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윤모(49)씨도 2017년 2월 은행직원을 사칭한 범인에게 속아 2000만원을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결된 은행계좌로 이체했다. 윤씨는 뒤늦게 사기임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피해액 1700만원이 거래소로 이체된 지 몰라 되찾지 못했다. 경찰의 수사 끝에 돈을 돌려받은 윤씨는 “이제라도 가족 얼굴을 당당히 볼 수 있어 행복하다”며 “생일에 돈을 모두 돌려받아서 큰 생일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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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503명에게 피해금 122억여원 환급을 진행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그간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넘어갔을 경우 되찾기가 힘들었다. 이에 경찰은 국내 5대 거래소와 협력해 대응책을 논의해왔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거래가 정지된 가상자산 계정에 피해금 122억여원이 동결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4개월간 2543개에 달하는 계좌를 추적해 피싱 범죄 피해자 503명을 특정했다. 이후 거래소와 협업해 지난 9월 초부터 피해자들에게 피해금 환급을 진행해왔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 103명에게 피해금 40억원이 돌아갔다. 피해자 1인당 평균 3800만원 피해를 입었고, 평균 2400만원을 회수받았다.
최근 금융기관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면서, 범죄 조직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범죄수익을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다.
금융회사는 피싱 피해 신고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계좌 등 정보가 은행 간 공유돼 피해금 환급이 가능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 회복이 어려운 실정이다.
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피해구제 신청과 지급정치 요청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범죄계좌에 대한 정보제공과 피해환급금 지급도 금융회사만 가능하다. 돈이 은행계좌를 거쳐 가상자산 계좌로 넘어갔을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피해자 정보를 받지 못하고, 피해자도 거래소로 돈이 입금된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는 피싱 범죄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를 동결해도 피해액을 환급하지 못했다. 경찰은 2017년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5곳이 피싱 범죄로 인해 동결한 계정이 339개, 미환급 피해금이 122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금 환급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 21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환급에 관한 MOU를 체결해 피해자가 직접 거래소를 방문해야 했던 기존의 피해금 환급절차를 간소화했다. 이에 따라 경찰과 거래소의 전화를 받은 피해자는 비대면으로 피해금 환급을 신청해 은행계좌나 전자지갑으로 미환급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가 끊기는 한계는 법과 제도가 받쳐줘야 해결할 수 있는데, 법 개정 전까지는 경찰이 MOU를 통해 피해금을 환급하는 데 나설 것”이라며 “금융정보는 아주 예민한 개인정보라 이를 공유할 근거를 두려면 법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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