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증가로 인해 극단적인 산불 발생이 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산불이 다시 기후에 악영향을 주는 듯하다. 하지만 산불이 기후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보기보다 까다로운 일이다.
새까맣게 탄 집들과 치명적인 연기에 휩싸인 도시. 산불이 만들어낸 종말론적인 이미지가 전 세계에서 기후 재앙의 모습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이달 하와이에서는 최근 100년 간 가장 치명적인 산불이 마우이섬을 휩쓸어, 이로 인한 사망자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에선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극단적인 산불들로 인해 불에 탄 국토 면적이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다.
학계에선 인간이 초래한 지구의 기온 상승이 산불의 발생 가능성과 강도를 높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가공할 현상에 대해 우리는 아직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산불의 불길이 꺼진 이후, 기후 시스템에 나타날 변화 및 악영향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화재가 기후에 미치는 가장 광범위한 영향은 나무와 토양에 저장돼 있던 막대한 양의 탄소를 대기로 방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장기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기여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올라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캘리포니아주만 해도, 2020년에 발생한 산불이 캘리포니아주의 16년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무력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선 숲은 다시 자랄 수 있지만 지구 온난화를 1.5℃ 이하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산불이 기후에 미치는 모든 영향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산불로 인한 모든 현상이 온난화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연기 속 미세입자는 햇빛을 차단하고 구름을 밝게 만드는 물방울을 추가로 끌어와 햇빛을 우주로 반사한다. 이로 인해 대기층 아래에서 국지적인 온도 하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온도 하강 효과는 일반적으로 미세입자가 비와 함께 지상으로 떨어질때 까지만 지속된다. 그러나 산불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일시적이던 이런 효과도 그 범위와 지속 기간이 확대되고 있다.
호주에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난 2019~2020년에 연기로 인한 광범위한 온도 하강 효과가 발생해 이것이 최근의 '트리플 딥(triple dip, 3년 연속 이어지는)' 라니냐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연구가 이를 보여주는 한 예다.
따라서 산불로 인해 일어나는 다양한 영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해야만, 산불이 기후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에 인류가 제동을 걸려는 시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거대한 발발
산불의 순 온난화 또는 기온 하강 효과를 계산하려면, 시간대 및 지표면이나 대기권 등 다양한 대기층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연구하는 한 부류가 6~50km 상공인 성층권에서 나타나는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성층권 아래인 대류권의 하단에선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온난화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성층권에는 공기 층이 얇아서 이산화탄소가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하며 성층권의 온도를 떨어뜨린다.
최근까지 학계에선 냉각 과정을 방해할 수 있을 만큼 성층권으로 연기를 밀어 올릴 수 있는 것은 화산이나 핵폭발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형 산불이 적절한 기상 조건과 만나면, 먼지가 섞인 거대한 뇌우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이 뇌우는 하늘을 어둡게 만들고, 불규칙한 바람과 토네이도를 일으키며, 지표면으로부터 8~14km 상공에 거대한 산불 연기 기둥을 세운다. '화재 적란운'이라고 알려진 이 뇌우는 수천 마일 떨어진 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 미세입자를 방출한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 '베게너 기후 및 국제 변화 센터'의 마티아스 스토커는 산불 미세입자에 들어 있는 '블랙 카본(화석연료 등의 불완전 연소를 통해 발생하는 탄소 생성물)이 열을 흡수해 주변 성층권을 상승시키고 따뜻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이 성층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그의 연구에 따르면, 2019~2020년 호주에서 관측된 화재 적란운의 거대한 발발은 연기 기둥이 만들어진 초기부터 성층권에 매우 강한(최대 10℃) 온난화 효과를 일으켰다. 또한 몇 달 후 미세 입자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올 때까지 성층권을 평균 3.5℃ 더 따뜻하게 유지시켰다.
미국 해군연구소 기상학자인 데이비드 A 피터슨은 지난 10년 새 가장 활발한 화재 적란운 생성이 올해 캐나다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피터슨은 화재 적란운 연기의 이동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2013년부터 글로벌 데이터를 구축해오고 있다.
그는 "5월 초부터 캐나다에서 최소 133개의 화재 적란운이 관측됐고, 전 세계적으로는 153개가 관측됐다"고 덧붙였다. 133개는 캐나다의 이전의 계절 최대치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피터슨은 2023년에 관측된 많은 화재 적란운 중에는 2019-2020년 호주의 화재 적란운 거대 발발이나 2017년 캐나다 북서안에서 발생한 것 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가지 화재 적란운 모두 "지난 10년간 화산 폭발이 만들어낸 영향에 필적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성층권 연기 기둥을 만들어 냈고, 그 기둥이 수개월 동안 높은 고도에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성층권 대 대류권
스토커에 따르면 분명 모델 분석에선 산불 화재 적란운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늘고 있다. 산불로 인한 미세입자의 영향이 "성층권의 역학을 변화시키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우려되는 한 가지는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오존층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존층 회복 지연의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학계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성층권 온난화가 날씨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날씨는 거의 대부분 대류권에서 발생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화학과학연구소의 카렌 로젠로프는 성층권의 열 변화는 바람의 순환을 바꾼다고 말했다.
"바람이 바뀌면 성층권에서 파동이 전파되는 방식이 바뀔 수 있으며, 이는 다시 대류권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지표면 날씨에 미치는 영향은 "성층권에 더해지는 열이 어떻게 분포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므로 일반화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토커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가장 큰 사실은 성층권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현상에 산불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커다란 실험입니다. 그런데 저 개인적으로는 변화를 시도해보고 싶지 않아요. 연구자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로) 해로운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알베도(반사도)와 증발
산불은 지상 기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관련된 한 가지 메커니즘은 경관의 알베도, 즉 빛을 반사하는 능력 변화와 관련이 있다. 화재가 발생한 후 불에 탄 표면은 알베도를 감소시켜 표면 온난화를 증가시킬 수 있다. 역으로 숲의 캐노피(숲에서 키가 큰 나무들의 잎사귀 등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지붕)가 줄면, 풀이나 눈 같은 반사체가 더 많이 태양에 노출된다. 그렇게 되면 알베도가 상승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다른 매커니즘은 물의 증발과 관련이 있다. 번성하는 식물은 증산작용을 통해 잎에서 수분을 방출한다. 수분은 토양이나 숲을 덮고 있는 캐노피에서도 직접 증발하기도 한다. 증발이 일어나면 주변 공기는 차가워진다. 그러나 산불이 이를 억제하면, 온난화가 증가한다.
이러한 요인들의 상호 작용을 조사한 2019년 연구에 따르면, 화염이 꺼진 후에도 평균 지표면 온도는 최소 5년간 산불 이전보다 높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몬태나 대학교의 생태학 연구원이자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지화 리우는 증산량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더 심각한 화재가 발생하거나 산불 빈도가 늘어난다면, 이 같은 지표면 온난화가 기후 온난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후 온난화, 식생 역학, 화재 간의 상호 작용은 매우 복잡합니다. 우리는 아직 그것을 완전히 규명해내지 못했습니다."
'거대한 실험'
산불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전반적인 영향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상호 작용 및 시간 척도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스토커는 "우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시급히 줄여야 할지를 알아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산불로 인한 순수 결과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산과 산불 연기의 냉각 효과를 시뮬레이션한 태양 지구공학에서는 성층권에 인위적으로 미세입자를 뿌리면 기후 변화로 인한 최악의 영향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했다.
하지만 스토커는 산불의 무수한 영향을 완전히 모델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지구공학이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산불 연구를 통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거대한 규모의 지구공학 시나리오를 시도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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