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보한 외관, 진부한 서사, 영화 '더 문'

[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영화 '더 문'은 근미래의 2029년, 달 탐사선에 홀로 고립된 우주대원의 생존기를 다룬 SF 장르로, 천만 감독 김용화와 도경수, 김희애, 설경구 등 공인된 배우들의 합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여타의 텐트폴 무비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긍정적인 실적과 호평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열세에 몰리고 있다. 

영화는 5년 전 대한민국의 첫 우주선이던 '나래호'의 공중 폭발 비극과 현 시점에서 그러한 과거를 딛고 재도전을 기약하는 '우리호' 대원들을 비추는 다큐로 포문을 연다. 그러나 그들의 원대한 포부가 무색하게 우주는 그들의 방문을 쉽게 허가하지 않는다. 예상치 못했던 태양 흑점 폭발로 태양풍이 우리호를 덮치며 대원 둘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자 경력도, 기술도 부족한 막내 '황선우(도경수)'가 유일한 생존자가 된 것. 소식을 접한 나로 우주센터 관계자들과 정부는 대원의 무사 귀환을 위해 총력을 다한다. 급기야는 5년 전 나래호 사고의 책임자였던 전임 센터장 '김재국'을 합류시키고, NASA 달 궤도선의 메인 디렉터 '윤문영(김희애)'의 조력까지 받으며 구출에 필사를 건다. 

지상과 우주에서의 교신을 오가며 전개되는 극인 셈인데 주지할 건, 메가폰을 쥔 이가 '신과 함께' 시리즈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라는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세공된 기술력으로 저승이라는 공간을 축조해 낸 이력에서 나아가 이번엔 이를 스페이스 오페라로 이식해 더한 스펙타클을 구현해 낸다. 스크린에 펼쳐진 광대한 우주, 그리고 그 안에서 사투하는 '황선우(도경수)'의 여정은 그 자체로 감각적 재미를 일군다.

그러나 진보한 외관과 달리 서사는 꽤나 진부하고 밋밋하다. 작고한 아버지의 꿈을 대신 성취하기 위해 우주 탐사선에 몸을 실은 주인공과 과거 참사에 대한 자성으로 점철된 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이 각자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상호적 치유에 이르는 과정이 특히나 다분히 신파적이다. 더불어 NASA 달 궤도선의 한인 메인 디렉터 '윤문영(김희애)'이 자신의 직위를 내걸면서까지 한인 대원 구출에 힘을 싣는 경우도 작위적이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돌발 상황과 그에 대한 대처를 반복적으로 오가며 서사를 지연시키는 방식은 버겁다.

이같이 성기고 루즈한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배우들의 호연, 화려한 스케일로 끌어올린 흡인력이 허무하게 힘을 잃는다. 만약 김재국, 윤문영 같은 조력자들에 대한 서사적 긴밀성에 더 공을 들였다면 혹은 그러한 드라마적인 요소로 엮기보다 황선우 대원의 고립과 탈출 그 자체를 밀도있게 담는 데 무게를 실었다면 어땠을지 아쉬운 감흥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