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영화 보고 서로 싸우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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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터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영화 보고 서로 싸우길 바라”

한류타임스 2023-08-09 10:12:46 신고

3줄요약

근 10여년 전부터 엄태화 감독을 향한 충무로의 기대는 엄청났다. 영화 ‘숲’으로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평단과 영화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그의 연출력에 충무로의 기대가 쏠렸다. 저예산 장편 영화였던 ‘잉투기’ 역시 그의 진가가 톡톡히 드러난 작품이다. 걸출한 창작자의 탄생을 고대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첫 장편 영화 ‘가려진 시간’은 실패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게다가 ‘전우치’, ‘의형제’, ‘초능력자’, ‘군도: 민란의 시대’, ‘두근두근 내 인생’, ‘검사외전’까지, 실패를 몰랐던 강동원이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작품이다. 시기적으로 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난 초기였다. 모든 이슈가 정치권으로 흘러간 정황으로 실패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영화계가 가진 기대에 비해 아쉬웠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약 7년이 지나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김도윤, 박지후 등 한 명만 캐스팅해도 훌륭하다는 배우 여섯 명을 모았다. 이런 배우를 모아놓고 실패하면 사실상 감독의 차기작은 없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결과적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올해 빅4 중 영화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7년간의 절치부심이 영화 내내 전달된다.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큰 지진이 일어난 세계관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은 아파트가 남았고, 그 안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매우 상상력이 가미된 배경이지만, 그 안에 인물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주민들로 배치했다. 리얼리즘이 상당하다. 그 인물들이 계속 새로운 사건을 맞닥뜨린다. 숨 쉴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엄태화 감독과 8일 한류타임스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번의 실패로 “붕괴됐었다”고 말한 엄 감독은 두 번의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 영화의 모든 것을 완벽히 설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명예와 인생을 건 두 번째 작품을 어떻게든 성공시키기 위해 이를 악물고 모든 장면에서 깊은 고민을 한 게 엿보인다. 엄 감독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세상에 꺼내기까지 했던 고심을 일문일답으로 펼쳐본다.

웹툰 ‘유쾌한 왕따’에서 어떤 인상을 받아서, 영화까지 오게 됐을까? 
개인적으로 디스토피아 장르를 좋아한다. 웹툰을 보면서 재밌었던 건 아파트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자, 애환도 있는 곳이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만들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을 것 같았다. 아파트를 조금더 파고들다가, 도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만났다. 한국의 아파트가 어떻게 변형해왔는지 알게 됐다. 그러면서 한국사회를 집약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저나 부모님이 살던 공간이 어떤 맥락을 갖게 됐는지 알게 됐다. 시대성이 보였다. 아파트라는 키워드를 원작의 배경으로 치면서, 사람들의 변화 과정을 메인으로 다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을 설정한 것과 함께, 다큐처럼 만든 오프닝에서 이 영화의 방향이 적립됐다. 그렇게 기획한 이유는?
아파트가 주요 키워드였다. 영화를 볼 때 어떤 세계관으로 마주해야할까 싶었다. 책에 있는 내용을 1분 안에 보여주고 싶었다. 보는 사람들이 제가 느꼇던 감정을 느꼈으면 했고, 한국이 이렇게 변화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에게 아파트는 어떤 환경이었을까. 그리고 작품에 무엇을 녹이려 했을까?
어렸을 때 복도식 아파트에 살아봤고, 계단식 아파트에도 살아봤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열려 있었던 것 같다. 늘 문을 열어놓고, 복도에서 놀다가 이집 저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혜원’(박지후 분)이 들어왔을 때 “옆집 아저씨 알지?”라는 질문을 받는데, “모르겠어요”라고 답한다. 이것이 요즘에는 다 잘 모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질문을 보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다. 

보통 재난 영화라 하면 재난이 주는 공포에 초점을 두는데, 여기선 사람들의 변화에 집중한다. 
이 영화가 재난 영화 장르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난은 배경이다.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웹툰에 있었고, 제가 재미를 느낀 부분도 그거였다. 그래서 이렇게 찍었다. 극단적 상황에 ‘먹고사니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려고 했다. 어쩌면 매우 평범한 사람들이 이기적일 수 있는 큰 선택을 하게 된다. 관객들이 보면서, 각자 이입하는 인물이 다를 것으로 본다. 그리고 서로 논쟁을 했으면 했다.

