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는 올 시즌 단단한 필승조를 앞세워 ‘지키는 야구’를 하고 있다. 5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0.936ㆍ44승 2무 3패)과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0.980ㆍ50승 1패)이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반면 역전패는 15회로 가장 적다.
‘지키는 야구’의 중심엔 2년 차 영건 박영현(20)이 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KT에 입단한 박영현은 올해 리그 최고 불펜 투수로 올라섰다. 23일 오전까지 리그에서 가장 많은 56경기에 출전해 59.2이닝을 소화했다. 3승 3패 26홀드 3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막강한 선발 야구를 펼치는 KT는 7이닝을 던지는 선발 투수에 이어 박영현(8회), 김재윤(9회) 3명의 투수로 경기를 깔끔하게 끝내곤 한다. 박영현은 마무리 김재윤의 등판이 불가능한 경기에선 뒷문까지 단속한다. 김민수(31)의 부상, 주권(28)의 부진으로 고민이 많았던 이강철(57) KT 감독은 박영현의 급성장 덕분에 근심을 덜었다.
박영현은 데뷔 첫 30홀드를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홀드왕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19홀드를 기록 중인 공동 2위 노경은(39 ㆍSSG 랜더스), 구승민(33ㆍ롯데 자이언츠)과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22일 KIA 타이거즈전 후 만난 박영현은 “한 달에 홀드 4개씩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벌써 이번 달에 8개째를 올렸다. (홀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당연히 더 들고, 팀이 이기는 상황에 도움이 되고 싶어 더 열심히 던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애초에는 정말 (홀드왕)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좋은 결과가 계속 나오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최대한 홀드를 많이 챙겨서 타이틀 노려보고 싶다”고 힘줬다.
박영현이 리그 최강 불펜 투수로 진화한 비결은 투구폼 변경에 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제 투구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시즌에 은사인 임성헌 유신고 코치님을 찾아가 여러 조언을 구하고 훈련한 결과 제 몸에 딱 맞는 투구폼을 찾았다. 짧았던 팔 스로잉을 키웠다. KT 코치님들도 ‘팔 스윙이 커졌다. 잘 맞는 폼을 찾은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박영현은 지난달 극심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7월 등판한 11경기에서 5홀드를 올렸으나 평균자책점이 9.35에 이르렀다. 당시 박영현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었다. 멘털 문제로 고전하던 박영현을 일으켜 세운 건 유신고 2년 선배 소형준(22ㆍKT)의 조언이었다. 박영현은 “전반기 막판 고비가 찾아오면서 멘털이 약해졌다. 형준 형이 ‘일어나지 않은 일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가’라는 조언 해줬다. 그 말이 나에게 너무 와닿아서 큰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박영현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됐다. 9월 중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다. 대표팀에서도 불펜의 핵 구실을 할 전망이다. 박영현은 “아직 아시안게임 대표팀 얘기가 와닿지는 않는 시점이다. 그래도 이강철 감독님께서 (내가 없는 아시안게임 기간에) 힘들겠다고 말씀하시면 팀에서 중요한 선수라고 느껴서 기분이 좋더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면 대표팀에 집중하면서 우리 팀 경기를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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