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논현동의 아파트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흉기에 찔려 사망한 여성의 유족이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 등 신상공개까지 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었습니다.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인 작성자는 "지난 7월 17일 오전 6시쯤 제 동생 이은총이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고 말문을 열며 직접 사건의 전말을 밝혔습니다.
그는 "가해자(나이 30대)는 은총이의 전 남자친구였다"며 "우연히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 관계가 됐고, 은총이의 소개로 같은 직장까지 다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동생은 비밀연애를 전제로 가해자를 만났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해자는 공개연애를 계속 원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결혼생활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이은총 씨는 연애만을 원했고, 가해자는 계속해서 원치 않는 결혼을 종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점점 집착과 다툼이 많아지게 되자 결국 그는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인천 논현동 스토킹 가해자의 괴롭힘 시작
이때부터 전 남자친구인 가해자의 스토킹이 시작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이은총 씨와 결별 후에도 계속 연락해 다시 만나줄 것을 애원했습니다. 피해자는 직장에서 계속 마주칠 사람이었기에 처음엔 좋게 해결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은총 씨는 팔에 시커먼 피멍이 들 정도로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게 됐고, 결국 지난 5월 18일 경찰에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유족 A씨는 "사건이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며 "그러나 6월 1일 은총이와 여전히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던 가해자 전 남자친구는 은총이와 연애 때 찍었던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바꿔 그 때부터 은총이는 매번 직장동료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직장을 소개해준 것도 은총이였지만 스토킹을 설명해야했던 것도 오로지 동생의 몫이었다"며 "제발 카톡 프로필 사진을 내려달라고 부탁해도 가해자는 사진을 내리지 않았고 인스타그램에까지 그 사진을 게시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유족 A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에는 이은총 씨가 가해자에게 "우리 헤어졌잖아. 제발 (사진) 좀 내려줘"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바꿔달라는 요청에 가해자는 "넌 아니겠지만 나한테 너는 내 전부였어"라며 거부했고, 이에 피해자는 "저거 스토커야"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바로 다음날 또다시 이은총 씨의 차 뒤를 따라붙으며 위협을 가했습니다. 계속된 괴롭힘에 지친 피해자는 "사진을 내려주고 부서를 옮기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제안했고, 가해자에게 각서를 받은 뒤 고소를 취하해주었습니다.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당일
고소를 취하한지 얼마되지 않은 6월 9일 가해자는 또 이은총 씨의 집앞에 찾아왔습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했고, 그는 6월 10일부터 8월 9일까지의 기간 동안에 대해 접근금지명령을 받고 4시간 만에 풀려났습니다.
그렇게 수차례 스토킹 위협을 받던 피해자는 경찰이 제공한 스마트워치를 한 달 가까이 착용하고 있었으나, 사건 발생 나흘 전인 7월 13일 인천 논현경찰서를 찾아 자진해서 스마트워치를 반납했습니다.
유족 A씨는 스마트워치 반납 이유에 대해 "지난 6월 29일 경찰이 피해자의 집에 찾아와서 재고 부족을 이유로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해달라'고 안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 알게 된 건, 경찰이 찾아온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채 집 앞에서 은총이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며 "그렇게 7월 17일 오전 6시쯤 출근하려고 나갔던 성실한 우리 은총이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해자의 칼에 찔려 죽었다"고 했습니다.
6월 9일의 범행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가해자는 한 달 넘게 범행을 하지 않다가 이날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피해자의 집에 찾아와 흉기를 휘두른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살려달라는 은총이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온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다가 칼에 찔렸고, 손녀(피해자의 딸)가 나오려고 하자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은총이가 칼에 찔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은총이가 칼에 맞아 쓰러지자 가해자는 자신도 옆에 누워 배를 찌르곤 나란히 누워있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소름 끼친다. 엘리베이터 앞이 흥건할 정도로 피를 흘린 은총이는 과다출혈로 죽었다"며 분노했습니다.
"은총이 딸이라도 안전하게 도와달라"
유족 A씨는 스토킹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금 9월 첫 재판을 앞두고 보복살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스토킹 신고로 인해 화가 나서 죽였다'는 동기가 파악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가해자는 제 동생을 죽인 거냐"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어 "접근금지명령도 형식에 불과했다"며 "연락이나 SNS를 안 한다고 끝날 문제인 거냐. 스마트워치는 재고가 부족하고 심지어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가 있다. 모든 상황이 끝나고 경찰이 출동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죽은 은총이의 휴대폰에는 스토킹과 관련된 검색 기록이 가득했다. 얼마나 불안했을지 되돌아보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A씨는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로 인해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며 생겼던 상처 자국을 보며 은총이가 생각난다고 매일 슬픔에 허덕인다. 6살인 은총이의 딸은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가게 됐다"고 했습니다.
끝으로 "제발 부디 은총이의 딸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많은 피해자분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누리꾼에게 탄원서 작성을 부탁했습니다.
스마트워치 반납 요구 주장에 경찰 해명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측이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 재고 부족으로 인해 반납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한 가운데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먼저 경찰에 전화해 '지금까지 가해자가 연락이 없어 앞으로 해를 끼칠 것 같지 않다'며 반납 의사를 밝혔다"고 했습니다.
이어 "반납 당시 인천 논현경찰서의 스마트워치 재고 현황을 확인했으나, 재고 부족을 언급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경찰이 지난 6월 29일 피해자 이은총 씨의 집에 방문한 건에 대해서는 "스마트워치 반납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연락이 닿지 않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담당경찰관이 직접 안전 확인을 하려 찾아간 거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만 집에 계셔서 피해자를 만나지 못했고, 그날 저녁 10시쯤 피해자로부터 '바빠서 그간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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