이 영화가 재밌는 건 리얼리즘 덕분이다. 매우 판타지적인 상황에 극단적인 사실성을 갖는다. 
조금이라도 판타지처럼 보이면 현실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같다’는 느낌이 중요했다. 배우의 연기톤, 분장, 의상, 미술 등 다양한 것에 실제처럼 보이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이 아파트는 기억자 아파트다. 한쪽은 12층, 한쪽은 15층까지 있다. 한쪽은 32평, 한쪽은 24평이고 86년도에 지어진 아파트라는 설정이다. ‘영탁’(이병헌 분)과 ‘민성’(박서준 분)은 같은 라인이다. 하지만 내부 느낌은 확인히 다르다. 장소에 캐릭터 성을 부여하려고 했다. 

세트를 만들 때도 진짜 아파트에서 활용하는 소품을 막 끌어왔다. 화단에 있는 난간, 철문도 다 긁어왔다. 나무도 뽑아왔다. 진짜처럼 보여햐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영화 빛을 쓸 때도 최대한 다양한 빛의 형태를 쓰려고 했다. 촛불이나 배터리 전기 등을 활용했다. CG도 비슷하다. 모든 부분에 설득력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어떻게 그 아파트만 살아남는 설정을 했는지. 
큰 산이 아파트와 거의 붙어있다. 지진이 몰려왔는데 옆 아파트가 기가 막히게 산에 부딪혔고, 나머지는 다 쓸려간 설정이다. 맥락이 필요없이 사진 한 장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그걸 만들기 위해 현실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다 찍어서 보내드렸다. 개인적으로 만족할만큼 리얼한 톤이 생겼다.

순제작비가 180억원이다. 비극에 가까운 이야기로 이만큼의 제작비를 받았다는 게 놀랍기도 하다. 게다가 여름에 나왔다. 
시나리오 작업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건 재미였다. 관객이 어떤 특정 인물에 이입해서 보고 있고, 그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는데 그것으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재미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에 가장 포커싱을 뒀다. 그게 재밌어야 관객들이 제가 넣은 디테일이나 주제를 생각해줄 것 같았다. 

배우들도 상업영화를 많이 하는 배우들이다. 분명 선택할 때 상업성을 볼 것일라 여겼다. 투자사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시나리오부터 재밌어서, 투자한 것이라 생각한다. 투자를 받기 위해 이런 공식으로 써야지 보다는 제가 개인적으로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로 만들었는데 그걸 알아봐주신 것 같다.

영화 연출적인 부분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많다. 노을과 커피 자판기, 초원 같은 집에서 스테인드 글라스로 연결되는 포인트가 특히 눈에 띄었다.
초반부는 매우 추워야 해서 블루톤으로 갔고, 중반부는 물기가 빠져 보인 버석버석한 회색, 후반부로 갈수록 아수라장이 되는데 그때는 레드톤,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빛, 모든 것이 끝난 뒤에는 날이 풀린 것 같은 옐로운 톤이다. 

중간중간 아직 뒤에 오지 않은 무언가를 끌어오고 싶었다. 그래서 석양을 멋있게 보여준다. 그러면 ‘다른 국면이 벌어지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바로 깨버린다. 일종의 연출적이 재미다. 그런 걸 염두에 뒀었다.

영탁이 ‘아파트’를 부르는 신은 오랫동안 회자될 것 같다.
두 번의 롱테이크가 나온다. 영탁에게 가까이 갔다가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그리고 다시 멀어지는 신이다. 카메라 두 대를 썼다. 콘티 상에선 다른 배우들의 리액션을 담기로 했다. B캡을 세팅해놓고 찍었는데,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 쫙 밀고 가는데 다른 컷이 필요없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뒤로 빠져나오는 컷은 테스트 컷이었다. 배우들도 춤을 설렁설렁 추고, 뒤로 빠지다 뭐에 부딪혔는지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좋았다. 마치 지진이랑 연결되는 것 같았다. 테스트가 좋아서 더 안 찍었다.

그 신에서 춤추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좋았다. 마치 악마처럼 보이기도 하고. 노림수 같아 보였다.
벽에 비친 그림자는, 제가 성수동 어떤 아파트를 갔는데 주차장에 가로등이 있었다. 매우 밝은 빛이었다. 기억자 아파트였는데, 그림자가 엄청 아름답기도 하면서 그로테스크 했다. 이 그림자가 춤추는 사람들과 접목되면 더 크로테스트할 것 같았다. 

