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몰입감을 떨칠 수 없는 영화 '잠'을 향한 봉준호 감독의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이미 칸의 선택을 받으며 주목을 받은 '잠'은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는 배우들의 열연, 섬세한 연출 등으로 개봉 전부터 큰 호평을 얻고 있다. 데뷔작이 맞나 싶을 정도로 훌륭한 실력을 발휘한 유재선 감독의 첫 행보에 쏠리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잠'의 유재선 감독, 배우 이선균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참석한 '잠'의 스페셜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번 스페셜 GV는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김포의 전국 5대 도시에서 진행된 최초 시사회인 동시에 상영 종료 후 GV가 라이브로 동시 중계됐다.
오는 9월 6일 개봉되는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앞서 '잠'에 대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는 호평을 전했던 봉준호 감독은 이날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후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부 출신으로, 봉준호 감독의 적극적인 추천과 응원에 힘입어 '잠'을 데뷔작으로 내놓게 됐다.
'잠'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을 시작으로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이어 판타스틱 페스트까지 초청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재미있고 유니크한 영화, 영화적인 영화가 나와서 반갑다. 영화의 힘을 느끼게 한다"라며 "긴장감을 느끼고, 연기를 보면서 빨려드는 느낌을 받는 것을 봤을 때 '스크린에서 봐야 하는 영화는 뭘까' 다시 생각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늘 제 옆에 앉은 관객 두 분이 자막 올라갈 때 '너무 재미있다'라고 얘기를 하시더라. 이 두 분의 반응이 전체 관객의 반응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라며 "톤앤매너, 아이디어 전개 방식이 새롭다. 관객들이 반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과 유재선 감독이 나눈 일문일답.
- 시나리오와 편집본을 미리 봤기 때문에 전개를 알고 있음에도 94분 동안 빨려 들어갔다. 긴장감이 높았다. 제 옆에 계셨던 관객들도 완전 깊게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지금으로 치자면 모든 관객이 휴대폰을 망각하게 되는 고몰입의 상태를 추구했는데 그분이 봐도 칭찬했을 것 같다. 기쁘지 않나?
"저는 봉준호 감독님이 옆에 앉으면 집중이 안 될 것 같은데 몰입감 있게 봐주셨다니 정말 감사하다. 저도 맨 뒷자리에서 봤는데 그런 몰입도 기준을 휴대폰 보는 빈도수로 한다면 정말 만족스럽다."
- 두 배우의 케미가 대단했다. 공포스러운 부분을 빼고 생각하면, 깨가 쏟아지는 장면은 로맨틱 코미디로 접근했다가 순식간에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전환되는 템포가 대단했다. 기묘한 현실감을 주는데 첫 작품을 이런 엄청난 배우와 함께한 것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고 미팅을 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초현실적이었고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선균, 정유미 배우는 한국 영화계에서 연기력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배우들이지 않나. 캐스팅 보드를 돌려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를 하기 위해선 비현실적인 관문이 많다. 안 되면 다른 연출팀에 합류해야지 하는 방어기제가 있었다. 그러다 미팅이 성사됐을 때 '만들 수 있구나'라고 현실화가 됐다. 이제 연출팀 모자가 아니라 감독의 모자를 쓰고 만드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 다 연기를 너무 잘해주셔서 대사하고 동선대로 해주실 때 소름이 돋았다. 감정 소모가 되는 연기를 할 때는 압도가 된 나머지 컷을 외치는 순간 많이 딜레이가 됐다. 이 자리를 빌려서 정말 감사드린다."
- 정유미 배우의 신들린 연기도 대단했지만, 이선균 배우는 상대를 돋보이게 해주고 작품 전체를 위하는 배우다. '화차'에서 김민희 배우를 활짝 꽃피우게 해줬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상대 이마 앞에 정확하게 크로스를 넣어줘서 골을 넣게 만든다. 데뷔작에서 이 두 사람과 좋은 기회를 맞이했는데 부부의 장면들을 배분하면서 어떤 전략을 세웠나?
"두 배역 캐스팅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정유미 배우가 현수를 누구로 생각하냐고 묻더라. '현수가 해야 하는 연기는 난이도가 높다. 수진은 교과서적으로 하면 되는데 현수의 행간이 많고 리액션이 미묘한 연기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가 해야 한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선균 배우 얘기를 하니까 '같이 하면 너무 좋겠다'라고 했다. 이선균 배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 좋아했다.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딱히 고민하고 걱정할 것이 없었다. 제 앞가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리딩을 할 때 '그냥 하면 되잖아' 하는 느낌이라 자신감을 주셨다. 감정을 잡기 위해 시간을 드리겠다고 하면 '그런 거 하지 마라'라고 하신다. 본래 모습대로 있다가 액션 하면 그 캐릭터로 변신했다. 저는 연기 외적인 것을 보완하고 제 일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됐다."
- 오프닝을 보면 웃기다가 공포스럽다가, 꽤 여러 번 그런 것이 교차한다. '오빠' 하다가 '야!'라고 소리친다. 또 베란다에서 무섭다가 강아지가 나오면서 긴장이 풀린다. 자고 있는 남편을 때리는 것이 재미있다가 슬리퍼가 잡히면서 또 텐션을 준다. 이 오프닝에서 정교한 톤앤매너가 구축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밀어붙인 것이 대단했다. 서스펜스가 크다가도 의사에게 약병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면서 웃음이 터진다. 공포영화지만 기이한 유머가 담기고, 정교하게 구축이 된 부분이 흥미로웠다. 생활감, 사실적인 면을 어떻게 담아내려 했나.
"좋은 배우 덕분에 향상되고 더 자연스러워졌다. 유쾌한 레이어가 전반을 아우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레퍼런스는 당시 여자친구이자 지금의 아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떨까' 하며 키득거리면서 썼던 것이라 강조가 된 것 같다."
- 등장하는 강아지는 한 마리가 연기했나.
"1견 2역이다.(웃음) 연기를 너무 잘하는 프로 강아지다. 원래 이름은 뽀식이다. 데뷔 영화에서 되는 것이 아기 캐스팅, 강아지 캐스팅인데 저는 두 개의 철칙을 다 어겼다. 하지만 아기와 강아지 모두 트러블을 주지 않을 정도로 프로였다. 뽀식이는 후추 연기를 할 때 두 테이크만 갈 정도로 캐릭터에 동화가 됐다. 반면 앤드류 때는 캐릭터 이해를 못 했는지 열 번의 테이크를 갔다. 제 연출 부족이었다. 향후 강아지 나오는 영화엔 뽀식이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한 배우였다."
- 영화다운 영화가 나온 것 같고 다음에 어떤 영화를 찍을지 궁금한데 차기작 구상한 것이 있나.
"이제 데뷔를 했고 아직 개봉도 안 했다 보니 다른 작품에 집중할 시간은 없지만 두 가지 정도가 있다. 미스터리 범죄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가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그렇게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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