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펜하이머'
영화 '오펜하이머'가 8월 15일 한국에 개봉했습니다. 죽음의 신이 된 남자, 원폭의 아버지라고 알려진 오펜하이머의 이야기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손에 의해 영화로 탄생됐습니다.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첫 전기 영화로 주목받은 이 작품은 미국 등에선 지난 7월 이미 개봉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앞서 영화가 개봉한 영미권에선 오펜하이머 재조명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오펜하이머 영화 후기와 쿠기, 결말, 명언과 관람 전 알고 가면 좋은 7가지 사실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먼저, 오펜하이머에는 쿠키 영상이 없습니다.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된 '오펜하이머' 후기
영화 '오펜하이머'
2023년 8월 15일에 개봉하는 영화 '오펜하이머'는 동명의 이론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의 시점으로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비평가들을 중심으로 한 영화 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오펜하이머는 94%의 신선도를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는데요. 영화에서는 실제 오펜하이머와 흡사한 외모를 가진 배우를 캐스팅 했으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왼쪽 배우 킬리언 머피 / 오른쪽 실제인물 오펜하이머
또한 오펜하이머가 스쳐 지나간 실제 역사를 구현해낸 디테일 또한 흥미롭다는 후기들도 쏟아지고 있는데요.
트리니티 실험 당시 소소하게 있었던 과학자들 사이의 에피소드, 산스크립트어를 비롯해 다양한 언어에 능통했던 그가 사랑했던 여인 진(플로렌스 퓨)에게 산스크리트어로 책을 읽어주던 순간, 트루먼 대통령을 만났을 당시 나눴던 대화와 같은 이야기들을 그대로 담아내 관객들의 흥미를 돋았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게다가 CG를 최대한 쓰지 않고 영화 만들기를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답게 시각적으로 눈여겨볼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IMAX 전용 흑백 카메라로 촬영한 청문회 장면들을 비롯해 세계 최초의 핵 실험이었던 트리니티 실험을 당시 실제 실험과 가장 비슷한 형태로 구현한 장면은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다만,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관련 역사를 모르고 영화를 보면 버거울 수 있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오펜하이머' 결말 엔딩 해석
영화 '오펜하이머'
한편, 크리스퍼 놀란 감독은 작품의 초반부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제시하며 결말로 이끌어가는데요.
제우스 몰래 불을 뺏어 인간들에게 선사한 프로메테우스는 그 벌로 바위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때 불멸의 존재인 프로메테우스는 몸이 망가져도 재생되기에 끊임없는 고통을 안게 됩니다.
이는 인류의 평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원자폭탄을 발명한 그의 의지와 달리 애달픈 결말을 맞은 오펜하이머의 인생과 닮아있습니다.
역사 속에 큰 이름으로 남아 누군가에게는 구원자로,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신으로 불리며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그의 인생은 프로메테우스의 결말과 비슷한 엔딩을 맞이합니다.
알고 보면 재밌을 '7가지' 사실
영화 '오펜하이머'
◇과학에 앞서 언어 천재였다
1904년 4월 22일 유복한 독일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오펜하이머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신동이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받은 광석 세트를 계기로 7살 때부터 결정(結晶) 구조와 빛의 편광(偏光) 간의 상호작용 등에 관심을 갖고 빠져들었습니다. 12세 땐 오펜하이머가 어린이인 줄 모르고 서한을 주고받던 뉴욕 광물학 클럽 회원이 그를 세미나 연사로 초대하기에 이릅니다. 오펜하이머는 지적 호기심이 매우 커 영어 외에도 그리스어·라틴어·프랑스어·독일어·네덜란드어·산스크리트어까지 총 7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시(詩) 쓰기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노벨상 후보만 세 번…수상은 못해
오펜하이머는 역사가 인정하는 최고의 물리학자였지만 정작 노벨상을 받진 못했습니다. 노벨물리학상 후보에만 1945년·1951년·1967년 세 번 올랐지만 선정되진 못했습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통상 한 가지 분야를 집중해서 연구하고 그 분야에서 성과를 얻어야 하는데 오펜하이머는 여러 분야에서 나온 성과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종합해 또 다른 결과를 내놓는 일에 천재적인 인물이었기에 ‘노벨 스타일’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편 그와 함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동료 중 18명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실제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 모습. /사이언스북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담배로 살고 담배로 죽었다
오펜하이머는 엄청난 애연가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사진이 대부분 담배를 물고 있을 정도입니다. 맨해튼 프로젝트 진행할 당시 그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몸무게가 50㎏(키 178cm)까지 빠졌는데 이 시기에도 담배만큼은 숨 쉬듯 피워댔다고 합니다. 하루에 담배 100개비를 피웠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그의 입에 물려 있는 담배 ‘체스터필드’는 오펜하이머의 상징이 됐습니다.
