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사와야마: ‘열일곱 살에 그루밍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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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사와야마: ‘열일곱 살에 그루밍을 당했다’

BBC News 코리아 2023-09-28 10:26: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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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리나 사와야마가 두 번째 앨범에 얽힌 충격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BBC에 독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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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리나 사와야마가 두 번째 앨범에 얽힌 충격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BBC에 독점 공개했다.

리나 사와야마는 차분한 목소리로 "다른 어떤 인터뷰에서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몇 차례의 성·관계 치료를 받은 뒤 두 번째 앨범 '홀드 더 걸'(Hold the Girl)을 만들었다. 이제는 그 이면에 담긴 고통스러운 영감을 공유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선을 마주쳐 왔다.

사와야마는 몇 시간 뒤 뉴욕 '피어 17' 공연장의 루프탑 무대에 올라 티켓을 매진시킨 관객 앞에서 노래할 예정이었다.

팝스타 공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10대 소녀 외에도 다양한 관객이 모였다. 몇몇 동성 커플은 신나는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며 키스를 나눴고, 한 무리의 트랜스젠더 여성들은 성소수자(LGBT)를 포용하는 노래 '디스 헬'을 따라 불렀다.

사와야마와 함께하는 투어 크루와 스태프도 다양성이 풍부하다.

그는 "음악 업계도 중요한 자리에는 여전히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 많다"며 "나는 업계에 더 많아지길 바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고 말했다.

사와야마는 두 번째 앨범의 홍보차 몇 달 동안 해외 투어를 진행했다.

사와야마와 함께하는 직원들은 구성이 매우 다채롭다. 그는 업계에 더 많아지길 바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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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야마와 함께하는 직원들은 구성이 매우 다채롭다. 그는 업계에 더 많아지길 바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사와야마에게 뜻깊은 한 해였다. '글래스톤베리 2023'에서 엘튼 존과 듀엣을 맡아 '피라미드' 메인 무대에 올랐다. 영국 보그의 'LGBT 선구자 특집'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또한,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첫 할리우드 장편 영화 '존 윅 4'에 출연했다. 이 모든 작업으로 유명세가 꾸준히 상승했다.

사와야마는 일본 국적을 가졌지만 평생을 영국에서 살아왔다. 2021년 '머큐리 뮤직 프라이즈'와 '브릿 어워드'의 자격 규정 변경을 성공적으로 주도하기도 했다. 이제는 영국인 이외의 영국 거주자도 큰 상을 받을 수 있다.

이후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으며, 코로나19 봉쇄조치들이 해제된 다음에도 꾸준히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의 피어 17 무대는 투어 휴식기를 갖기 전 마지막 공연이다.

공연 몇 시간 전, 사와야마는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소음이 이따금 새어 들어오는 세련된 호텔에서 NME 음악 잡지가 "완전한 승리"라고 묘사한 앨범에 대해 그 영감의 근원을 처음으로 공개하려던 차였다.

사와야마는 이번 앨범이 어떤 나이 든 남성과의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BBC에 "학교 선생님에게 그루밍을 당했다" 고 밝혔다.

영국 아동학대예방기구(NSPCC)에 따르면, 그루밍의 정의는 성인이 성적 착취·학대 목적으로 미성년자와 신뢰를 쌓는 것이다.

영국의 의제강간 연령 기준은 16세다. 사와야마는 당시 17세였다. 하지만 사와야마는 그 나이대 소녀들은 준비되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33세가 된 지금, 사와야마는 어린 자신을 변호하는 마음으로 그 시기를 되돌아본다고 말했다.

"저에게 열일곱은 어린아이입니다. 학교에 다니고 있잖아요. 학교 선생님이 학생에게 접근한다면 권력 남용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선생님의 나이가 될 때까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사와야마는 당시 그 관계로 인해 또래로부터 "창녀 취급을 받았다"고 느꼈고, 그 여파로 인해 오랜 기간 자기혐오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아에 대한 감각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몸과 정신이 분리된 것 같았다. 너무 두려웠다"고 했다.

