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다겸 기자] 국민연금이 현행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경우, 속출하는 조기수령 신청자에 합계 출산율까지 감안하면 1990년생부터는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지난 정부가 포기한 연금개혁을 윤 정부도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입은 향후 20년 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제5차 재정추계를 통해 현재 약 974조원(올해 5월 기준)인 국민연금이 2024년 최대 1755조원까지 누적될 것이다"고 밝혔다. 20년 동안은 지출보다 보험료나 기금투자 등의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2042년부터 적자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의 지출이 총 수입보다 커지면서 적립금이 서서히 줄어들다 2057년 완전히 고갈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2033년부터는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되는데, 이대로라면 2055년 만 65세가 되는 19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 수령이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2019년 이후 4년 간 평균 연금 조기 신청자 수는 약 5만명이다. 올해는 4월까지만 이미 4만 5000명이 신청해 연 평균 수준에 근접했다. 현재까지 조기 신청 누적 인원은 약 80만명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생산 연령 대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론 미래 세대 가입자 1명이 1.43명의 연금을 책임지게 된다.
이에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 인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으나 여론이 만만치 않다. 재정계산위원회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올리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으며 이는 재정 확보를 통해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을 늦추겠다는 생각이다.
이 경우 5년 동안 보험료를 12%까지 인상한다면 연금 재정수지 적자는 기존의 2041년에서 2047년으로 늦춰지며 기금 고갈도 기존의 2055년에서 2063년으로 늦춰지게 된다.
이에 여론은 반대 의견이 거세기만 하다. 직장인은 직장과 반반 부담하는 보험료율이 약 7.5%까지 인상된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의 약 71%가 보험료율 인상에 반대했다.
길게는 40년 가까이 연금을 강제 지출하는 상황에서, 납부금은 늘고 수령 액이 줄기 때문이다. 연금 개혁이 반복될 때마다 소득 대체율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 대체율이란 개인의 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 비율이다.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소득 대체율은 70%에 육박했다. 그 후 연금 개혁을 거치면서 1998년 60%, 2007년 50% 현재는 42.5%까지 줄었다. 2028년은 40%까지 떨어질 예정이다. 심지어 이는 ‘명목’ 소득 대체율로 ‘실질’ 소득 대체율로 계산하면 더 내려간다.
국민연금에 돈을 적금하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더군다나 2055년 기금이 고갈된다면 만 65세가 되는 1990년생 이후 출생자들에게 국민연금은 보상없는 족쇄에 가깝다.
올해 프랑스는 2조 5000억원 연금 적자로 개혁 시위가 터졌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 수령 개시 최소 연령을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연금을 100% 받기 위해선 보험료 납부 기간을 기존의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리는 개혁을 단행했다.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은 프랑스 21%, 우리나라는 45%에 달한다. 게다가 프랑스 연금 보험료율은 약 20%로 우리나라 대비 2배 가량 높다. 우리나라가 프랑스보다 노령 인구 비율이 2배 높지만 누적 금액은 2배 낮을 거란 얘기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를 밀어붙였다.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처한 상황을 비슷한 점이 많다. 수령자는 많은데 연금을 낼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프랑스와 우리나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거센 반대에도 밀어붙이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린 15년만에 연금개혁 특위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대안은 없다. 당초 4월까지 개혁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현재까지 연기된 상태다. 참여 의원도 고작 13명 남짓이다.
당장은 국고에 돈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니 급하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지만 표심에 흔들린 안일한 대처는 고령 빈곤으로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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