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무더위 피해 왔지만 쉴 수 없는 무더위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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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세] 무더위 피해 왔지만 쉴 수 없는 무더위 쉼터

여성경제신문 2023-08-19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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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6월의 마지막 날, 동대문구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방아다리 경로당’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방충망만 닫혀 있었다. 더운 날 20분가량 걸어 도착한 경로당에는 선풍기 하나가 외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실내의 온도계가 가리키는 숫자는 ‘30.’ 시원한 무더위쉼터를 기대했지만, 경로당 구석에 자리한 에어컨은 꺼져있었다. 방아다리 경로당의 총무 손민덕 할아버지는 “전기세가 올라 지원금만으로는 에어컨을 틀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내온도가 30도지만 방아다리경로당의 에어컨은 꺼져있다. /유승하
실내온도가 30도지만 방아다리경로당의 에어컨은 꺼져있다. /유승하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의 무더위쉼터는 6만247곳이며 서울특별시에만 4086개의 무더위쉼터가 있다. ‘폭염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무더위쉼터를 지정하고 팻말도 내걸었지만, 실상은 무더위를 피할 만큼 시원하지 않다.

7월 7일 점심쯤 방문한 성북구 호암경로당은 밥 짓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밥솥과 냄비 앞에 선 어르신의 얼굴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한 손엔 부채를 쥐고, 다른 한 손엔 손수건을 들고 땀을 닦아냈다. 에어컨 온도는 27도에 멈춰 있었다. 온도를 낮추어야 시원해지는데 전기료가 많이 나와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

서울시는 6월부터 9월까지 한 달에 5만5000원의 무더위쉼터 지원금을 지급한다. 전기요금 상승으로 지난해 지원금 5만 원보다 5000원 인상된 금액이지만 급격히 오른 전기료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kWh당 40.4원 올라 인상률은 39.6%에 달한다.

소비전력이 1800W인 에어컨을 일평균 9시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월간 전력 사용량은 486kWh이다. 사회복지시설 할인 요금을 적용해도 한 달 전기요금은 8만 원이 넘는다. 방아다리 경로당에 있는 에어컨 두 대를 모두 가동하면 16만 원 이상인 셈이다.

17일 정오에 개운경로당의 문을 열어보니 어르신 10여 명이 성인 5명이 누우면 꽉 찰 만큼 좁은 거실에 모여있었다. 경로당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지만, 에어컨은 거실에만 설치돼있다.

개운경로당의 총무 A할머니는 “사람이 많은 날에는 25명 정도 오는데 에어컨은 한 대뿐”이라며 “여름에는 다른 방에 들어갈 일이 없다”고 말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경로당 면적별로 에어컨 개수가 정해진다”고 밝혔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인원수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경로당 면적만을 고려해 에어컨 대수가 정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일 오후 6시 ‘안암동 3가 경로당’ 앞에서 근정순 할머니를 만나 집까지 동행했다. 할머니는 오전 9시부터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6시가 되면 집으로 간다. 한여름에는 저녁에도 여전히 덥지만, 그나마 시원한 경로당을 떠나 뜨겁게 달아오른 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구청이 운영하는 무더위쉼터가 오후 6시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무더위쉼터 운영시간임에도 안암동경로당의 문은 자물쇠로 잠겨있다. /유승하
무더위쉼터 운영시간임에도 안암동경로당의 문은 자물쇠로 잠겨있다. /유승하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오후 6시에 서울 기온이 30도가 넘었던 날은 사흘이다. 가장 기온이 높았던 날은 6월 19일로 33.3도였다. 하지만, 기온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무더위쉼터는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폭염특보 발효 시 오후 9시까지 운영되는 연장 쉼터가 있긴 하지만, 전체 무더위쉼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운영 시간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았다. 지난 10일 오후 5시쯤 방문한 안암동 경로당 입구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유승하 고려대 문과대학 사회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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