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 인류가 미지로 가득찬 '달 남극'으로 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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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인류가 미지로 가득찬 '달 남극'으로 향하는 이유

BBC News 코리아 2023-09-03 08:20: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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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지의 세계였던 달의 남극에 인도의 '찬드라얀 3호'가 착륙해, 새로운 자료들을 발굴하고 있다. 달의 남극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탐사를 추진중인 곳이다. 이곳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달의 남극, 그곳은 그동안 인간이 만든 물체는 한 번도 닿지 못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인도에서 쏘아올린 조그마한 탐사차 '프라그얀'이 착륙선 '비크람'에서 내려와 달의 남극 주변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무인으로 달에 착륙한 이 우주선은 기온이 몹시 낮고 분화구가 곳곳에 산재한 달의 극지방에 최초로 연착륙한 선구자다. 1960~70년대 달에 간 우주선 '아폴로'는 주로 달의 적도 근처에 착륙했다.

하지만 인도의 '찬드라얀 3호'를 출발한 착륙선은 달의 남극으로부터 약 600km 떨어진 지점에 성공적으로 내려앉았다. 이곳은 지금까지 그 어떤 우주선이 도달한 지점보다 가장 남극에 가장 가까운 위치다.

찬드라얀 3호가 성공하기 이틀 전에도 러시아의 '루나-25호'가 달의 남극 착륙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통제 불능 상태로 추락하고 말았다. 결국 10여 년 후 인류가 달의 남극에서 전개할 활발한 활동의 서막을 연 것은 인도의 우주선이다.

영국 개방대의 행성학자인 시메온 바버는 "이런 일(달의 남극 탐사)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고 했다.

인도 및 러시아와 함께 현재 미국과 중국도 달의 남극을 주시하고 있다. 그곳에 가서 달의 가장 흥미로운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발견한 것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의 남극이 가진 어떤 점이 이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찬드라얀 3호와 서류가방 크기의 탐사차는 이미 착륙 지점의 낯선 환경을 탐사하고 더 큰 호기심으로 이어질만한 몇 가지 정보를 보내왔다. 프라그얀 탐사차는 먼지가 수북한 달 표면을 초당 약 1cm 속도로 이동해, 현재는 모선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탐사차는 달의 토양을 파고 센서를 집어 넣었다. 그 과정에서 토양 온도가 신기할 정도로 내려가는 현상을 포착했다. 표면에서는 측정 온도가 약 50℃였지만 불과 80mm 아래로 들어가자 -10℃로 떨어져, 과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탑재된 분석 장비를 활용한 화학적 분석도 진행됐다. 그 결과 달 토양에 유황과 알루미늄, 칼슘 이온, 티타늄, 망간, 크롬, 산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두 가지 초기 발견에서 과학자들이 달의 남극 탐사를 갈망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달의 자전축은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는 지구보다 1.5도 덜 기울어져 있다. 때문에 극지방의 일부 분화구에는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조건과 이 지역의 낮은 기온 때문에 물이 얼어서 생긴 물-얼음이 풍부하게 만들어졌고, 그 얼음이 토양에 섞이거나 표면에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얼음이 우주 비행사를 위한 자원이자 미래의 과학적 발견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도 자와할랄 네루 대학의 지질학 교수인 사우미트라 무커지는 "이곳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장소"라고 말했다. "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달에 물-얼음이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2009년 10월 나사(NASA)가 텅 빈 로켓을 달 남극 분화구에 의도적으로 충돌시킨 실험에서 처음 확보됐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 대학의 행성학자 마가렛 랜디스는 "그 물질 기둥에 물의 증거가 있었다"고 했다. "달에서 물-얼음을 직접 관찰한 유일한 증거죠."

물-얼음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자료도 있다. 달의 극지방은 다른 지역보다 반사율이 더 높은데, 학계에선 그 원인을 얼음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극지방에서 더 많은 양의 수소가 관찰됐다. 이 또한 물-얼음 때문일 수 있다고 한다.

작년에 나사 '에임스 연구 센터'의 과학자 윌리엄 리치는 지금은 폐기된 '소피아 망원경'을 비행기에 실어 달을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 그는 8월 23일에 달에 착륙한 비크람과 탐사차가 현재 탐사중인 지점 "바로 밖"에서 수소의 증거를 발견했다.

최근 달, 특히 달의 남극 탐사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물 얼음에 대한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인도 우주 연구 기구(Indian Space Research Organisation, ISRO)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현재는 이탈리아 토론토 대학에 있는 안찰 샤르마는 인도의 착륙선과 탐사차를 통해 학계가 "달 연구자들이 세운 '달의 토양에 물 얼음이 존재한다'는 이론을 시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찬드라얀 3호의 데이터는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향후 남극에 더 가까이 착륙할 탐사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곳에는 '영구 그림자 지역(permanently shadowed regions, PSR)'으로 알려진 분화구들이 있다.

