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미국 6대 은행 중 자산관리(WM) 부문 수익 비중이 높은 곳으론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최근 수년 사이 2위 골드만삭스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주목 받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 역시 신사업으로 각광 받는 WM 부문의 장기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해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22년 말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미국의 6개 은행을 꼽으라면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웰스파고·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를 들 수 있다. 나머지 네 곳의 은행들과는 달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WM과 투자은행(IB) 부문의 비즈니스에서 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이와 같은 수익 구조는 국내 은행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모건스탠리의 경우 WM부문 수익이 전체의 55.0%를 차지하며, 트레이딩이나 M&A 등의 IB 부문 수익이 나머지 45.0%를 차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WM이 28.2%, IB가 68.6%이며 나머지 은행들은 WM 수익이 21.6%~11.3% 비중이다.
이러한 결과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신규 이익 창출과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는 WM 부문의 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온 결과다. 여타 은행들은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부문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투자은행 역량에 집중해 온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상대적으로 IB 부문의 손익변화가 널을 뛰므로 예비책이 필요했던 셈이다.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양사는 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해, 모건스탠리가 WM 수익비중을 49.3%에서 55.0%로 5.7%p 높이는 동안, 골드만삭스는 23.9%에서 28.2%로 4.3%p를 늘렸다.
액수로만 비교해 봐도 최근 3년 사이 모건스탠리의 WM 관리자산은 1조 5000억달러 성장했는데, 이는 골드만삭스가 1600억달러에 그쳤던 것과 대비된다. WM 부문 순영업이익 역시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모건스탠리가 177억 5000만달러에서 244억 2000만달러로 늘어나며 66억 7000만달러가 증가했는데, 골드만삭스는 43억 4000만달러에서 74억 2000만달러로 30억 8000만달러가 늘었다.
글로벌 차원에서 봐도 WM 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자산 규모 10만달러~100만달러 사이 대중부유층은 전 세계 부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2022년 기준으로 자산관리회사들의 27%만이 W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의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이들 대중부유층의 자산은 2025년까지 47조달러로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WM 영업대상 고객 기반을 빠르게 늘리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화했으며 높은 영업 인프라 구축을 통해 폭 넓은 고객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20년 2월 증권사 ‘이 트레이드(E*trade)’를 인수한 모건스탠리는 자산 3600억달러에 이르는 520만개 이상의 계좌를 획득할 수 있었다. 또한 이 트레이드의 특성상 디지털 플랫폼을 선호하는 젊은 WM 고객과 접점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는 증권사 고객이 기본적으로 투자에 관심이 많고 위험을 감내하는 성향이 높다는 점에서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 등 WM 영업으로 확장하기 좋은 고객군이란 판단을 했던 것이다. 당시 인수 금액은 130억달러로 약 40%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어 업계서도 비싸다는 평이었으나, 강력하게 인수를 추진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미국에서 진행된 금융권 M&A 중 거래 규모로 9위에 해당한다.
더욱이 이 트레이드는 약 40년 동안 온라인 위주 영업을 해 온 증권사다. 따라서 플랫폼과 운영인력을 흡수, 디지털 경쟁력까지 함께 강화할 수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만 해도 기존 모건스탠리의 시스템보다 이 트레이드의 기술력이 앞서 있었기에, 역으로 서비스가 흡수통합됐다.
인수 후 맞닥뜨린 팬데믹 상황도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호재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트레이드의 고객자산은 1조 3000억달러로 미국 온라인 주식중개 플랫폼 중 5위다.
그에 반해 골드만삭스는 2016년 디지털 플랫폼 출시 후 모건스탠리와 달리 소비자금융을 강화하고, 여기서 확보된 고객에게 WM 서비스를 확장하고자 하는 전략을 취했으나 상대적으로 답보상태다. 2022년 기준으로 1300만명의 대규모 고객 유치까지는 성공했지만, WM 관련 콘텐츠 부족으로 확장에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지난해 10월 기존의 리테일과 WM 관리 조직을 분리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조직도 개편했다.
모건스탠리의 차별화된 WM 서비스 강화 전략에서 돋보이는 점은 워크플레이스 WM 서비스다. 이는 금융사가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해당 임직원들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보상 차원으로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보자면 기업이 각자 관리하기엔 복잡한 주식보상 제도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툴인 셰어웍스를 2019년 출시하면서 워크플레이스 WM 고객사를 적극 유치할 수 있었다.
반면 골드만삭스도 일찌감치 지난 2003년 워크플레이스 WM 전문업체를 인수했으나, 금융자문 중심 서비스를 하고 있어 차별화는 부족하다.
그뿐만 아니라, 모건스탠리는 매년 100여 명의 직원을 자산관리사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며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150시간 교육 이수와 모의 상담역량 평가로 구성돼 있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일정 시간 교육에 참여하면 이수하는 간단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탈락률이 40%에 달하는 등, ‘빡센’ 운영을 자랑한다. 고객응대 스킬, 금융지식 등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사가 갖춰야 할 역량을 철저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18년 11월부터 1만 6000여 명의 자산관리사들이 개인별 역량에도 서비스 편차가 크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신속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웰스 데스크’ 솔루션을 개발, 지속 투자하고 있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WM 영업 인프라는 소수정예로 구성돼 있다. 확장성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만 해도 3년 이상 경력의 프라이빗 웰스 부서에서 선발된 25~40명 가량의 직원들에게 약 2년 동안 심도 있는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구조다. 따라서 자산관리사의 빠른 양성은 불가능한 구조다.
물론 이 과정을 이수하는 직원들은 2년 동안 다양한 주제에 매일 모의 자산관리 스피치 훈련을 하며, 포트폴리오 전략·부동산 계획 등을 포함한 필기와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소수의 높은 역량을 지난 자산관리사 배출에는 적합한 것이다.
타 기업 인수로 WM 영업지원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 내에서 적용하기 보다는 외부 솔루션 판매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차이다.
물론 양사 모두 각각의 강점과 전통, 역량을 갖춘 유수의 금융사이기에 국내 금융권에서도 환경과 필요에 맞는 벤치마킹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혜원 ESG·자산관리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자산관리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모건스탠리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인프라 확충을 통해 WM 비즈니스의 장기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 수석연구원이 우선 강조한 것은 PB지원 시스템 구축이다. 금융상품은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가운데 고객들은 정확하고 퀄리티 높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WM 사업 확대의 선봉에 서야 할 우수한 PB 인력의 양성은 단기간 내 달성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개별 역량에서 비롯되는 서비스 품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 시스템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국내에선 본격화되지 않은 워크플레이스 WM 서비스의 경우도 기업고객이 많은 은행들에게 유리한 비즈니스 영역이다. 따라서 관련 서비스 개발과 집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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