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오너 4세 승계 작업에 있어서 CJ올리브영은 경영권 승계에 핵심 기업으로 평가 되고 있다. 현재 비상장 계열사인 올리브영이 상장될 경우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가 승계 작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IPO(기업공개)를 추진했다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중단했다. 최근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기업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에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이은 납품업체 갑질 논란은 상장 심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상장 연기로 승계 자금 마련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아울러 상장 지연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CJ올리브영…오너家 승계 수단?
올리브영의 지분은 현재 CJ그룹의 지주사격인 CJ가 51.15%,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가 11.04%, 장녀 이경후가 4.21%를 보유하고 있다. CJ 지분구조까지 뜯어보면 오너 일가가 올리브영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격이다.
이 와중에 이선호 경영리더는 사실상 CJ그룹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다. 후계자로 유력한 만큼 승계에 필요한 자금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전 대기업들의 승계 과정을 살펴보면 오너 일가는 미상장 계열사를 택해 주식을 확보한 뒤 몸집을 키워 상장을 통해 차익 얻는 방법을 사용하곤 했다.
CJ그룹 내에선 올리브영이 위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올리브영이 상장해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이선호 경영리더는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고, 그 돈으로 CJ 지분을 매입하거나 상속세 등 승계 재원 마련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맞춰 올리브영 수익성까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올리브영의 최근 3년 실적을 보면 별도기준 2020년 매출은 1조8603억원, 2021년 2조10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31.7% 증가한 2조77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020년에 1018억원, 2021년에는 139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274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7.5% 급증했다.
올리브영의 1분기와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올 1분기와 2분기 매출은 각각 8291억원, 9675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이 1조7966억원을 기록한 상황에서 올해 연간 매출 3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점포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198개였던 점포가 2020년엔 1259개로, 지난해는 1298개로 늘었다. 올 2분기 기준 점포 수는 1320개로 지난해 말 기준 대비 22개점이 확대됐다.
끝없는 IPO 거론…상장 시기는 내년?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IPO를 하는 이유는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명한 운영을 하며 기업 신뢰도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올리브영은 실적 성장세가 이어진 만큼 IPO 추진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까지는 지난해에 이어 IPO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내년 이후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올리브영은 지난해 IPO를 통해 상장에 도전했지만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증시 불안 등 IPO 시장 둔화로 예상만큼 기업 가치를 판단 받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올리브영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상장을 추진했던 마켓컬리, 11번가, SSG닷컴 등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기도 했다. 이들 또한 당장 상장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올해 하반기가 끝나고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인 내년에 다시 상장을 재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올리브영이 IPO가 아닌 CJ와 합병을 검토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DS투자증권 김수현 연구원은 “복잡한 과정 없이 올리브영과 CJ가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라며 “합병 시 이선호 경영리더는 CJ 지분 18.3%~22.9%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IPO를 하면 그룹이 기대했던 기업 가치 4조원을 넘어서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경우 이선호 경영리더는 약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손에 쥐게 된다.
이와 관련 올리브영이 IPO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오너 일가 승계 핵심 고리로 지목된 만큼 신중하면서도 시장 상황이 나아져 제값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걸림돌은?
다만 올리브영의 IPO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납품업체 갑질 논란이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올리브영은 최근 쿠팡의 ‘납품업체 갑질’ 관련한 신고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게 됐다. 이에 앞서 올리브영은 랄라블라, 롭스 등 헬스앤뷰티 경쟁 업체에 상품을 공급하지 않도록 납품업체를 강요한 의혹으로도 조사 받고 있다.
온라인에 진출 중인 올리브영은 이커머스 강자 쿠팡과 다툼이 불가피하다. 쿠팡은 현재 화장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리브영이 IPO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중이다.
아울러 올리브영 몸값이 거품이라는 논란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경쟁사들이 철수하면서 올리브영이 H&B스토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에 서있지만 해외진출 등의 실패로 성장 한계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한편 올리브영 국내 주요 매장에서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 단체 관광객이 재개된다면 비중은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서 올리브영의 몸값은 4조원을 넘어 5조원까지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재원 기자 cjw@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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