그는 결국 인후암으로 세상을 떴습니다.그가 유명해진 후엔 그를 따라 담배를 피우는 것이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배우 킬리언 머피는 촬영 때 니코틴이 없는 허브 담배를 피웠습니다. 아울러 아몬드만 먹는 극단적 다이어트도 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왼쪽)과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오른쪽) / 위키미디어
◇아인슈타인과 비슷하지만 다른 길
오펜하이머는 전(前) 세대 물리학계의 최고 거장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1920년대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공부할 때 만났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맨해튼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나치 독일보다 빨리 원폭을 개발해야 한다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건의한 인물로 기록돼 있습니다.
두 사람은 대부분의 사안에 견해를 같이했지만 말년에 닥친 매카시즘(반공산주의 운동) 광풍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습니다. 정치적 공세에 당하기만 했던 오펜하이머와 달리 아인슈타인은 이에 반발하는 사회운동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힌두교에 매료된 유대인
오펜하이머는 유대인이긴 했지만 유대교를 맹종하는 신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히려 산스크리트어와 힌두교에 심취해 힌두교와 인도 문학에 대한 경외심을 자주 표현했습니다. 원폭 실험에 성공한 후 그는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며 자책했다고 하는데, 이 문구는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어구입니다.
오펜하이머는 하버드대 학부생 시절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면서 힌두교 철학에 빠져들었습니다. 그가 전공한 물리학 분야인 양자역학과 우주 창조와 기원을 고찰하는 힌두교와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실제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 모습. /사이언스북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뉴욕보단 뉴멕시코를 좋아했다
뉴욕 출신인 오펜하이머는 생전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로 물리학과 뉴멕시코주(州)를 꼽았습니다. 유년 시절 여행한 뉴멕시코의 황량하고도 광활한 풍경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뉴멕시코주에 ‘본부’를 꾸린 것이 우연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맨해튼 프로젝트’란 이름은 미국의 2차 대전 참전 후 기반시설 건설 및 무기 생산 시설 구축 등을 위해 과학·공학자들을 대거 모은 육군 공병대의 연구 시설 중 상당수가 뉴욕 맨해튼 컬럼비아대에 있었던 데서 유래했습니다. 맨해튼에서 개발 자체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계획 초기에 맨해튼에서 초기 연구가 이뤄져 이후에도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암호명이 사용됐습니다.
◇전에도 영화 나왔지만 ‘혹평’
오펜하이머의 일기를 다룬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할리우드에서 최소 두 편의 영화가 오펜하이머를 다뤘습니다. 롤랑 조페 감독의 ‘멸망의 창조’(1989년), 드라마 다큐인 ‘시작과 끝’(1947) 등입니다. 컴퓨터 그래픽 등이 발달하기 전에 만들어진 두 영화는 원폭과 관련한 어설픈 묘사와 역사적 고증 부족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습니다. 반면 1980년대 BBC가 방영한 7부작 드라마 ‘오펜하이머’는 골든글로브·에미상 등 주요 드라마상 후보에 오르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펜하이머 영화 명대사, 실제 명언
끝으로 영화 '오펜하이머'에 등장하는 명대사와 실존 인물 이론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의 명언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1.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이제 나는 죽음,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2. The optimist thinks this is the best of all possible worlds. The pessimist fears it is true.
낙관론자들은 이것이 세상에서 가능한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비관론자들은 그것이 사실일까봐 두려워한다.
3. No man should escape our universities without knowing how little he knows.
그 누구도 자신이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지를 깨닫지 않고서 대학을 나가서는 안된다.
실제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 모습 /사이언스북스
4. Any man whose errors take ten years to correct is quite a man.
실수를 바로잡는데 10년이나 걸린 사람이라면 대단한 사람이다.
5. There are no secrets about the world of nature. There are secrets about the thoughts and intentions of men.
자연 세계에서는 비밀이 없다. 오직 사람의 생각과 의도에 비밀이 있을 뿐이다.
6. Knowledge cannot be pursued without morality.
도덕 없이 지식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영화 '오펜하이머'
7. We knew the world would not be the same. A few people laughed, a few people cried. Most people were silent.
세상이 완전히 변할 것을 우리는 알았다. 어떤 사람들은 웃었고, 어떤 사람들은 울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8. My childhood did not prepare me for the fact that the world is full of cruel and bitter things.
어린 시절에 나는 세상이 잔인함과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9. Mr. President, I have blood on my hands.
각하, 내 손에 피가 묻어 있습니다.
10. When we deny the EVIL within ourselves, we dehumanize ourselves, and we deprive ourselves not only of our own destiny but of any possibility of dealing with the EVIL of others.
우리가 우리 속에 있는 악을 부정한다면, 우리의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것이며, 우리 자신들의 운명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속에 있는 악을 다룰 수 있는 가능성 마저도 빼앗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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