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바레인전 이한범의 첫 골은 선수에게도, 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득점이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의 진화 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치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3차전에서 바레인에 3-0 완승을 거뒀다. 이한범을 시작으로 백승호, 고영준이 차례로 골맛을 봤다.
이날 이강인은 선발로 나서 35분간 경기장을 누볐다.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몸 상태를 점검하고 선수들과 합을 맞추는 차원에서 짧은 시간만 경기를 소화했다. 길지 않은 시간에도 이강인은 여러 차례 유려한 탈압박과 정교한 반대 전환 패스를 왼쪽으로 보내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이강인의 킥은 여전히 훌륭했지만 황 감독은 이강인을 세트피스 키커로 내세우지는 않았다. 이 경기에서 프리킥과 코너킥은 기존 세트피스 키커였던 정우영과 홍현석이 도맡았다. 대회 후반부로 가면 이강인이 세트피스를 전담할 확률이 높지만, 아직은 동료들과 합을 충분히 맞추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바레인전 첫 골이 더욱 값졌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15분 홍현석의 날카로운 코너킥이 정호연에게 배달됐고, 정호연이 재차 정확한 크로스로 올린 걸 이한범이 가까운 골대 쪽에서 헤더로 잘라 골망을 갈랐다.
이한범 개인에게는 매우 소중한 득점이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기록한 첫 골이었다. 이한범은 2019 U17 월드컵에 나서는 등 연령별 대표팀으로 바레인전까지 11경기에 출장했는데, 센터백이라는 포지션 특성상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었다. 이날 수비적으로도 훌륭한 활약을 연이어 보여줬고, 선제골로 방점까지 찍었다.
황선홍호에도 이한범의 첫 골은 매우 중요한 득점이었다. 바레인은 5-4-1 전형으로 나서 수비를 두텁게 하는 데 주력했다. 공수간격이 훌륭하게 유지돼 한국이 바레인을 뚫는 데 난항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트피스 득점은 바레인 수비를 흔들리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결과적으로 3-0 대승을 거두는 물꼬가 됐다.
약속된 세트피스였다는 게 더욱 고무적이었다. 이한범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측면에 공이 떨어지면 무조건 크로스를 올리기로 약속돼있었다”고 밝혔다. 즉 세트피스 상황에서 측면으로 공이 갈 경우, 수비에 바로 복귀하지 않고 페널티박스 안에 머무르며 크로스를 받아낼 준비를 꾸준히 훈련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향후 대회를 치르는 데 있어서도 이번 세트피스 골은 한국에 자신감을 심어줄 득점이다. 황선홍호는 결승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조직적이고 완성도 높은 수비 축구를 만나게 될 공산이 크다. 오밀조밀한 두 줄 수비를 뚫어내는 데 세트피스만큼 주효한 공격 루트도 없다. 약속된 세트피스로 득점을 만들어낸 만큼 다른 팀에도 선제골을 위한 주 무기로 세트피스를 사용하는 데 보다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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