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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승완 감독은 등장하자마자 기발한 연출력외에도 감독들의 평균 외모력을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제공=외유내강) |
세상의 모든 원칙이 경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빨리 안 이유는 명확했다. 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등지고, 7살 차이나는 어린 남동생(류승범)을 남겼다. 생활전선에 일찍 뛰어들어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 된 시기가 성인이 되기도 전이었다.
“늘 경쟁에 취약한 입장이었기에 누구를 이기겠다는 생각을 안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하고 싶었던 것도 1등을 하기 위한 욕구보다 호기심에서 비롯했고요. 경쟁보다는 상상을 하는 것을 더 좋아했고, 숫자에 둔감한 성격이 저를 이 길로 이끈거죠.”
사실 류승완 감독의 흥행타율과 대중적 인지도는 우등생에 가깝다. ‘베테랑’으로 천만감독의 타이틀을 쥐기 전에 이미 ‘부당거래’,‘베를린’,‘모가디슈’등 굵직한 영화들을 통해 ‘재미=류승완 감독’이란 공식을 한국영화사에 각인시켰다. ‘밀수’는 마동석 주연의 ‘시동’이 만들어지던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촬영차 내려간 군산박물관에서 당시 1970년대 당시 밀수에 개입된 해녀들의 이야기를 접한 것. 지난달 26일 개봉한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밀수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상업영화에 등장한 적 없는 해녀들의 수중 액션이 류승완 감독 특유의 활극 (活劇)과 만나 ‘보는 맛’을 더한다. 그는 “내 영화의 경우 데뷔작부터 공통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웃으면서도 “장르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관객들의 기대치를 알기에 더욱더 재탕, 삼탕 할 수도 없는거고 그것만큼 위헌한 것도 없다. 너무 낯설면 안되고, 동시에 익숙해도 안되는 밸런스 조절을 항상 고민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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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은 7080 올드 가요라고 칭해도 될만큼 수많은 히트곡들이 BGM으로 깔린다. (사진제공=NEW) |
“현재의 밀수와 당시의 밀수는 많이 달랐죠. 생필품이나 옷, 음식 등의 수입이 자유롭지 못했고 영화 속 장면처럼 다방에서 007가방에 ‘라이방’ 선글라스나 담배 같은 외국 물건을 팔던이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극중 가상의 마을 군천은 여러모로 ‘짝패’와 닮아있다.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무너지는 인간군상의 민낯이 해양생물들을 채취하며 평화롭게 살던 해녀들의 몰락으로 표현된다. 류감독은 “사람들의 의리와 배신, 그리고 오해에 끌리는 것 같다. 이런 영화에서 사람들이 마냥 사이좋게 지내고 재미가 없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극의 긴장감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해녀들의 끈끈함을 표현한 상어의 등장은 실제 사실에 근거한 연출임을 밝혔다.
“상어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까지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해녀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상어 사고의 대부분이 생리 중에도 먹고살기 위해 물질을 해야 했기 때문이더군요. 물 속의 미묘한 피 냄새를 맡고 공격을 하는거죠.”
바닷속 하이라이트 액션은 물의 저항으로 한 층 더 실감날 수 있었다. 그는 “물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행동이 슬로 모션이 될 수밖에 없다. 지상에서 충돌이 일어났다면 힘들어도 물 속에서는 해볼만 한 남녀의 싸움이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밀수’의 판을 짠 게 감독의 권한이라면 표현은 오롯이 배우들의 몫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더 큰 판을 벌이는 춘자와 해녀들의 리더 진숙의 앙상블은 김혜수와 염정아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흡사 자매나 다름없었던 두 사람은 큰 사건을 겪으며 앙숙이 되고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다시 손을 잡고 워맨스의 진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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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인성과 류승완 감독은 영화 ‘모가디슈’로 만난 인연을 ‘밀수’로 이어와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사진제공=NEW) |
캐스팅은 순항이었지만 촬영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물공포증이 있던 김혜수와 수영을 전혀 못하는 염정아만 신경 쓰느라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해녀팀으로 나온 배우들 모두 맥주병에 가까웠던 것.
“다들 ‘밀수’를 위해 수영을 못하는걸 숨기고 미리 개별적으로 특훈을 받고 현장에 왔더라고요. 누가 뭐래도 저는 배우복 하나만큼은 타고 났다고 자부해요.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요? 저랑 가장 외모가 흡사한 권상사가 아닐까 싶네요.(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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