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유성구 초등학교 교사가 100여명에게 신체조직을 기증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교사 A씨의 유족은 지난 9월 7일 오후 6시께 A씨 사망선고를 받은 뒤 신체조직 기증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증된 A씨의 신체조직은 향후 긴급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한 화상 환자 등 100여 명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A씨의 유족은 평소 A씨의 신념을 지키고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이날 대전지역 한 맘카페에는 '마지막까지 선생님이셨습니다. 어려운 결정 해주신 유가족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유족의 동의를 얻어 글을 올린다고 밝힌 글쓴이는 "선생님께서 영면 직후 화상 환자분께 피부를 기증하고 가셨다"라며 "유가족께서는 장기 기증도 검토했지만 상황이 여의찮았다"라고 전했습니다.
신체 조직과 안구를 제외한 장기 기증은 통상 뇌사 상태의 환자가 사망선고를 받기 전에 가능합니다.
댓글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하다", "선생님이 하늘에선 편안하시길 바란다" 등 댓글들이 남겨졌습니다.
앞서 A씨는 지난 5일 오후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한편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생전 교권 침해를 당했다고 호소한 기록도 재조명됐습니다.
대전 초등학교 교사 극단적 선택의 전말 "친구 목 졸라 혼냈는데.."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자신의 사례를 직접 작성해 제보했습니다.
해당 글에는 A씨가 1학년 학급 담임을 맡았던 2019년 상황이 상세하게 담겨있었습니다. A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11월경 고소 당했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교사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B 학생이 학기 시작 직후인 3월부터 교실에서 잡기 놀이를 하거나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졸라 생활 지도를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B 학생이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쳐서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을 안 하고 버티거나 친구를 발로 차거나 꼬집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상담에서 “학급 아이들과 정한 규칙이 과한 것일 뿐 누구를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선생님이 1학년을 맡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조용히 혼을 내든지 문자로 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도 B 학생의 문제 행동은 계속됐습니다. 어느 날엔 이 학생이 급식을 먹지 않겠다며 급식실에 누워서 버티자 A씨는 학생을 일으켜 세웠는데, 10일 후 B 학생 어머니는 ‘아이 몸에 손을 댔고 전교생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 항의 전화를 걸었다고 했습니다.
2학기부터는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행동까지 있었으며, 이에 A씨는 B 학생을 교장 선생님에게 지도를 부탁했습니다. 다음날 B 학생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교장과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A씨는 주장했습니다.
A씨는 학부모에게 학생에게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려 했을 뿐 마음의 상처를 주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으나, 해당 학부모는 12월 2일 국민신문고와 경찰서에 아동학대로 결국 신고를 넣었습니다.
교육청 장학사의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폭위에서는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처분을 받으라는 1호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검경 조사를 받은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으며 10개월이 지난 일이었습니다. A씨는 교권 상담 신청도 했는데, 신청 내용에는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할지 몰라서 메일 드렸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A씨는 제출한 글에서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도 내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말미에 “서이초 사건 등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으며 글을 마쳤습니다.
A씨는 이 글을 쓴 지 약 한 달 반 뒤인 지난 9월 7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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