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최근 금융사 곳곳에서 그동안 직급으로 불렀던 사내 칭호를 수평 문화 구축 차원에서 바꾸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흔하게 나타나는 '갑질 문화'를 없애고 스타트업처럼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직급 호칭을 없앰으로서 보다 원활한 의견교류가 이뤄지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금융사 곳곳에서 그동안 직급으로 불렀던 사내 칭호를 수평 문화 구축 차원에서 바꾸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조만간 창립기념일에 수평적 사내문화 구축 차원에서 직원 간 호칭에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세대간 소통과 조직문화 개선으로 경영환경 급변 대비를 강조한 만큼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려는 일환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의 호칭 변경은 이례적인 사례는 아니다. 이미 보험사 상당수가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 차원에서 직급 호칭을 폐지하거나 조정하는 등의 움직임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9년 직급 명칭을 없애고 관리자급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의 호칭을 프로로 통일했다.
DB손해보험도 지난해 일반 직원의 직급 체계를 책임과 수석으로 간소화했다. 신한라이프도 지난 2021년부터 프로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모두 주요 대형사로서 자칫 직급에 가려질 수 있는 효율성을 제고하고, 보험사 특유의 보수적이고 권위적 문화를 없애겠다는 취지에서 호칭 정리에 나선 셈이다.
이는 전체 금융권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지난 2021년 하나은행도 직급 체계를 간소화해 직원들이 보다 신속한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그해 농협은행도 근무복장 자율화 시행 결정에 나서 시중은행의 상징이던 행원 유니폼이 자취를 감췄다.
카드업계의 경우 비씨카드와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호칭 정리에 나섰다. 사장을 포함한 전체 임직원의 호칭을 '이름+님'으로 통일했다. 일례로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을 호칭할 때는 '사장님'이 아닌 '동권님'으로 호칭하는 식이다. 비씨카드의 경우 영어 이름을 붙였다.
금융권이 앞장서 칭호를 간소화하는 이유는 의사소통의 활성화다. 사내 조직의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타트업처럼 상호소통하는 유연한 사내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칭호를 정리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임원이나 관리자가 일반 직원의 얘기를 경청하지 않거나, 오히려 억누르고 무시하는 '갑질 문화'가 전체 실적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수직적인 위계구조로는 긍정적인 실적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절감한 금융권이 앞장서서 직급을 간소화하는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전체 직원이 수평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보다 원활한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일환"이라며 "위계질서에 근거한 갑질 문화의 근절 기반도 함께 마련키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지엽적인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보다는, 칭호와 같은 부차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겉치레 개혁'이 아니냐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조직문화 개선과 제도 개선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급 칭호를 폐지하면 일견 상호작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어느 환경에서나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갑질 문화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회사 전체 차원에서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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