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한 주택가에 나타난 흉기 난동범을 진압한 경찰이 치킨과 소주를 주며 설득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흉기 8개를 소지한 채 난동을 부린 30대 남성은 경찰의 이런 설득 끝에 스스로 흉기를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 빌라 일대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경찰이 주변 주택가를 통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7시 26분쯤 서울 은평구 갈현동 구산역 인근 빌라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린 피의자 30대 후반 A 씨에게 경찰이 치킨과 소주를 제공했다고 조선일보가 27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A 씨는 사건 당시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양손에 흉기를 든 채 난동을 부렸고, 경찰과 2시간 넘게 대치했다.
경찰은 당초 현장에 특공대원 21명과 강력팀을 투입했으나, A 씨가 자해하겠다는 식의 위협을 하자, 테이저건 등은 사용하지 않고 대화로 A 씨를 설득하려 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 주택가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30대 후반 남성이 경찰과 2시간 넘게 대치하고 있다. 온라인에 확산한 당시 사진 / 뉴스1-X(옛 트위터) 캡처
이 과정에서 A 씨는 "어머니와 외삼촌을 불러 달라", "소주를 사 달라"는 등 여러 요구를 했고, 경찰은 최대한 A 씨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설득 과정 중 피의자가 치킨과 소주를 요구했다"며 "협상 책임자가 상호신뢰 관계 형성을 위해 치킨과 소주를 (A 씨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경찰이 제공한 치킨과 소주를 실제로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경찰의 설득은 결국 통했다.
A 씨는 이날 오후 10시 5분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가지고 있던 흉기는 모두 압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술을 마신 뒤 거리에서 흡연을 하다 한 행인이 '연기가 난다'며 지적하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흉기는 A 씨 자동차 트렁크에 보관돼 있었다.
그는 차에서 꺼낸 흉기 2개를 양손에 들고 나머지 6개는 가방에 넣은 상태로 주변에 위협을 가했으나,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A 씨는 경찰에 "혼자 술을 마시고 자해하려고 했다"는 식의 진술을 했다.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흉기를 들고 경찰과 2시간 넘게 대치한 30대 남성 A씨가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6일 밤 갈현동 주택가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배회하다 경찰과 대치 끝에 검거됐다. / 뉴스1
서울 은평경찰서는 자신을 설득하던 경찰관을 위협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28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석,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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