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대학 학생회관은 왜 도서관보다 더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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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세] 대학 학생회관은 왜 도서관보다 더러울까?

여성경제신문 2023-08-27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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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왠지 모를 퀴퀴함, 여러 군데 어질러진 물건들. 언뜻 보기에도 낡은 외벽. 발길을 들이려다가도 주저한다. 그러나 많은 학생의 생활 터전이다. 서울 시내 대학교 학생회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A 대학교 학생회관 내부. 바닥과 벽에 낙서가 많다. /전민제
A 대학교 학생회관 내부. 바닥과 벽에 낙서가 많다. /전민제

“추레하긴 마찬가지”

대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우리에게 학생회관이 ‘집’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서울 A 대학교에서 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하는 재학생 김모 씨(20)는 “공연 준비로 바쁠 땐 학생회관으로 거의 출퇴근한다. 동아리방에서 밤을 새운 적도 많다”라고 말했다.

“학생회관에 가면 항상 친한 사람들이 있으니 공강(강의와 강의 사이 비는 시간)에도 동아리방을 들른다. 여럿이 떠들면서 아이디어 공유도 하고 배달을 시켜 식사도 같이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다.”

서울 A 대학교 학생회관 /전민제
서울 A 대학교 학생회관 /전민제

학생회관만큼이나 대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도서관이다. 많은 대학생은 학생회관이 도서관보다 더럽다고 말한다. 관리 측면에서 학생회관과 도서관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알아봤다. 이를 위해 서울 시내 3개 대형 종합대학 학생회관과 도서관을 비교했다.

그 결과, 세 대학 학생회관은 모두 도서관보다 청결도가 훨씬 떨어졌다. A 대학 학생회관에선 잡동사니가 늘어져 있었고 일부 천장이 부서졌고 모서리엔 거미줄이 처져 있었다. B 대학 학생회관도 어수선한 분위기에 건물 벽 사이의 균열이 많았다. 지난해 내부 리모델링을 진행했다는 C 대학 학생회관도 추레하긴 마찬가지였다. 곳곳에 짐들이 널려 있었다.

“초미세먼지 나쁨”

필자가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본 결과, C 대학 학생회관 1층 내부의 초미세먼지 수치(PM2.5)는 60μg/m³로 도서관 1층 내부의 초미세먼지 수치(7μg/m³)보다 8배 이상 높았다. 이 학생회관의 수치는 한국 통합대기환경지수(CAI)의 ‘초미세먼지 나쁨’에 해당한다.

세 대학 도서관은 모두 낙서나 어질러진 짐들이 전혀 없었다. 이들 도서관 내부 열람실은 고급 카페처럼 보였다. 세 대학 도서관에서 만난 학생들은 “도서관은 학생회관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청결하다”라고 단언했다.

C 대학 학생회관과 도서관의 초미세먼지(PM2.5) 수치를 비교했다. 학생회관(60μg/m³)이 도서관(7μg/m³)보다 훨씬 높았다. /전민제
C 대학 학생회관과 도서관의 초미세먼지(PM2.5) 수치를 비교했다. 학생회관(60μg/m³)이 도서관(7μg/m³)보다 훨씬 높았다. /전민제

학생회관은 왜 하나같이 더러울까? 대학 측은 학생회관이 교내 다른 건물들과 같은 방법으로 유지 보수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A 대학 학생지원부 관계자는 “학생회관 건물의 유지와 보수는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진행한다. 내부 청소도 학교 전체에 걸쳐 일괄적으로 진행한다. 면적 대비 투입 인원과 시간이 정해져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학생회관은 학생들의 자치 공간으로서 공간 분배와 관리는 학생들의 몫이다. 대다수 학교는 학생회 내부 회칙 규정에 따라 학생회관 공간을 배정한다. 동아리연합회장 최모 씨(21)는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현재 학생회관 내 공실이 없다. 대기 중인 동아리 몇 개가 있다”고 전했다.

A 대학 학생회관 부서진 천장/전민제
A 대학 학생회관 부서진 천장/전민제

결국, 학생회관 곳곳의 어질러지고 더러워진 공간은 ‘학생 자치’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축구 동아리 소속 노모(22) 씨는 “부족한 공간 때문에 짐을 방 밖 복도에 놓는 동아리가 많다”라고 말했다.

학생회관 내 각 방의 상태는 동아리원이 아닌 이상 알기 어렵다. 학생 스스로 청결히 관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동아리 활동이나 공연 준비로 늦게까지 학생회관에 머무는 학생들은 배달로 식사를 해결한다. 그러나 학생회관 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은 제한적이었다. 취재한 세 개 학생회관 곳곳에서 악취가 났다.

청결해 보이는 C 대학 도서관 내부 /전민제
청결해 보이는 C 대학 도서관 내부 /전민제

농악대 활동을 하는 김모(20) 씨는 “여름이라 음식물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는데,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제대로 처리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봉사 동아리 소속 손모(25) 씨는 “곳곳에 있는 낙서와 스티커가 학생회관을 더욱 어수선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그는 “학생회관에서 방을 운영하는 학생들이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학생회관이 너무 더러워 학생회관에 입주한 동아리 학생조차 학생회관 이용을 최소화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스쿼시 동아리원 류모(23) 씨는 “화장실도 그렇고 학생회관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필요할 때를 제외하곤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러닝 동아리원인 이모(22) 씨도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 수면실인데 이 수면실조차 깨끗하지 않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꼭 낮잠을 자야 하는 학생은 다른 건물의 소파를 이용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전민제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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