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의 창(窓)] 대통령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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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의 창(窓)] 대통령은 어디에 있나

한스경제 2023-08-21 08:38: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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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요즘처럼 협치(協治)가 절실한 때가 있을까. 모든 분야가 서로 협력해야 하지만 여야가 함께하는 정치는 더욱 그렇다. 여당과 야당은 대립하는 동시에 함께 움직여야하는 수레바퀴다. 싫든 좋든 두 바퀴는 함께 굴러야 한다. 이견은 좁히고 공감대는 넓히면서 지혜를 모으는 게 정치다. 이토록 당연한 이치가 여의도에만 들어서면 어긋난다. 대통령 직선제 아래서 영원한 권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여야는 선거를 통해 공수를 바꿔왔다. 5년 단임 직선제 아래서 견제와 비판은 좋은데, 진영논리를 강화하는 부작용으로 흐른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여의도 정치는 갈 데까지 갔다. 합의를 통해 여야가 어떤 사안을 처리했다는 보도를 접한 지 오래다. 쉴 새 없는 파열음에다 걸핏하면 장외로 도는 파행을 반복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부터 법안 처리까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토론을 통한 합의보다 상대를 악마화한 채 공격하는데 혈안 돼 있다. 누가 더 날카롭게 공격했느냐를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다. 같은 편이라는 이유로 천박한 주장에도 환호한다. 내편은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이분법만 극성이다. 올여름 폭염보다 더 짜증나게 하는 게 바로 여의도 정치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진영 싸움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향후 임명 강행을 놓고 새로운 대치 전선이 형성될 게 분명하다. 사람은 서 있는 곳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다를까 싶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대한 늪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을 통한 언론장악 의혹을 거론하며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 대상이 아닌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장관 임명을 놓고 벌였던 여야 대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야당 공세에 맞선 여당 입장은 정반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무조건 정부 발목잡기’와 ‘이재명 대표 지키기’가 정점에 치닫고 있다. 이 후보자 끌어내리기에 혈안이 된 민주당 행태는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앞서 같은 당 장제원 상임 위원장은 “도둑 제 발 저린 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마지막 발악”이라며 민주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은 언론장악 의혹, 자녀 학교폭력 의혹, 배우자 인사 청탁 의혹이다. 세 가지 모두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직무 전문성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제기할만하다.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에 성실하게 답변할 책무가 있다. 답변이 위증인지 아닌지는 추후 가릴 문제다. 관건은 야당은 근거 있게 비판하고 여당은 합리적으로 방어하는 것이다. 한데 민주당은 이 후보자 사퇴를 전제로 정쟁화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 후보자는 “학교폭력 직접 당사자는 피해자다.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민주당은 피해자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 주장이 사실이라면 침소봉대, 지록위마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보다 중요한 사안은 언론장악 의혹이다. 권력을 이용해 비판 언론을 사찰하고 편집방향에 개입했다면 간단치 않다.

국민의힘은 “편향된 공영방송을 거머쥐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마지막 발악에 불과하다”했지만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은 정권 나팔수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사 자체에 문제가 있겠지만 권력을 이용한 방송 길들이기가 결정적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를 공영방송을 정상화할 적임자라고 했다. 하지만 국정원에서 작성한 사찰 성격 문건에 대해 의아해 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민주당 또한 이 후보자 사퇴를 고리로 국회를 마비시켜서는 안 된다. 국민들에게는 이 후보자 진퇴보다 민생이 더 중요하다.

이럴 때 대통령은 어디에 있나. 이 후보자 임명과 관계없이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대통령의 정치관은 절실하다. 결국 실타래처럼 얽힌 현 상황을 해결할 열쇠는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갖고 있다. 대통령은 소속 정당을 뛰어넘어 국민을 봐야 한다.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은 외교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퍼주기, 굴욕 외교라는 야당 비판이 없지 않지만 보수진영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편향된 외교를 바로잡았다는 시각이다. 윤 대통령이 외교에 쏟은 역량을 10분 1만이라도 야당에 쏟았으면 어떨까 싶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식하고 대화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렇게까지 국정은 엉키지 않았다.

민주당은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한미일 정상회담을 고리로 정부·여당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1특검-4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고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대화를 통해 가능한 사안도 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포용하고 결단하는 자리다. 밉지만 야당도 국민이다. 반대편 목소리까지 들을 줄 아는 게 대통령이다. 곧이어 9월 정기국회, 10월 국정감사다. 언제까지 대치 국면을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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