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양원모 기자]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된 날, 검찰이 대북 송금 의혹과 백현동 의혹을 병합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위증교사, 제3자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고 18일 밝혔다. 올해 초 대장동 의혹, 성남FC 의혹을 병합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에 이어 두 번째 신병 확보 시도다.
검찰은 “형사 사법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며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 사법에 장애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단식’이라는 사정이 영장 청구에 고려될 수 없다는 원칙론을 강조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청구 사실을 알린 시점은 이 대표가 민주당이 부른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진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법적으로 피의자 건강 상태는 구속 여부 판단 기준인 ‘혐의의 소명’ 여부나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우려’ 등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검찰은 ‘원칙론’ 외에도 이 대표 주변의 ‘사법 방해’ 의혹을 고려해 영장 청구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 또는 자신이 연루된 재판에서 주요 증인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거나, 말 맞추기를 시도하는 등 광범위한 증거 인멸에 관여했으며, 그 동기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혐의 사실 가운데는 본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2019년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기록 유출 및 회유 의혹도 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등 800만달러를 대신 북한에 지급했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뉴스 생산과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사건 관계인만 열람 및 복사할 수 있는 이 전 부지사 재판의 증인 녹취록이 첨부됐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이 전 부지사의 수사에 입회한 현근택 변호사가 민주당 측에 건넨 것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재판이 공전되는 것과 말 바꾸기 배경에도 이 대표 측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애초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등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6월 돌연 ‘경기도지사이던 이 대표에게 쌍방울그룹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대납 사실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을 일부 뒤집었다. 이후 이 전 부지사 부인이 주요 변호인에 대한 해임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면서 재판은 제자리걸음했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이나 관련자들이 위증교사나 증거 인멸을 한 전력이 있고,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증거 인멸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밖에도 백현동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각각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정경유착 범죄’라고 보고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는 점도 구속 사유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특혜 의혹은 이 대표 선거대책본부장 출신 김인섭씨가 성남시에 로비한 뒤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가 백현동 사업에서 배제돼 민간업자가 700억대 배당 이익을 챙겼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 측근으로 성남시 정책보좌관을 맡고 있던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청탁한 뒤 성남도개공 사업 배제 등이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명 검사 사칭 혐의 재판에서 김씨의 측근 다른 김씨에게 위증을 부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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