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뒤돌아서면 까먹어” 디지털 시대 따라가다 진 빠지는 노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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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세] “뒤돌아서면 까먹어” 디지털 시대 따라가다 진 빠지는 노년층

여성경제신문 2023-09-03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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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역에 한 시민이 승차권 자동발매기를 이용하고 있다. /심성아
서울역에 한 시민이 승차권 자동발매기를 이용하고 있다. /심성아

‘승차권 구입은 자동발매기가 빠르고 편리합니다’. 서울역 벽면에 큼지막하게 쓰인 문구다. 이 문구가 무색하게도 자동발매기 앞은 한산했다. 자동발매기는 주로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나 중장년 시민들이 찾았다.

바로 옆에 있는 유인 발권 창구와 비교하면 이용률이 극히 낮았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 승객이 기계 앞에서 한참을 서서 애를 먹기도 했다.

자동발매기를 이용한 한은영(53) 씨는 “평소에도 키오스크를 사용하면 복잡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오늘처럼 줄이 길 때나 이용하지, 원래는 잘 안 쓴다”고 말했다.

김 모(69) 씨는 갑작스럽게 표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인터넷 이용에 서툰 그녀는 “딸이 대신 표를 예매해 줬는데 역사에 도착해 보니 지연됐다는 소식에 막막하다”고 했다.

긴 줄을 기다리느라 기차를 놓치는 일도 발생했다. 김훈재(71) 씨는 “여유 있게 역사에 도착했는데도 매진된 기차가 많고 줄을 서다 보니 기차를 놓쳐 더 늦게 출발하는 기차를 예매했다”고 말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의 상황도 비슷했다. 승객이 많은 주말 아침, 유인 발권 창구엔 두 명의 직원이 보였다. 한 직원은 “(노인 이용객들이) 간혹 현장 예매를 하러 왔다가 표가 매진돼 곤란한 상황도 있다”며 “그런 경우는 계속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용 절감과 편리성 때문에 자동발매기와 사전 인터넷 예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 인구가 많다는 점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비율은 총인구의 18.4%다. (2023년 6월 말 현재) 노인 인구 비율이 20%에 육박하면서 많은 이들이 디지털 소외계층이 됐다.

2021년 5월 발표된 ‘2021년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5세 미만의 94.1%가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반면, 55세 이상의 고령층은 45.8%만이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65~74세는 29.4%, 75세 이상은 13.8%로 노년층의 키오스크 이용 경험은 극도로 낮았다.

서울역에서 승차권 발권을 위해 이용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심성아
서울역에서 승차권 발권을 위해 이용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심성아

키오스크 경험이 없는 이유는 ‘사용 방법을 모르고 어렵게 느낀다’가 33.8%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눈치가 보이거나(17.8%)’, ‘새로운 기기에 대한 거부감(12.3%)’ 순으로 주요 원인이 꼽혔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지자체에서 노인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을 시행한다. 2022년 기준 전체 인구의 28%가 노인인 논산시도 그중 하나다. 논산시 건강지원센터에서는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2022년부터 디지털 교육을 실시했다. 올 상반기에는 37명의 회원이 신청했지만, 3분의 1 미만인 11명만이 수료했다.

센터 팀장은 “외부 강사는 물론, 전 직원이 일대일로 붙어서 지도하는데도, 뒤돌아서면 까먹고 어렵다고 하신다”며 “일하러 가거나 바빠서 참석률이 생각보다 저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을 수료한 어르신들의 만족도와 활용도는 모두 90% 이상으로, 교육의 효과는 있다고 본다”며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란 걸 아는데, 겁이 나서 한 번 도전해 보는 게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서울디지털재단도 디지털 약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부터 꾸준히 스마트폰 활용 방법 등을 가르쳤다. 2019년 464명의 교육생으로 시작해 2022년에는 1만6662명의 교육생이 거쳐 갔다. 2023년 7월 기준 서울 노인 인구 88만1769명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한 서울디지털재단 연구원은 “디지털 역량이 낮은 집단은 교육적 접근법 외에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화면) 개선 등 디지털 접근 개선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며 “전통적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층의 경우에도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층 진입으로 디지털 역량 수준과 정책 수요가 상이하게 나타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성아 고려대 국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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