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아들은 내 육신을 잇지만, 딸은 남의 식구다.’ ‘첫아들 낳으면 평안감사도 돌아본다.’ 이러한 속담은 우리 사회의 전통적 남아선호사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Z세대에 와서 남아선호사상은 옅어지고 있다. 급기야 상당수는 여아선호 경향성을 보인다. 이들은 “자녀는 하나만 갖겠다. 될 수 있으면 딸을 원한다”라고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만 해도 여아 100명 당 남아의 출생성비는 117.2명에 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22년 출생성비는 104.7명을 기록했다.
기성세대에게 출산은 ‘대를 잇는 행위’로 여겨진다.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김유정(여·50) 씨는 “남편이 장손이다 보니 아들을 낳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며 “딸을 만약에 첫째로 낳았다면 둘째를 가져야 한다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아들, 딸 하나를 둔 김희영(여·51·서울) 씨는 “아들 둘을 낳았다면 별다른 아쉬움이 없었을 텐데 딸을 둘 낳았다면 아주 아쉬웠을 것 같다”라며 남아선호 모습을 보여줬다. 남성이 대를 잇는 가부장적 전통을 지닌 우리 사회의 50대 사이에선 남자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첫째가 딸이면 둘째 안 낳아”
20·30대에선 남아를 여아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 원요한(26·서울) 씨는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라며 “나를 닮은 존재가 태어나면 그냥 행복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10년 후면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더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딸을 낳아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라고 했다.
딸을 꼭 낳고 싶다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 전민혜(여·25·서울) 씨는 “첫째가 딸이면 둘째를 고민하지 않겠지만, 첫째가 아들이면 딸을 갖기 위해 둘째의 출산을 고민할 것도 같다”라고 말했다. 7월 5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여아선호 현상이 확인된다. 응답자의 59%는 “딸이 하나 있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동의했다. 34%는 “아들이 하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딸이 더 살갑고 공감 잘해”
인터뷰 결과, Z세대에서 남아를 더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우선, 딸이 부모와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더 강하게 맺기 때문이다. 여아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는 “딸은 다정다감하지만, 아들은 무뚝뚝한 편이다. 이런 성향은 시간이 지나도 잘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이환(26·의정부) 씨는 “딸이 더 살갑고 공감도 더 잘해준다”라며 “딸이 더 필요할 것 같다”라고 했다.
두 번째로, 우리 사회의 관례상 아들이 결혼 시 집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지는 점이다. 아들을 둔 부모의 경우, 이런 부담을 나눠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조선일보와 서울대사회발전소의 2022년 여론조사 결과, 젊은 세대도 남성이 더 많은 결혼자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20·30대 남녀는 대체로 “4:6의 비율로 여성과 남성이 주택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성은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부양의 의무도 더 많이 진다. 전민혜 씨는 “아들은 결혼하면 자기 가족 챙기는 데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상당수 젊은 남녀는 자녀를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는 상황에서 여아 남아를 가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봤다. 임성빈(24·서울) 씨는 “한 명 낳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성별은 고려사항이 아니다”라며 “다른 집 자녀보다 부족하지 않게 키우고만 싶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내 행복을 위해”
기성세대는 의무감으로 출산을 했지만, Z세대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출산을 선택한다. 50대는 ‘출산은 결혼하면 당연히 하는 것’으로 여겼다. 김유정 씨는 “‘왜 아이를 낳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양가 부모와 주변 어른이 ‘언제 애를 가지냐?’고 자주 물었고 당연히 낳는 것으로 여겼다”라고 말했다. 김희영 씨는 “결혼할 때부터 둘을 낳기로 했다. 애를 안 낳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반면 25세의 전민혜 씨는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가족의 번영을 위한다기보다는 아이를 낳으면 내가 더 행복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모(여·25·서울시 구로3동) 씨는 “아이는 필요할 것 같다. 판다 푸바오만 봐도 행복한데 나를 닮은 애를 보면 얼마나 더 행복하겠나”라고 말했다. 임성빈 씨는 “자녀와 함께 하는 건 지금까지 느껴 온 행복과는 또 다른 차원일 것”이라며 “아이와 공동체를 이루어 가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표정우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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