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지난 7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시행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여러 금융권의 이해관계 등이 얽히면서 원리금보장 상품도 디폴트옵션에 포함됐지만, 향후 퇴직연금 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말 336조원이었던 퇴직연금 적립금이 2032년 860조원 규모로 약 2.6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2분기에는 346조원으로 늘었다. 2030년에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퇴직연금시장을 잡지 않으면 금융사는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이 원리금보장 상품에 쏠려 있다는 점. 지난해 말 기준 퇴직금연금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은 88.7%에 달했다. 디폴트옵션의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도 80%가 넘는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올 1분기 디폴트옵션 상품 적립금은 3012억원인데, 이 중 약 2544억원(84%)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쏠렸다.
아직 본격 도입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디폴트옵션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높은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으로 인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2.58%에서 2021년 2.0%, 작년 0.02%로 추락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사업자는 1개의 원리금보장형(초저위험) 포트폴리오와 저·중·고 위험으로 나눠진 3개의 원금비보장형까지 총 10개의 포트폴리오까지 제공할 수 있다. 원리금보장형 포트폴리오에는 예금과 이율보증보험(GIC)이 원금비보장형 포트폴리오에는 생애주기펀드(TDF)·밸런스드펀드(BF)·스테이블밸류펀드(SVF)·사회간접자본펀드(SOCF) 4종이 포함된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들여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리금보장상품으로만 구성된 '초저위험' 포트폴리오도 포함돼 그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사진=회사
그럼에도 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은 최근 아시아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리금보장 상품 쏠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유 본부장은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비중이 높은 것은 과거보다 높아진 금리 수준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퇴직연금 가입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택이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간의 변화의 조짐도 분명히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고 각 위험성향별 포트의 수익률이 공시되면서 초저위험 선택 비중이 작년말 대비 현저히 낮아지면서 성향별 포트로 자연스럽게 분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트랙레코드가 짧아서 시장의 단기변동에 크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로 갈수록 투자형 자산이 경제의 성장과 함께 꾸준하게 성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자연스럽게 원리금에서 투자형으로 이동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증권은 '자산관리 명가'의 경험과 노하우를 연금사업에세도 적극 펼치고 있다.
유 본부장은 "올해 본격화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디폴트옵션 상품선정위원회를 통해 총 7개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마련했다"며 "지난 5월 31일 고용노동부 디폴트옵션 현황 최초 공시에서 4개의 위험등급별 포트폴리오 모두 수익률 톱(Top) 10에 올랐고, 7월 20일 2차 공시에도 저위험 포트폴리오는 6개월 수익률 1위, 초저위험 수익률 3위에 랭크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삼성증권 연금본부는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업계최초로 관리수수료가 무료인 '다이렉트 IRP'를 출시했고, 메신저를 통해 쉽게 자산을 운용하고 수익률 관리를 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연금 S톡'을 선보이는 등 고객 관점의 서비스 제공에서 차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입자들이 삼성증권과 함께 연금 관리에 대한 좋은 경험을 만드시고, 자산을 든든하게 키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삼성증권
삼성증권이 올해 신설한 연금센터는 오랫동안 자산관리 분야에서 입증된 경쟁력을 연금 서비스에 접목한 연금 전문 프라이빗뱅커(PB)의 거점 조직이다. 삼성증권 연금센터는 PB 경력 평균 10년 이상의 인력이 연금 전문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해 포진해 있다. 주요 거점 3곳 서울(삼성타운연금센터)과 수원(중부연금센터), 대구(영남연금센터)에 위치해 전국의 가입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2분기 퇴직연금의 우수한 수익률에 대해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글로벌 전반의 긴축기조 아래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강력한 리서치 역량을 바탕으로 상품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온·오프라인을 통해 안내드려 자산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해 드린 결과로 생각한다"며 "연금 자산이니 만큼 2분기 수익률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TDF는 투자의 목표시점(은퇴년도)을 먼저 정하고, 운용기간이 경과할 수록 위험이 낮은 안전자산으로 비중을 높여가는 운용방식을 차용하는 상품이다.
초기에 빠르게 자산을 축적하고 나중에 축적된 자산을 보존해서 안정적인 수령에 이르기 까지를 목표로 삼는 펀드다. BF는 자산배분형 펀드라고도 하는데 기대수익과 위험이 상이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자산간의 낮은 상관관계때문에 상품의 위험도가 개별투자의 위험보다 낮아지는 특징을 갖는다.
SVF는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서 투자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이 원리금보장이 되지는 않지만 안전한 상품이다.
높은 유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금리는 낮게 유지된다. 원금손실 위험이 극도로 낮은 상품으로 401K(미국 DC형 퇴직연금)에서도 특히 은퇴가 임박한 가입자들이 자산을 지키기 위해 선택하는 일반적 옵션이다.
SOCF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펀드다. 도로와 항만같은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통행료 등을 수취해 수익원으로 배분하는 형태다. 10년 이상의 장기투자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기능과 분산효과가 높은 상품이다.
유 본부장은 이 중 추천하는 퇴직연금 상품으로는 단연 TDF를 꼽았다.
그는 "빈티지, 즉 목표 은퇴 시점이 정해져 있는 TDF가 퇴직연금 운용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다"며 "TDF는 생애설계를 기반으로 고안된 상품으로 연금자산 운용에 있어서는 젊을수록 인적자산 가치가 높기 때문에 투자자산은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시간이 지나 자산이 쌓이고 은퇴가 다가오면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축적된 자산을 보존하는데 초점을 맞춰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TDF 상품은 상품명 뒤에 2030, 2040, 2050과 같은 연도가 표시돼 있는데, TDF2050은 2050년 은퇴를 목표로 하는 사회 초년생에게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는 상품으로 투자형 비중이 높게 구성돼 있어 고수익을 추구한다"며 "시간이 경과하면 펀드내에서 자동적으로 투자형 비중을 낮추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여 운용하고 2050년에 가까이 갈 수록 주식보다는 채권비중이 높아지게 돼 자산의 보전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펀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고객이라면 안전자산 비중이 이미 높아져 있어 안정적인 운용을 추구하는 TDF2030 빈티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노후/사진=연합뉴스
그는 퇴직연금의 원금손실 우려에 대해서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원금보장에만 집중하면 은퇴 시 실질 생활비로서 제역할을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초년생과 같이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투자가 망설여 지신다면, 앞서 말한 연금에 특화된 TDF를 활용해 보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 "보통 연금을 굴릴 때 장기투자, 분산투자, 자산 리밸런싱을 강조하는데, TDF는 이 3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투자성향에 따라 TDF 빈티지, 투자비율을 조정해 장기 운용하면, 투자자산으로 연금을 굴림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 본부장은 퇴직연금시장에서의 로보 어드바이저(알고리즘에 의해 자동화된 운용자문 서비스) 활용 가능성에 대해 "최근에는 개인개인에 따라 맞춤형태의 운용을 지향하고 있다"며 "퇴직연금에서 로보 어드바이저는 일임이 불가해서 자문 방식으로만 제공되고 있고 알고리즘에 따라 개인의 특성에 맞춰 최적의 상품과 비중 추천을 하면 가입자가 매번 의사결정을 해야 투자가 진행되는 형태"라고 전했다.
이어 "삼성증권에서는 2022년 1월 증권업계 최초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연금S톡을 오픈했다"며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의 투자성향과 소득, 연령 등을 입력하면 이를 55개 유형으로 세분화해 각 유형에 맞는 펀드들과 각각의 비중을 제시하는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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