사와야마는 성·관계 치료를 통해 당시 일어난 일을 성인의 시각에서 돌이켜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17살의 저를 찾아가서 꼭 안아주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사와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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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사와야마

이 치료가 '홀드 더 걸' 의 영감이 됐고, 사와야마의 음악을 더욱 발전시켰다.

앨범의 7번째 트랙 '유어 에이지'(Your Age)는 당시 그루밍을 저지른 선생님과 같은 나이가 돼서야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었는지 깨닫는 내용이다.

발매 당시 평론가들은 인더스트리얼, 뉴메탈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곡을 "분노"라고 표현했다. 월간 잡지 '페이스트'는 "오래 잠잠하던 휴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가사 중간의 "왜 그랬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와 같은 문장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면에 존재하는 본능적 고통을 대변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사와야마가 이민자 가족 출신으로서 가족과의 유대감 부족을 경험하며 곡에 대한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고 잘못 추측하기도 했다.

1990년 일본에서 태어난 사와야마는 5살 때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주했다. 원래는 일본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영주 비자 자격이 생겼다. 사와야마의 어머니는 창의적이고 표현력 풍부한 딸이 런던 같은 도시와 더 잘 맞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사와야마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정치학·심리학 학위를 취득했고 몇 년 뒤 20대 중반의 나이로 비교적 늦게 음악 업계에 뛰어들었다. 음반사와 계약했을 때는 27살이었는데, 당시 자신의 나이가 불만이었다고 한다.

사와야마는 "내가 어렸을 때,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사람들이 적게는 13살, 많게는 17살의 나이로 음반사와 계약을 맺었다"며, 존경하는 여성 팝스타들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자이브 레코드'와 계약 당시 15살이었다.

그는 "첫 앨범이 나왔을 때 29살이었기 때문에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와야마는 젊은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은 다양한 팬층을 갖고 있다. 사와야마는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며, 2018년에는 '범성애자'임을 공개했다. 사와야마의 영상 조회수는 수백만 건에 달한다. 사회적 이슈를 노래한 것에 대해 칭찬하는 댓글도 많이 달린다.

사와야마의 첫 싱글 'STFU!'의 뮤직비디오는 많은 동아시아 여성들이 서양권에서 경험하는 미묘한 차별에 대한 항의를 담았다. 영상 속 사와야마는 백인 남성과 데이트를 하는데, 이 남성은 인종 차별 관점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연달아 하고, 젓가락을 이용해 찢어진 눈을 표현하기도 한다. 사와야마는 이 노래도 개인적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날 사람이 아닌 일본 지도로 보는 것 같았다"며 "많은 이민자, 특히 이민 1세대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FU!'는 '롤링스톤' 잡지에서 2020년 최고의 노래 중 하나로 선정됐다. 사와야마는 여전히 메인스트림 팝 시장의 신선한 유망주로 여겨지지만, 시장의 문제를 지적할 때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음악 산업 밖에서는 음악 업계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음반을 녹음하는 아티스트가 다음 앨범을 내기 전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없습니다."

"현재는 계약 조건이 아티스트가 아닌 음악 레이블과 음반사에 크게 유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사와야마가 아직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업계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때, 주저하는 마음은 없을까?

그는 "항상 진실되고 싶었다"며 내게는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신념에 입각해, 이제는 팬들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최근 음악에 많은 영감을 준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앨범 작업은 정말 힘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 영향력이 놀라웠다.

뉴욕에서 열린 사와야마의 루프탑 콘서트를 보면. '홀드 더 걸'이라는 곡이 독보적으로 관객을 휘어잡았다. 가장 열성적인 팬들이 서 있는 맨 앞줄에서는 사와야마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아직 노래에 숨겨진 의미를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이 노래가 팬들을 감동시킨 것은 분명하다.

사와야마는 "객석을 보고 여성들이 이 노래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아마 여러분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와야마는 최근 앨범 작업이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힘들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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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야마는 최근 앨범 작업이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힘들었다고 말한다

"세 번째 앨범에 어떤 곡이 수록될지, 앞으로의 작업에 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자전적인 곡을 쓸 필요가 없어지면 좋겠어요!"

그는 쓴웃음을 짓고 시선을 돌리며 "트라우마 표출은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이나 섹스에 관한 노래만 쓸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그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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