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일본 정부가 2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이르면 24일부터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내에서도 어민과 야당의 반대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데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수산업계도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오염수 방류를 위한 관계 각료회의를 마친 뒤 방류 개시 시점과 관련해 "기상 등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대응에 폭넓은 지역·국가로부터 이해와 지지 표명이 이루어져 국제사회의 정확한 이해가 확실히 확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민들의 풍평(소문) 피해 대책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탱크에 보관돼있는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해저터널을 통해 방류할 방침이다.
오염수 방류 기간은 대략 3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와 관련해 "향후 수십 년의 장기에 걸쳐 오염수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정부로서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일본 정부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800억엔(약 7337억5200만원)의 기금을 투입해 어업활동 피해 축소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어민 단체는 반대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은 전날 기시다 총리와 면담 후 기자들에게 "과학적인 안전성을 이해하지만, 과학적 안전과 사회적 안심은 다르다"라며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해서 소문(풍평)에 의한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일본 공산당의 코이케 아키라 서기국장도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관계자의 이해 없이 처리수를 처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전어련이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대다수도 충분한 설명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방류를 시작하면 완전한 약속 위반이며, 방류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중국 "日오염수 방류, 이기적이고 무책임".. 수산물 수입 규제 본격화 전망
방류 시점이 정해지면서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세계 해양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해칠 위험을 무시한 채 핵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국민과 국제사회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일본 정부가 직시하고, 방류 계획을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강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홍콩은 일본 수산물 수출액 기준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방류 개시 전인 지난달부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세관에서 전면적인 방사선 검사를 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수입 규제를 시작한 상태인 만큼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22일 긴급의총 소집 대응책 마련 나서.. 국민의힘 "예의주시"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당내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회'에서 마련한 대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고위전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방류 기점에서 시점까지 어떻게 할지 오염수 저지 총괄대책위에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기로 했다"며 "가안은 나왔는데 조금 더 치밀하게 준비해서 액션플랜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는 '24일 방류 개시' 발표 직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싸잡아 비판하며 오염수 방류 철회를 촉구했다.
정춘숙 원내수석부대표는 "안전성 검증 없이 경제적 논리 하나만으로 진행되는 오염수 투기는 세계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테러 규탄 결의안 발표와 일본 대사관 항의 방문을 시작으로 투기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일본은 기어코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단다"며 "왜 윤석열 대통령은 핵 오염수를 방류하면 안 된다고 일본 총리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느냐. 억장이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최종윤 원내부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로부터 오염수 방류 개시에 대해 공유받았습니까. 못 받았습니까"라며 "일본이 한국 정부를 패싱한 것인지, 아니면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패싱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제 사회에 오염수 방류 저지도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 4당은 지난 17일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진정서를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TF(태스크포스)라든지 관련 상임위 간사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실제 방류가 이뤄진다면 정부 차원에서 입장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부에서는 해야 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물 소비 급감 우려.. 수산업계, 정부 종합 지원 방안 요구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수산업계에서는 '수산물 소비 급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산업계는 수산물 소비 촉진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직접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협중앙회는 '원전 오염수 대책위원회'를 개최, 조만간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대책위에는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등 수산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그간의 정부 및 국회 건의 사항, 실무회의에서 나온 수협의 자체 대응책 등을 종합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산업계에서는 수산물 소비 감소를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의 박준모 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원전 사고 당시 부산감천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일본산 명태와 갈치 거래량은 각각 94.2%, 97.2% 줄었다.
2013년 원전 오염수 누출 때는 국내 전통시장에서 약 40%,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 각각 20% 수준으로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었다고 박 연구원은 전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자국 어민을 위해 소문 피해까지 장기간에 걸쳐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도 수산물 소비침체에 따른 소비 촉진, 정부 비축, 경영안정 대책 등 종합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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