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오른손 영건 이정용(27)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려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터라 더는 군복무를 미룰 수 없는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부임한 염경엽(55) LG 감독은 이정용에게 입대 연기를 권유했다. 이정용이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정용은 고민 끝에 입대를 미루기로 했다. 상무 최종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지원을 취소했다.
입대까지 연기하고 야심차게 올 시즌을 시작했지만,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 3년간 LG 필승 계투조의 한 축으로 활약한 이정용은 23경기에 구원 등판해 3승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5.57에 그쳤다.
지난 6월 염경엽 감독은 이정용의 부활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데뷔 후 줄곧 불펜 투수로 뛴 그에게 선발 전향을 제안했다. 염 감독과 면담한 이정용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2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만난 염 감독은 “6월에 정용이에게 선발을 제안하면서 ‘이대로라면 팀에나 너에게나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군입대를 연기했는데 이대로 끝나면 정말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시즌이 될 판이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선발 전향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정용의 선발 전향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정용은 3일 오전까지 선발로 등판한 8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3.09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23, 피안타율 0.258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 투수였던 이정용은 선발 전향 초반 단조로운 투구 패턴과 결정구 부재로 고전했다. 7월 선발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평균자책점 8.10에 그쳤다.
부진하던 이정용은 ‘포크볼 장착’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7월까지 10%대에 불과했던 포크볼 구사율을 30%대까지 끌어올렸다. 기존 슬라이더, 커브에 포크볼까지 던지면서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8월 선발 등판한 3경기에서 2승에 평균자책점 1.06을 올리며 토종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 1일 한화전에서도 6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10-0 완승을 견인했다. 염 감독은 "선발로 전환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그동안 직구, 슬라이더 위주로 던졌는데 포크볼 등 구종을 추가하라고 주문했다"면서 “이정용에게 포크볼이라는 결정구가 있으니까 타자들 입장에서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커브와 포크볼을 장착하면서 다른 구종의 가치도 동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용이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포크볼을 구사하면 부상 위험도가 커진다는 오해 때문에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시작 후 스스로 포크볼 장착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선수 본인이 생각을 바꾼 걸 칭찬해주고 싶고, 정용이를 도와준 김광삼(43), 김경태(48) 코치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낸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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