 ⓒ마포구

공간의 활성화부터 도시경쟁력 제고 등은 물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까지 이끌었던 버스킹을 활용하려는 지자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마포구는 경의선숲길을 시작으로 홍대걷고싶은거리를 지나 당인리발전소에 이르는 약 2km 길이의 거리를 ‘레드로드’로 지정했다. 이 거리에는 버스킹 거리를 포함해 패션거리, 행사거리, 광장 등 총 7개의 구역으로 분류해 구간별 특색을 살렸다.

부산시도 버스킹 공연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해운대나 광안리 해수욕장 등 기존 버스킹 명소로 활용되던 공간 외에도 지역 곳곳에 공연장을 설치하는 ‘갈맷길 버스킹’ 사업을 추진해 버스킹을 부산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대다수의 지역이 릴레이 버스킹, 버스킹 데이, 버스킹 대회 등의 이름으로 각종 사업을 진행하면서 버스킹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버스킹 활성화에 힘을 쏟으면서 버스커들의 공연 환경에 대한 변화나 주먹구구식 관리에 대한 보완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인디 레이블 대표는 “지자체에서 버스킹존을 확대하는데 예산을 쏟아붓는데 정작 버스킹 환경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 “버스킹 신청과 선별 과정에서의 문제부터 버스킹 구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음향간섭 문제 등에 대한 대안은 없다”고 꼬집었다.

대부분 사전 등록을 거쳐 승인을 받은 버스커에 한해 공연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마포구의 경우 주말 버스킹을 하려면 아티스트명과 소개, 인원수 등의 정보를 작성해 버스커 사전 등록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후 승인을 받은 아티스트는 희망하는 날짜와 시간을 1지망과 2지망 등으로 기입해 또 한 번의 신청 과정을 거친다. 이들 중 날짜를 통보받은 아티스트만 주말 버스킹을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홍대걷고싶은거리에서의 버스킹을 앞두고 있는 아티스트 A씨는 “버스커 등록을 하고 승인된 공연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승인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오래 걸려서 실제로 확정이 난 이후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보름이 채 되지 않는다”면서 “버스킹이 거리에서 진행되지만 그 역시 하나의 무대다. 아티스트에게도 충분히 현장의 컨디션에 맞춰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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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 구간 사이의 음향 간섭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익명을 요구한 인디 밴드 보컬 B씨는 “버스커와 버스커 사이 구간이 가깝고, 시간이 겹치면서 경쟁적으로 소리를 조금씩 키우는 경우가 있다”면서 “음악을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할뿐더러 이런 경쟁은 결과적으로 시민이나 상권의 민원으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버스킹 승인 확인서 등에는 이와 관련해 ‘주변 시민‧상인 등에게 음향소음 과다 발생 및 야간 조명 등으로 불편 및 피해가 없어야 하며, 음향기기 설치 시 최대 출력기준의 소음 영향을 검토하여 과도한 사용을 금한다. 과도한 소음발생시 임의로 공연(행사)를 중지시킬 수 있다’고만 명시되어 있다. 정확치 않은 규제 때문에 버스커들이 많이 몰리는 광안리해수욕장의 경우 ‘몇 걸음 뗄 때마다 노래가 바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B씨는 “해외에서는 버스커 구역끼리의 거리가 있거나, 시간대를 달리 한다고 들었다. 국내에도 이런 규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호주의 경우 버스킹 등록제를 시행해 버스커들은 정부에서 발급하는 버스커 등록증을 소지해야 거리 공연이 가능하고, 한 블록에 한 버스커만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해 서로 영역을 침범할 일이 없다. 버스킹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우에도 런던 내의 캠든(Camden)에서 공연하기 위해서는 해당 구청에서 진행하는 오디션에서 통과해야만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다. 버스킹 관련 가이드라인도 명확히 제시되어 있어 공연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의 승인제도 등 규제가 생긴 건 5년여 전이다. 하지만 한 지자체에서 제시한 소음 규제 범위인 60데시벨이 일상 대화 수준으로 공연이라는 특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B씨는 “사실상 규제가 있다고 하지만 민원이 들어오면 주먹구구식으로 단속을 하고, 시스템적인 문제로 빚어져도 책임은 모두 버스커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버스커 사이에서 일어난 음향 간섭 문제는 결국 시민들의 불편으로까지 이어지는 만큼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회장은 “자유라는 카테고리 안에 그동안 많은 아티스트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들이 반복되었기에 제도적인 테두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새벽 시간까지 공연을 하고 옆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소리를 더 들리게 할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볼륨을 높이는, 그리고 단순히 MR만 틀고서 노래를 하는 형태는 버스킹이라고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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