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75원↑…연고점 경신
내주 한은 금통위 '고차방정식'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70원 넘게 오르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중국 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원화 약세와 연방준비제도 긴축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겹친 것이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를 네 번 연속 동결한 직후 환율이 치솟는 와중, 공교롭게도 다음 주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기준 1342원으로 지난달 17일(1266.6원)보다 75.4원 올랐다.
전날 환율은 1342.5원에 출발해 장중 1343원까지 터치했다. 환율이 1343원에 진입한 것은 5월 17일(1343원) 이후 세 달 만이다.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341.0원으로 연고점을 찍은 데 이어 다음 날에도 고점을 경신한 것이다.
한달 새 환율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종가 기준 1260.4원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지난달 말부터꾸준히 오르면서 4일 1300원대를 돌파했다.
환율이 출렁이는 것은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 때문이다.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나오면서 중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위안화 약세 상황이 아시아 통화 가치를 절하시켜 강달러 현상을 이끄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은 중국 위안화 가치와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다. 원화 뿐 아니라 실제 엔화 역시 전날 달러당 145엔으로 뛰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도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최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상승 위험이 계속 목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통화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지속되는 것도 환율 상승의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오른 것은 미국채 금리 상승세와 중국 부동산 위기론 때문이었지만 오늘 일본시장 등에서 미국채 금리가 좀 꺾이고 중국 외환당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보이면서 환율도 잠시 진정됐다"며 "다만 중국과 미국 시장이 불안정하면서 1350원도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원 내린 1340원에 출발해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며 하락세로 전환, 오후 12시 기준 1338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결정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한 달간 환율이 치솟고 있어서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13일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2·4·5월에 이어 네 번 연속 동결 결정이었다.
이어 미국 연준이 FOMC에서 0.25%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한미 금리 역전차는 2.0%p로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당시 환율이 안정적인데다 외국인 투자금도 유출세가 눈에 띄지 않았지만, 현재 환율 상승으로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외인 투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 채권과 주식을 팔고 향후 더 떨어진 가격에 사면 이득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계부채가 누증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보니 금리 인상 카드 역시 한은에게 부담스러운 형국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부채는 5조4000억원 늘며 네 달 연속 증가했다. 주택 수요가 쏠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된 영향이다. 한은은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두고 오는 24일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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