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일본 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결정함에 따라 1차적으로 내년 3월까지 매일 약 500t(톤)의 오염수가 태평양 바다로 흘러가게 된다.
환경단체와 태평양 인근 국가들은 일본 정부를 향한 규탄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정작 우리 정부는 방류 결정 과정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어 "일본 정부의 무책임과 한국 정부의 방조가 낳은 합작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방류 저지를 위한 비상행동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22일) 관계 각료회의에서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하겠다고 결정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도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3월까지 약 3만1천200t의 처리수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오염수 전체 양의 3%에 해당한다.
이날 도쿄전력 관계자는 '신중하게 적은 양부터 방류를 개시한다'는 방침에 따라 두 단계로 나눠 방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첫 단계에서는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를 수조로 옮겨 삼중수소 농도를 직접 확인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설비의 안전성과 운용 절차를 파악하기 위한 방류를 실시할 방침이다.
우선 가장 먼저 바다로 보낼 오염수 약 7천800t 가운데 1t을 바닷물 1천200t과 혼합한 뒤 대형 수조로 옮겨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한다. 여기서 별다른 문제가 확인되지 않으면 매일 오염수를 약 460t씩 방류하게 된다.
도쿄전력 측은 오염수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긴급 차단 밸브가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도 5약 이상의 지진, 지진해일과 높은 파도에 따른 주의보 발령 등의 변수가 발생할 경우에는 해양 방류를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주중 일본대사 초치.. 중국, 홍콩 등 수산물 수입 통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조짐
일본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국제 사회는 일제히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일본 정부 발표 직후 베이징 주재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신화망(新華網)과 인민망(人民網) 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이날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24일부터 방류하는데 항의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부장은 다루미 대사에 "오염 처리수를 바다에 방출하는 계획에 중대한 우려를 갖고 강력히 반대한다"며, "일본이 국제사회의 거센 의문 제기와 반대를 도외시하고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오염 처리수 방출이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공공연하게 방사능 오염을 전가하고 지역과 세계 각국의 장기적인 복지보다는 일본 이익을 우선하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다루미 대사는 "일본은 과학적 관점에서 높은 투명성을 가지고 성실하고 정중한 설명을 계속해 왔다. 중국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하지 않은 주장을 하고 있는 점은 유감이다"고 반발했다.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은 22일 발표 직후 일본 수산물에 대한 수입 통제를 시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2일 중국 중신왕 등에 따르면 셰잔환 홍콩 환경생태국 국장(장관급)은 이날 오후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기자회견에서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수입 금지 대상은 후쿠시마, 도쿄, 지바, 이바라키, 도치기, 군마, 미야기, 니가타, 나가노, 사이타마 등 일본 10개 현의 수산물이다. 모든 종류의 활어를 비롯해 냉동, 냉장, 건조 또는 기타 보존된 수산물, 바다 소금, 신선 해초 및 가공 해초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22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환경생태국장(장관) 및 관련 부서에 즉각 수입 통제 조치를 시작할 것을 지시했고, 홍콩 식품 안전과 시민의 건강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수산물 뿐만 아니라 일본산 농산물, 화장품 등 제품 전반에 대해서도 다양한 보복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설 경우 양국간 무역 분쟁으로 비화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정부는 한발 뒤로 물러서고, 대신 민간이 동원된 대규모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글로벌타임스 등 일부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 대중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일본 제품에 대한 광범위한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있다"며 불매운동을 유도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보낸 바 있다.
