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시간 동안 이어진 조사를 마치고 나와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오는 12일 재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중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9일 이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제3자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 수원지검에 출석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다섯 번째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다. 그는 미리 준비한 A4용지 1쪽 짜리 입장문을 낭독하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았다는 것이 역사이고, 진리"라며 "국정 방향을 전면 전환하고 내각 총사퇴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고 윤석열 정권을 겨냥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위해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으나 이 대표의 단식이 열흘째 되는 날인 만큼 건강 상태를 고려해 핵심 질문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검찰에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8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제출했으며, 일부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길게 답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대표 "진술 취지 반영 안돼" 조서 서명 날인 거부.. 檢 "일방적으로 퇴실"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조사는 8시간 만인 오후 6시40분께 중단됐다.
수원지검은 언론에 보낸 문자를 통해 "이재명 대표로부터 건강상 이유를 들어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대표 측은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 40분가량 조서를 열람했으나 최종적으로 서명 날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이 대표의 조사에 입회한 박균택 변호사는 "진술 취지가 반영이 안 돼 조서 열람을 중단하고 3분의 1만 보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피의자는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로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 그저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말이나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 아무 관계 없는 도정 관련 얘기로 이 긴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사를 마친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진술서의 요약 내용을 공개하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에서 출발한 검찰 수사가 스마트팜비 대납으로, 다시 방북비 대납으로 바뀌는 중"이라며 "쌍방울의 주가부양과 대북사업을 위한 불법 대북송금이 이재명을 위한 대북송금 대납으로 둔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로 의심하고 있는 500만 달러에 대해 이 대표는 "쌍방울의 대북사업 이행보증금"이라며 "경기도는 스마트팜과 관련해 북측에 현금을 주는 어떤 결정도, 약속도 하지 않았고 따라서 현금 지급 의무가 없으니 애시당초 대납이란 있을 수 없다"고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 12일 재소환 통보.. 이달 중 구속영장청구 전망
검찰은 이날 조사가 마무리되지 못함에 따라 이 대표에게 오는 12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이에 이 대표는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할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냐"며 "오늘 조사를 다 못했다고 또 소환하겠다고 하니까 날짜를 협의해 다섯 번째든 여섯 번째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측은 이 대표가 조사 도중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게 해주면 12일 다시 출석하겠다"고 요구해서 받아들였는데 이 대표가 입장을 바꿔 재출석일자를 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의혹' 사건을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올해 초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의혹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이 성남지청이 수사한 성남FC 의혹을 병합해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 출신 김인섭씨가 성남시에 로비한 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사업에서 배제돼 민간업자가 700억대 배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대표는 지난달 17일 검찰에 출석해 배임 등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백현동 용도변경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부의 요구에 의한 것이고 성남시는 용도변경 이익의 상당 부분인 1000억원대를 환수했는데, 검찰은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조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미 장기간 수사가 진행된 점, 일부 조사 대상자가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장 청구 시기는 추석 전이 유력해 보인다. 정기국회 기간인 9월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국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민주 투사 코스프레" VS 민주당 "망신주기식 수사"
국민의힘은 9일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민주 투사 코스프레를 즐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의 저급한 정치쇼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명분 없는 '뜬금 단식'을 이어가던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든 관심을 적게 받아보려 토요일에 조사를 받겠다며 결국 의료진까지 대기하게 만드는 '민폐 조사'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또 이 대표를 향해 "개인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마당에 국민 주권과 민생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가"라며 "당장 대선 여론조작사건의 실질적 배후로 온 국민의 의심을 받는 이 대표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입으로 정치 공작을 주장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 행태를 비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추가 소환을 이미 염두에 두고 망신주기식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을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이 대표가 오늘 검찰 조사에 앞서 심야 조사가 어려운 사정을 설명했다"며 "오후 6시에 조사를 마친 뒤 9시 전에 조서 열람 등 절차를 마칠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시종일관 시간끌기식 질문을 하거나 이미 답한 질문을 다시 하며 시간을 지연하고 이 대표를 추가 소환한다고 일방 통보했다"며 "검찰의 일방적 추가소환은 검찰의 혐의입증이 어렵다는 점만 강조될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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