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국내 아마추어 선수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 무대로 진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에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투수는 더욱 그렇다. 가장 최근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한 아마추어 출신 투수는 2006년 류제국(40ㆍ은퇴)이다. 이후 수많은 투수 유망주가 태평양을 건넜지만, 빅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는 17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초고교급 오른손 투수 장현석(19ㆍ마산용마고)이 ‘미국 직행 후 빅리그 데뷔’ 명맥을 다시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장현석은 14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박찬호(50ㆍ은퇴)와 류현진(36ㆍ현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배처럼, 다저스에서 선발 투수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키 190cm, 몸무게 90kg의 건장한 체격을 갖춘 장현석은 최고 시속 157km짜리 강속구를 던진다. 변화구 구사 능력과 제구력도 수준급이다. 고교 3년간 21차례 공식 경기에서 6승 3패 평균자책점 1.85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졸업반인 올해 9경기 29이닝 동안 3자책점만을 내주며 한층 성장한 기량을 뽐냈다.
2024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힌 그는 미국 진출과 KBO리그 입성을 놓고 고민하다 LA 다저스와 손잡았다. 그는 "한국에서 하다가 미국 갈 수도 있지만, 마지막 꿈은 메이저리거다. 좋은 시스템과 좋은 시설에서 과학적인 야구를 하면 더 완벽하게 (기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저스는 장현석 계약에 든 90만 달러(약 12억 원)의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구단 내 유망주를 트레이드했다. MLB 사무국은 '빅마켓 구단'이 해외 유망주를 싹쓸이하는 걸 막기 위해 상한액인 국제 아마추어 보너스 풀 제도를 도입했다. 이미 보너스 풀을 꽉 채웠던 다저스는 다른 유망주를 트레이드해 여윳돈을 마련했다. 장현석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방증이다. 장현석 영입을 주도한 존 디블 다저스 태평양 지역 스카우팅 디렉터는 "보너스 풀 잔액을 장현석에게 쓰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장현석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57)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다저스는 매년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유망주를 잘 뽑아내는 팀이다. 투수 유망주를 잘 키워내는 다저스에서 기존 선수를 트레이드하면서까지 장현석을 영입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장현석은 안정보다 도전을 택했다. 오는 10월 열리는 교육리그에서부터 전 세계에서 모인 정상급 유망주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4~5년 내 빅리그 승격을 이뤄내는 게 관건일 될 전망이다. 빅리그 승격이 늦어지거나 마이너리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눈물 젖은 빵'만 먹고 끝내 국내로 돌아온 선배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송재우 위원은 “장현석이 가을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내년에 로우 싱글 A에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진 않다. 루키리그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큰데 5년 내 빅리그 승격을 목표로 잡을 필요가 있다. 매년 상위리그로 승격해야 4~5년 내 MLB에 데뷔할 수 있다”면서 “장현석에겐 적응력과 정신력이 중요하다. 치열한 경쟁, 새로운 문화, 언어 장벽 등 갖은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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