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을 통해 영화를 향한 열기를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창작 고통과 열정 다시 되찾아
●김지운 감독
한정적인 영화 세트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소동극을 그린 이번 영화는 올 추석 개봉하는 기대작 중 가운데 가장 적은 제작비(96억 원)가 들었다. 수년간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김 감독은 이 같은 선택에 대해 “내 초기 영화들을 떠올리며 촬영했다”고 돌이켰다.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작품인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지만 그때마다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을 이야기하죠. 당시 ‘조용한 가족’도 같은 우려를 샀어요. 원톱 주인공이 익숙했던 당시 여러 명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열린 결말에 장르도 모호해서 ‘흥행 리스크’가 많다는 이유에서였죠.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고 잘 됐어요. 그게 제가 거쳐 온 길이죠.”
초창기 영화를 떠올리며 촬영한 작품이니만큼 처음 영화와 사랑에 빠졌을 때의 순수했던 열정까지 고스란히 살아났다.
“내가 사랑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 순간 사랑의 온도가 점점 식기도 하잖아요. 저 역시 팬데믹을 겪고 영화 산업의 위기를 보며 이제 ‘영화는 안 되는가’ 의문을 품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차게 식은 온도를 다시 찾게 됐어요. 지금 이 영화를 만난 건 어쩌면 저에겐 너무나 큰 행운이죠.”
창작의 열정과 고통을 오가며 기분이 시시때때로 롤러코스터 치는 극중 김열 감독의 모습에 “진짜 나의 모습”도 일부 녹여냈다는 그는 “어느 날은 스스로가 천재 같다가도 또 어느 날은 쓰레기처럼 느껴진다”던 박찬욱 감독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며 웃었다.
“저는 평정심을 굉장히 잘 유지하는 사람이에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고 ‘쿨함’과 유머를 유지하자는 게 삶의 신조죠. 하지만 현장에만 가면 비탄에 빠지고 자학하다가 또 어느 날은 날개를 달고 신나게 날아다녀요. 대체 영화가 뭐라고. 하하!”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영화 창작의 과정도 “송강호와 같은 위대한 배우”와 함께 한다면 버틸 수 있다. 특히 그는 “인간적인 매력과 차갑고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모두 갖춘 배우는 대한민국에 오직 송강호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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