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이들이 내놓은 첫 번째 작품집이다. 비정규직, 학습지 교사, 여행사 신입사원, 택배 청년 등. 현실이 녹록지 않은 주인공들의 처절하고도 핍진한 소설들이 모였다. 저자들은 모두 직장인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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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의 ‘순간접착제’에서는 이십대 청년 ‘나’와 ‘예은’이 등장한다.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생 고용 시간을 줄이겠다는 마카롱 카페 사장의 말에 그날로 그만둔다. 그러나 새로 구한 삼각김밥 공장 아르바이트에서도 두 사람은 일흔의 할머니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장강명의 ‘간장에 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가 배경이다. 주원규의 ‘카스트 에이지’ 주인공은 코인 투자로 빚을 지고 배달과 택배 상·하차 일을 하는 스무 살 청년이다. 그는 이 일이 힘에 부친다. 첫 박스를 들어 올리는 순간, 앞이 캄캄하고 숨이 턱 막힌다.
이들은 소소하게 보일지라도 개인의 고난을 그리는 것을 통해 예술의 새로운 힘을 모색하고자 한다.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이 ‘분노의 포도’에서 대공황의 대책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진 못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그 사이의 숭고함을 그려냈듯 현실을 묘사하는 것 자체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취지다.
동인의 좌장 격인 장강명은 ‘기획의 말’을 대신해 “나는 문학에 힘이 없는 게 아니라 힘 있는 문학이 줄어든 것 아닌지 의심한다”며 중산층·노동의 몰락 등 전대미문의 현상 앞에서 “원인도 대책도 모르지만, 최대한 고통스럽다는 사실만큼은 동시대 작가의 눈으로 쓰고자 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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