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유명 여성 유튜버, 아버지 손에 살해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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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유명 여성 유튜버, 아버지 손에 살해당해

BBC News 코리아 2023-09-07 09:30:08 신고

티바의 영상 중 한 장면
@TIBA99 VIA YOUTUBE
이라크 출신 유투버 티바는 튀르키예에서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다

이라크 출신 여성 티바 알-알리는 젊고 활기차고 통통 튀는 성격으로 자신의 일상을 담은 재미있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17살이던 2017년 고국 이라크에서 튀르키예로 건너간 티바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독립, 약혼자, 화장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상 속 티바는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으며, 구독자 또한 수만 명에 달했다.

그러던 올해 1월, 티바는 가족을 만나고자 이라크에 갔다가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러나 ‘사전 계획’ 범죄로 인정되지 않으며 아버지는 고작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티바의 죽음은 이라크 전역에서 이른바 ‘명예살인’에 형법에 대한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 보수적인 사고가 지배적인 이라크 사회가 여성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티바의 생전 모습
@TIBA99 VIA YOUTUBE
티바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올리곤 했다

‘잠자던 딸의 목을 졸라’

티바는 약 2만 명이 넘는 구독자들과 온라인에서 소통했다. 사망 이후 구독자는 더욱 급증했다.

티바는 매일 영상을 올리며 튀르키예에서 새롭게 열린 라이프스타일을 즐겼다.

2021년 11월 처음 올린 영상에서 티바는 학업을 위해 튀르키예로 왔으나, 그곳에서의 삶이 즐겁기에 귀국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티바의 아버지 타이이프 알리는 딸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게다가 티바와 함께 이스탄불에서 동거하는 시리아 태생의 약혼자와의 결혼도 반대했다.

그렇게 지난 1월 티바가 고향 디와니야를 방문했을 때 가족 간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아버지 타이이프는 1월 31일 잠자고 있던 티바의 목을 졸랐으며, 이후 경찰에 자수했다고 한다.

해당 사건이 일어난 지방의 한 정부 관계자는 타이이프가 4월 단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티바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이라크 여성 수백 명이 거리로 나와 ‘명예 살인’을 정당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라크 내무부 분석에 따르면 이라크의 형법상 가족을 상대로 저지른 폭력 범죄의 경우 ‘명예’는 감형 사유가 된다. 즉 피고인이 “명예로운 동기”를 지녔거나 “명예 살인”을 도발할 상황이었을 경우 관대한 처벌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사드 마안 이라크 내무부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티바 알-알리에겐 사고가 일어났다”며 “법적으로 볼 때 이는 범죄적 사고이며, 다른 관점에서 보면 명예 살인의 사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안 대변인은 티바 부녀가 이라크에서 큰 논쟁을 벌였다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경찰이 개입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묻는 질문엔 “이라크 보안군은 최고 수준의 전문성으로 사건을 처리했으며, 법을 적용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비조사와 사법적 수사를 통해 모든 증거를 수집한 뒤 이를 사법부에 넘겨 형이 선고됐습니다.”

‘여성혐오에 뿌리를 둔 살인’

티바의 죽음과 아버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이라크 여성들과 전 세계 여성 인권 운동가들 사이에서 이라크 법이 여성과 여아를 가정 폭력으로부터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며 분노하게 됐다.

시위 중인 여성들의 모습
REUTERS
티바의 죽음 이후 이라크와 SNS에선 여성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라크 형법 제41조에 따라 “남편의 아내에 대한 처벌”과 “이들의 권한 하에 법률 또는 관습에 의해 규정된 일정 범위 내에서… 부모의 자녀에 대한 훈육”은 적법한 권리로 간주된다.

이에 더해 제409조는 “아내나 여자친구가 다른 애인과 동침 중인 간통 현장을 발견했다면 즉시 이들 혹은 그중 한 명을 살해하거나, 혹은 폭행해 상대를 죽이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입힌 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여성 인권 운동가인 레일라 후세인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살인은 종종 여성혐오와 여성의 신체 및 행동을 통제하려는 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세인 박사는 “‘명예 살인’이라는 용어는 피해자나 이들의 유가족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 “이런 용어를 사용하면 피해자들이 잘못되거나 부끄러운 일을 저질러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는 생각을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유엔(UN)은 전 세계에서 이른바 ‘명예 살인’으로 가족의 손에 목숨을 잃는 여성과 여아가 매년 5000여 명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라크 형법 조항 일부
IRAQI PENAL CODE
‘법률상의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행해진 행위라면 범죄로 간주하지 않으며, 다음은 법률상의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본다: 남편의 아내에 대한 처벌, 이들의 권한 하에 법률 또는 관습에 의해 규정된 일정 범위 내에서 이뤄진 부모와 교사의 아동에 대한 훈육.’ 이처럼 이라크의 법은 여러 부분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막아야 합니다’

티바가 사망한 지 5일 뒤 인권 운동가 20명은 수도 바그다드의 ‘최고사법위원회’ 밖에서 시위를 벌였으나 보안군에 의해 저지당했다.

‘여성을 그만 죽여라’, ‘[형법] 제409조를 폐지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이들은 다 함께 “여성을 죽인 범죄에 명예란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라크의 인권 운동가인 루아 칼라프는 “이라크 법은 크게 개선되고, 수정되며, 국제 사회의 협약과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칼라프는 티바의 아버지에게 선고된 형량이 “부당하다”면서 해당 사건이야말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 조항”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이라크의 여성 인권 운동가인 하난 압델칼레크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사건을) 막아야 한다. 여성을 죽이는 일이 너무 쉬워졌다”고 주장했다.

“목을 조르고, 찌르고. 너무 쉬워졌습니다. 제409조 폐지를 바랍니다.”

SNS상의 다른 여성 인권 운동가들도 티바의 죽음은 단독적인 사건이 아니라면서 보도되지 않은 ‘명예 살인’ 사건이 이 밖에도 많다고 지적했다.

'stop'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여성
REUTERS
티바의 죽음 이후 시위대 20명은 최고사법위원회 밖에 모였다

한편 티바의 죽음은 이라크 국내외에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더 엄격한 법이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졌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 정당인 ‘쿠르디스탄 애국 연합’의 알라 탈라바니 대표는 “가정폭력 범죄 규모에 비해 부족한 법적 억지력과 정부 대책의 부재로 인해 우리 사회의 여성들은 현재 낙후된 관습의 인질로 잡혀 있다”고 말했다.

탈라바니 대표는 동료 의원들에게 가족 구성원으로부터의 살인, 심각한 신체적 폭력 등으로부터 명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가정폭력 방지법’ 초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UN 이라크 대표부는 티바의 “끔찍한 죽음”은 “안타깝게도 오늘날 이라크 여성과 여아들이 직면한 폭력과 불평등을 상기시킨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라크 정부에 “여성과 여아를 향한 폭력을 막을 수 있는 법과 정책을 지지하고, 그러한 범죄를 저지른 모든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여성과 여아의 권리를 보호해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가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많은 이들이 티바의 이야기를 통해 전 세계 여성들을 성 기반 폭력으로부터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낡은 법 조항에 대해 초점을 맞추게 됐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티바는 미처 세상에 알려지지 않거나 은폐돼 사라진, 티바 이전에 있던 여성 수천 명의 또 다른 예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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