그린피스 "일본 정부의 무책임과 한국 정부의 방조가 낳은 합작품" 비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22일 성명에서 "원전 사고로 생성된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 방류는 지구 상에 전례 없는 일로 해양 생태계와 인류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본 어민은 물론 태평양 연안 관계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국제 해양법 위반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은 기존 오염수의 장기 저장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아끼려는 궁색한 선택일 뿐"이라며 "일본 정부의 무책임과 한국 정부의 방조가 낳은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은 "일본 정부는 현실을 놓고 솔직한 토론을 벌이는 대신, 거짓 해결책을 선택했다"며 "전 세계 바다가 이미 엄청난 환경적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수십 년에 걸쳐 계획적으로 해양 환경을 방사성 물질로 오염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 일본지부의 다카다 히사요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지역 주민, 일본 국민 뿐 아니라 국제사회, 특히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양 방류 일정을 발표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100시간 비상행동 돌입, 촛불집회... "日 핵오염수 방류, 제2 태평양 전쟁으로 기록될 것"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일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싸잡아 비판하며 방류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제2 태평양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제국주의 침략 전쟁으로 주변국 생존권을 위협했던 일본이 핵 오염수 방류로 대한민국과 태평양 연안국들에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오려 한다"면서 "향후 오염수 해양 투기로 인해 발생할 모든 피해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며 "오늘 저녁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주말 장외투쟁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국가의 책무를 저버린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전했다.
전날 민주당은 일본 정부 발표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한 후 긴급의총을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의원총회 직후 일본 대사관을 항의 방문했다.
민주당은 23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피켓을 내걸고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에 나선다. 이후 국회 본관에서 국회의원과 수도권 지방의회 의원, 보좌관 등 1000여명 규모의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24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용산 대통령 앞까지 항의 행진을 한다. 100시간 비상행동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광화문에서 시민사회와 함께 총집결 대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 후쿠시마 대책위원장 우원식 의원은 22일 대책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1차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2차 프로그램을 다시 논의해서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주 일요일(27일)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사민당과 입헌민주당이 집회를 연다고 해 우리나라 의원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라며 "아직 48시간 정도가 남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즉각 철회를 요청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시종일관 일본을 대변하기 급급했다. 국민 세금으로 '일본 오염수 안전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정상회담에서도 수수방관했다"고 지적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2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함께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해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들러리 외교에 전 세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테러 행위가 눈 앞의 현실이 된 것"이라며 "당장 일본 어민들이 나서서 반대 운동을 벌이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도리어 일본 정부를 대변하고 있으니 이것이 테러 방조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부터 핵오염수 투기까지,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내각이 정치적 제휴를 맺었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며 "기시다 내각 연출, 윤석열 정부 주연의 부조리극을 끝내야 한다. 정의당은 국민 안전, 주권국가의 책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과학적·기술적 문제 없다" 국민의힘 "상황 관리 가능.. 어민 대책 마련"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을 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22일 이같이 말하며 "우리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의 확인과 점검 절차를 마련해두고 실제로 방류가 이뤄졌을 때 이러한 절차들이 빈틈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쿠시마 방류가 사실화된 데 대해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느냐'는 김회재 민주당 의원 질의에 "잘 되고 못 됐다고 할 결정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사죄나 사과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그럴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IAEA는 전 세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아주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라며 "유엔 산하기구의 공신력을 우리가 의심한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 과정을 국민 건강 안전을 위해 최대한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야당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되려 비판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일본이 약속한 오염수 관련 사항 중 사소한 거라도 변동이 생기면 즉시 방류중단을 요구해 관철할 것"이라며, "우리 해협과 수산물 안전 감시도 강화할 것이며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방류와 관련해 국민 안전 비상사태를 운운하며 규탄대회를 열고 장외 촛불집회까지 한다고 한다"며 "선동과 정치공세를 하는 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반일과 공포 마케팅으로 국민 불안하게 하고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힘든 시간을 보내는 어업인과 소상공인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국익과 민생 해치고 있다"며 "민주당은 반일, 반정부를 외칠 게아니라 어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법을 먼저 논의하는 게 공당으로써 올바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바다지키기검증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라디오에서 "(오염수 방류 상황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자료를 충분히 받고, 주기적으로 현장에 가서 점검하고 체크하는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충분히 상황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민 대책과 관련해서도 성 의원은 "소비 촉진이 가장 중요하고, 생산된 수산물에 대한 비축 문제, 세제와 금융지원 등으로 분류해 여러 형태로 지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대책이 제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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