동생 엄태구가 나온다. 하지만 해석이 잘 안 되는 인물이다.
엄태구는 초반부 아파트 보여주고 나서 바깥에서 아파트 사람들을 보여주는 시선이 있었으면 했다. 후반부에 나올 생각이었는데, 너무 갑자기 튀어나오면 안 되니까 중간에 한 번 넣었다. 아파트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한 번 던지는 거다. 그런 장치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 누가 잘할까라고 고민을 했을 때 존재감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리고 태구는 목소리가 특이하다. 이 얘기를 집중해서 사람들이 들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할 땐, 다소 지루함이 예상됐다. 그때 태구가 묘한 텐션을 주길 원했다. 마치 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길 바랐다. 그래서 태구를 썼다.

가장 연출적으로 힘을 준 부분이 있다면?
사실 디렉션을 할 때 세 명만 모여도 대사 하나만 바뀌면 질문 세 개가 주어진다. ‘저는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본다. 초반 반상회 신은 36명이 나온다. 다 배우들이다. 그들이 질문을 퍼부으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전에 차단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배우들에게 미리 직업이나 가족관계, 상황을 다 설정을 줬다. 정비소, 부동산 사장 등등 캐릭터를 잡아서 전화를 다 돌렸다. 리허설 할 때는 다 삐죽삐죽 서 잇었다. 그래서 전화를 한 번 다시 드리고, 이런 저런 피드백을 줬다.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다음날 모였는데, 첫 테이크를 딱 찍었는데 모든 배우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재밌는 앙상블이 만들어지면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데 배우들도 정말 재밌게 연기했다고 해주셨다. 연극처럼 살아 움직이는 게 신났다고 하시더라. 영화 내내 그 역할을 해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수라장이 될 때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분은 ‘영탁을 지지할 것’이라고 해줬고, 어떤 분은 ‘배신감이 크다’고 했다. 거기에 맞게 연기를 하라고 했다.

제가 편집하면서 이 영화를 수 십번도 넘게 봤는데 아직도 새로운 장면이 나온다.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대상이 박보영이 연기한 ‘명화’다. 선한 존재냐, 선함을 표방하는 존재냐로 많이 싸운다. 선과 위선이 동시에 보인다.
예상했다. 위선적으로만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민폐로만 보이는 이유는 평면적이어서다. 배우와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명화 혼자 “같이 살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혼자 질문하게 한다. 사실 거기서 이 인물은 규정이 된다. 처음엔 순응하지만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게 남편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다. 남편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변한다. 

그렇게 시작한 게 개인의 비밀을 파헤치는 쪽으로 간다. 집착이 되고 노선을 벗어나 광기까지 이어진다.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시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소에 도착했을 때 ‘저 살아도 돼요?’라고 한다. 거기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답을 듣는다. 그리고 딱 깨지는 표정을 짓는다. 입체적으로 만드려고 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 

시사회 이후 ‘포스트 박찬욱 OR 봉준호’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다. 선배 감독들은 이뤄놓은 것도 크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수준까지 확장시켜놨다. 저희가 꿈 꿀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혼자 있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것 같다. 

‘가려진 시간’으로 좌절 아닌 좌절을 경험했다.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 것에 절치부심이 있었을 것 같다.
그때 붕괴됐었다. 배우 강동원이 가장 잘 나갈 때다. 흥행 불패일 때다. ‘검사외전’이 첫 날 100만 관객을 동원했었다. 저희 영화는 잘 안 됐다. 물론 당시 국정농단 초기였기도 해서, 변명할 게 없는 건 아니다. 운이 따라주지 못한 것도 있지만, 영화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 다시 영화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시나리오를 2년 정도 썼는데, 마무리를 못 지었다. 그러다 이 작품을 만났다. 끝까지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재미다. 재미가 있어야 관객들이 다른 것까지 봐준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한 단어로 말한다면?
연민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익을 취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조차도 평범한 것이다. 누구나 ‘내가 저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관객 모두가 스스로 연민을 느꼈으면 한다. 그것 외에도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봐도 재밌는 영화이길 바란다.

만약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등장한다면 어떤 인물로 살고 싶을까?
저 뒤에 있는 주민1이 되고 싶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함상범 기자 kc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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