"영원한 어둠의 분화구(craters of eternal darkness)"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태양 광선이 내부에 닿지 못할 정도로 각이 져 있다. 그래서 얼음이 수십억 년 동안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달의 어느 지역에 분화구가 몇 개나 있는지'는 얼마나 많은 운석이 표면에 충돌했는지에 따른 무작위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달의 남극이 북극보다 분화구가 더 많아서, 탐사 측면에서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PSR에선 기온이 영하 20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이곳이 얼음을 찾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이유다. 2024년 말 달의 남극으로 떠날 예정인 나사의 탐사차 '바이퍼'는 이 지역에 빛을 비추며 진입해, PSR의 비밀을 파헤칠 계획이다. 나사 에임스 연구센터에서 바이퍼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댄 앤드류스는 이 탐사를 통해 "덩어리진 얼음 덩어리"가 있는지, 아니면 "모래가 섞인 작은 결정"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PSR에 들어가는 첫 번째 탐사차는 바이퍼가 아닐 수도 있다.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은 2024년 초 '마이크로노바 호퍼'를 달에 보낼 예정이다. 호퍼는 바이퍼처럼 표면을 파헤치는 장비를 갖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호퍼가 추진기를 사용해 달 남극의 PSR에 "뛰어들면", 그 내부를 인류에게 최초로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

달의 남극을 목표로 하는 탐사선은 이들만이 아니다. 일본과 협력해 추진중인 인도의 후속 탐사선 '찬드라얀 4호'도 이곳으로 향할 예정이며, 중국도 이 지역에 탐사선을 착륙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 역시 달의 남극 탐사를 계획중이다.

이 모든 관심의 중심에 물-얼음이 있다. 만약 달에 물-얼음이 풍부하고 인류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이것은 달에 정착하는 인간과 더 멀리 떨어진 태양계 탐사를 위한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토양에서 얼음을 채취할 수 있다면, 로켓 연료의 핵심 성분인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거나 인간 거주지에 식수와 산소를 공급하는 잠재적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콜로라도 광업대학의 지질학 교수인 케빈 캐논은 "가장 간단한 채굴 방법은 얼음이 있는 땅을 파서 오븐에 넣어 얼음을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로켓이 연료를 재충전하고 태양계 바깥까지 여러 번 도달하기에 충분한 추진제를 저장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일 년 중 최대 90%가 낮인 지점에도 갈 수 있죠. 그 곳에는 토양을 산소와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으로 가공하기에 좋은 태양 에너지가 있습니다."

보다 먼 우주로 떠나는 것과 달에서 생활한다는 꿈은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다. 나사는 2025년에 '아르테미스 3호' 임무의 일환으로 '스페이스X' 착륙선에 인간을 태워 반세기 만에 다시 달에 발자국을 남길 계획이다. 아직 착륙 지점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착륙선은 남극에 착륙해 최초로 얼음 직접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나사의 수석 탐사 과학자인 제이콥 블리처는 "이 임무의 주요 목표는 극지방에 착륙하고 활동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퍼와 같은 선행 탐사가 발견한 얼음의 특성에 따라, 우주비행사들은 얼음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올 수 있는 도구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나면 향후 아르테미스 탐사에서 이 자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블리처는 "이는 일련의 반복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잠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광물과 금속을 달 표면에서 채굴해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달의 남극 탐사에는 과학적인 이유도 많다. 과학자들은 달에 있는 물의 기원을 밝히고자 한다. 이는 수십억 년 전 달의 화산이 분출한 것이거나, 소행성이나 혜성에 실려온 것일 수도 있고 태양풍(태양에서 우주 공간으로 쏟아져나가는 대전 입자의 흐름)이 가져왔을 수도 있다.

랜디스는 "달에 있는 물의 흥미로운 점은 생명체 거주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물이 어떻게 암석으로 된 행성에 존재하게 됐는지 알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이 어떻게 물을 얻었는지 이해한다면, 지구는 물론 암석으로 된 다른 외계 행성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중국의 '창어 4호' 탐사차는 달의 남극 부근에서 달 탄생 초기에 격렬한 충돌로 인해 거대한 분화구가 묻혀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달의 남극 탐사를 통해 이 점도 더 파헤치고 싶어한다. 애리조나 행성과학연구소의 지안칭 펑은 레이더를 통해 "묻혀 있는 분화구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연구소의 행성 과학자 브렛 데브니는 이달 초 아르테미스 3호 우주비행사의 과학적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지질학 팀을 맡았다.

그는 달의 남극 지형이 달에서 가장 오래된 지형이고 최근의 화산 활동 증거가 적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것은 지구에 남아있지 않은 초기 태양계 관련 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환상적인 기회"라고 말했다. 데브니 연구팀은 지구와 가까운 달 표면보다 먼 쪽에 분화구가 더 많은 이유와 한때 달 표면을 덮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마그마 바다의 성질 등 다른 미스터리도 풀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또 "우리는 달에 대해 여전히 풀지 못한 정말 근본적인 의문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찬드라얀 3호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과거와 다른 식으로 달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블리처는 "우리는 태양계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우고 우주 탐사의 청사진을 얻기 위해 달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태양계의 역사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우리 인류가 내딛는 거대한 한 걸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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