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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드러눕거나 지나는 차를 뒤쫓는 등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를 하며 운전자를 조롱하는 아이들의 사진이 확산돼 많은 이들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 교육 요망! 학부모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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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6일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민식이법 놀이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최초로 작성된 글 본문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두 장의 사진이 첨부됐습니다.
첫 번째 사진에는 한밤중 초등학교 앞 건널목에 검은 옷을 입은 아이 두 명이 누워 태연하게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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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 인근 도로에서 촬영된 또 다른 사진에서도 사거리 횡단보도에 대(大)자로 뻗어 누워 있는 남자아이 두 명이 담겨 충격을 안겼습니다.
두 사진 속 인물이 동일한 인물인지는 파악되지 않았고, 정확한 촬영 날짜 역시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최근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민식이법 놀이", "호수공원 X자 신호등 사거리", "아이들 교육 요망! 학부모 공유!"라고 적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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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전문가들은 "이들이 도로에 누워 있는 것은 스쿨존을 지나는 운전자를 놀라게 하기 위한 '민식이법 놀이'의 일환"이라 봤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스쿨존에서 운전하는 차량을 방해하기 위해 구역 내 들어온 차량을 대상으로 도로에 눕거나, 갑자기 뛰어드는 등의 행위를 '민식이법 놀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민식이법 놀이는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 법 시행 이후 관련 사례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운전자가 조심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MBC
2019년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과속 차량에 치여 숨진 김민식 군 사망사고를 계기로 제정된 민식이법은 2020년 3월 시행됐습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안전 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상해 교통사고를 내면 가중 처벌하는 법으로,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만 12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도해도 너무하네”
2021년 11월 5일 유튜브 '한문철 TV'에는 "초등학교 바로 앞에서 민식이법 놀이하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습니다.
영상에는 2021년 11월 2일 오후 3시께 전북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영상 속 도로 한가운데에 드러누웠던 세 명의 아이들은 차가 다가오자 몸을 일으켜 차도 한 쪽으로 이동했고, 이후 차가 가까이 오자 춤을 추며 운전자를 약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자 두 아이는 보도로 도망을 쳤지만, 한 아이는 끝까지 남아 춤을 추다 차 앞으로 뛰어 맞은 편 보도로 향했습니다.
차량은 아이들이 다 사라진 걸 확인한 뒤에야 출발, 영상을 제보한 운전자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민식이법 놀이 같은데 해도 너무한 것 같다"라며 분노했고 이 모든 일은 20초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일어났습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 역시 "이 학교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너무한다. 학부모님들, 선생님들. 각별한 지도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023년 7월 6일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는 "도로 위,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라는 주제로 민식이법 놀이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날 공개된 2023년 6월 2일 기록의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도로를 달리는 차를 달려 따라와 위험한 순간이 만들어졌습니다.
한문철 변호사는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벌금 500만 원 이상"이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한문철 변호사가 "그러니까 운전자들이 어린이를 무서워한다"라고 설명하자 박미선은 "차가 애들을 무서워하니까 재밌어서 더 덤비나 보다"라고 말을 얹었습니다.
한동안 잠잠해진 줄 알았던 민식이법 놀이 사례가 또 다시 제보되자 한문철 변호사는 "부모님이 절대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이수근은 "저는 그냥 못 지나친다. 내려서 무조건 혼낸다"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유행하는 ‘10대 범죄’, 왜?
인스타그램
한편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SNS에 해시태그 '소년원'을 검색하자 2023년 8월 28일 기준 관련 게시물들이 2,0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년원출신'이나 '소년원출소' 등도 각각 90만 건, 5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보였으며 상당수는 "소년원을 다녀왔다", "소년원에 곧 가게 된다"라는 게시물로 확인됐습니다.
소년원 관련 질문을 받는다는 한 게시물에는 "거기 사람들 무섭나요?"란 질문이 올라오자 "은근 다 착해요"라는 답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9호 처분(6개월 이하 단기 소년원 송치)은 어떻게 받나"란 질문이 올라오자 "판사 앞에서 울면 봐줌"이라는 답이 돌아왔고, "소년원 갔다 오면 빽 생기나"라는 물음엔 "친해지면 생기겠지"라는 답변이 아무렇지 않게 오갔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미성년자들이 소년원 경험을 SNS에서 흥미를 끄는 소재로 소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의 특징으로 남들이 겪어보지 않은 경험을 자랑하고 싶은 영웅심리 같은 경우"라고 진단,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일종의 과시욕으로 이러한 게시물들을 올리는 것"이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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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소년원을 경시하고 가볍게 소비하는 분위기가 잘못된 가치관 형성과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윤호 교수는 "소년원을 경시하는 문화가 이어진다면 범죄 억제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며 "특히 범죄를 저지를지 고민하는 '경계선'에 있는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일종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라고 짚었습니다.
곽금주 교수 역시 "아이들은 성인의 조언보다 같은 편이라 생각되는 또래의 말에 더 신뢰를 보내기 쉽다. 도덕관과 윤리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잘못된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MBN
이들 전문가들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범죄를 긍정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글·영상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곽금주 교수는 "플랫폼 차원에서 자체적인 규정을 만드는 등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정 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만들거나 플랫폼 업체들에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할 필요성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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