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취재로 드러난 이슬람 ‘영적 치유사’의 성범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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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취재로 드러난 이슬람 ‘영적 치유사’의 성범죄 실태

BBC News 코리아 2023-08-10 10:51: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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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원 앞 BBC 아랍어 뉴스 기자
BBC
BBC 아랍어 뉴스 기자가 '영적 치유사'의 성범죄 실태를 알아보고자 직접 잠입 취재했다

BBC 아랍어 뉴스 취재결과 소위 ‘영적 치유사’들이 여성 손님들을 대상으로 저질러온 성적 학대 및 착취 실태가 드러났다.

‘쿠란에 의한 치유’라고도 알려진 ‘영적 치유’는 아랍 및 이슬람 문화권에서 인기 있는 관습으로, 치유사를 찾는 손님은 대부분 여성이다. 이들은 ‘진’이라고 불리는 악령을 쫓아내면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BBC는 지난 1년여간 이러한 영적 치유가 특히 성행하는 지역인 모로코와 수단의 여성 85명을 상대로 증언을 수집했다. 그 결과 성희롱에서부터 강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범죄 의혹과 함께 소위 ‘치유사’라 불리는 남성 65명의 이름이 언급됐다.

아울러 몇 달간 비정부기구, 사법 당국, 법조인 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관련 이야기를 수집하고 검증했다.

또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위장 수사도 벌였는데, 손님인 척 접근한 여성 기자는 이러한 치유사를 만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하기도 했다.

주의: 이 기사에는 성범죄 등 보기 다소 불편한 장면이 포함돼 있습니다

중간선
BBC

모로코 여성 달랄(가명)은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몇 년 전 카사블랑카 인근 지역에서 영적 치유사를 찾았다. 당시 나이 20대 중반이었다.

이 치유사는 우울증의 원인이 “애인 진(악령)”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단 둘 뿐인 방에서 그 치유사는 달랄에게 머스크 향이라면서 어떤 향을 맡으라고 권했다. 그렇게 달랄은 의식을 잃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종의 마약이었던 것 같다고 한다.

당시 성 경험이 전무했던 달랄이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속옷이 벗겨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강간당했단 걸 알았다. 이에 달랄은 라키(영적 치유사)에게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며 소리 높여 따졌다.

“제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내게 무슨 짓을 했냐?”고 물으니 그 치유사는 ‘진이 네 몸을 떠나도록 해준 것’이라고 답하더군요.”

그러나 너무나도 수치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비난받을것이 확실했기에 달랄은 그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

그러다 몇주뒤 달랄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내 겁에 질렸다. 극단적인 선택마저 고민할 정도였다.

다시 치유사를 찾아간 달랄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전했다. 치유사는 진이 임신시킨 게 분명하다고 답할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아기가 태어났지만, 달랄은 자신이 당한 일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아기를 쳐다보거나, 안거나, 심지어 이름을 지어주지도 못한 채 입양보냈다.

달랄은 취재진에게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면 자신의 가족들은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대부분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할 경우 쏟아질 비난이 두려워 이에 경찰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자신이 만약 신고한다면 악령이 자극받아 복수할 수도 있다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 수단에선 ‘소산’이라는 이름의 여성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다. 소산은 과거 남편이 2번째 부인과 살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떠났는데 (이는 이슬람 율법에 의해 규정된 남성의 권리다) 이에 경제적으로 너무 궁핍해져 치유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소산은 치유사가 남편과의 관계 회복을 도와줄 어떤 종류의 약물이라도 만들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치유사가 제안한 방법은 소산이 바라던 것과는 달랐다.

“그 치유사는 제게 성관계를 하자고 했어요. 그 체액으로 남편에게 먹일 물약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소산은 그런 말을 하는 치유사는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고 회상했다.

“제가 경찰이나 사법 당국, 심지어 남편에게도 이를 신고하지 않으리라 확신에 찬 모습이었습니다.”

히잡과 마스크를 쓴 소산
BBC
수단에 사는 소산은 치유사로부터 성관계를 제안받았으며, 이는 남편과의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소산은 자신은 그 즉시 치유사를 떠나 다시는 찾아가지 않았지만, 신고하진 않았다고 했다.

한편 취재진이 수단에서 만난 여성 50명 중 3명으로부터 ‘셰이크(교주) 이브라힘’이라는 같은 이름이 언급됐다.

이브라힘은 이 지역 종교 지도자로 활동하는 남성으로, 한 여성은 이브라힘이 자신을 교묘히 조종해 성관계를 갖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아파프’라는 이름의 또 다른 피해 여성은 이브라힘이 자신에게 성관계를 권유해 그를 밀쳐냈다면서, 당시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은 셰이크가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믿어주지 않아요. (그러나) 제가 어떻게 증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당시 방안엔 저와 이브라힘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하고자 손님으로 위장한 뒤 이브라힘을 찾았다.

기자 ‘림’은 불임으로 고통받는 손님인 척 이브라힘을 방문했다.

이에 이브라힘은 림을 위해 기도해주겠다면서 “치유의 물” 한 병을 건네줬다. 이 ‘마하야’를 집에 들고 가 마시라고 했다.

림에 따르면 이브라힘은 매우 가까이 다가와 앉더니 배에 손을 올렸다고 한다. 손을 치워달라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더 밑으로 내리더니 옷 위로 성기 부분에도 손을 댔다. 이에 림은 방에서 뛰쳐나왔다.

림은 “이브라힘에게 깜빡 속을뻔했다”면서 “정말 걱정하는 듯한 표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브라힘의 태도로 미뤄볼 때 이런 짓을 벌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BBC는 이브라힘을 다시 찾아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물었다. 이에 이브라힘은 자신은 여성 손님들을 성추행한 적 없다면서 돌연 인터뷰를 끝냈다.

셰이크 이브라힘
BBC
‘영적 치유사’ 셰이크 이브라힘은 손님으로 위장해 찾아온 BBC 기자도 더듬었다

한편 셰이카 파티마는 이러한 성폭력의 위험 없이 영적 치유를 원하는 여성들을 위해 수도 하르툼에서 여성 전용 치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30년간 이곳은 여성 손님들이 여성으로부터 치유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왔다.

취재진은 특별히 허가를 받고 이 은밀한 공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선 여성들이 주변 상황도 잊은 듯 무아지경에 빠지는 강렬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파티마는 우리에게 이러한 상태에 빠진 여성들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설명하며, 바로 이 점을 치유사들이 악용한다고 설명했다.

파티마는 “많은 여성들이 치유사가 자신을 만지면 악령이 빠져나간다고 믿었다고 했다”면서 “손님들은 그것도 치료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말 충격적이죠.”

한편 취재진은 수집한 증거를 갖고 모로코와 수단 당국에 연락했다.

우선 수단의 이슬람부 산하 ‘가족 및 사회 담당 부서’를 이끄는 알라 아부 자이드 박사는 처음엔 이토록 많은 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이내 영적 치유에 대한 마땅한 규제가 없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한편, “직업이 없는 자들이” 치유사 행세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이드 박사는 취재진에 과거 영적 치유에 대한 규제를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로코의 아흐메드 투피크 이슬람부 장관은 영적 치유사에 대한 별도의 법안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개입하기란 어렵다”는 투피크 장관은 “종교적 교육 및 설교만이 답”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취재진이 수집한 모든 증거에도 불구하고 수단과 모로코 당국은 마땅한 조치를 취하기 꺼리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치유사’라는 직업 뒤에 숨은 자들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부담감은 오롯이 여성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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