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이어진 사상 최대 규모의 줄퇴사가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고용 시장을 흔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대퇴사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근로자 수백만 명이 직장을 떠났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1년 4700만 명이, 2022년 5000만 명 이상이 직장을 그만뒀다. 퇴사 열풍이 계속되자 2021년 5월 당시 텍사스 A&M대학 경영학과 부교수였던 앤서니 클로츠는 이런 현상에 대해 '대퇴사'(great resignation: 코로나 이후 상당수 근로자가 퇴사한 현상)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퇴사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특히 글로벌 불확실성이 극심한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경제학자들은 대퇴사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다.
2023년 5월 노동통계국이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퇴사율이 둔화되고 팬데믹 이전 수치로 정상화되고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경영대학원의 경영학 교수인 클로츠는 "전체 퇴사자 수가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을 보면 대퇴사의 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시작과 끝이 그렇게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금 끝자락에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퇴사자 수가 감소한 이유 중 하나로 최근 경제 불안정이 고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꼽았다. 이는 팬데믹 기간에는 근로자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클로츠는 "퇴사하고 싶어도 지금은 시장을 바라보며 '그만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경제가 둔화되고, 정리 해고가 뉴스를 도배하고 인공지능이 우리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 상황에서, 이 모든 게 퇴사를 신중히 생각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구인구직 사이트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 경제학자는 퇴사자 감소가 당연하다고 말한다. 한 번 큰 결정을 내렸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 새 직장의 새 역할에 정착한 것이다.
폴락은 집리크루터 사내 회의 및 회사에서 분석한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비선호 산업에서 상대적 선호 산업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 현상을 '대재편'(Great Reshuffle)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한때 계산대에 있던 사람들이 '잠깐, 소파에 앉아 콜센터 일을 할 수 있겠는데? 발밑에는 강아지, 뒤에는 TV와 함께하는 거야 '하고 생각한 겁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지만, 일회성 변화였던 거죠."
클로츠는 단순히 그만둘 이유가 없어서 그만두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한다. 지난 2년 동안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많은 직장 환경이 2년 전보다 더 유연해졌고, 많은 직업의 급여가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공정해졌으며, 많은 경우 복리후생이 개선됐습니다. 기업들은 과거보다 직원 복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고, 직장을 더욱 포용적이고 다양성이 풍부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훨씬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폴락은 이런 변화 중 일부가 인력 이탈을 막으려는 기업의 노력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를 냈다는 증거도 있다. 폴락은 "이직률이 정상화되는 중이라는 현장 소식을 기업에서 많이 듣고 있다"며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가 훨씬 용이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987년부터 직장 만족도를 추적한 비영리 싱크탱크 '컨퍼런스 보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만족도가 거의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2년 말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근로자 약 2000명 가운데 60% 이상이 지금 직장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한, 팬데믹 기간 동안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한 근로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클로츠는 "직원들이 대체로 과거 최고 수준으로 행복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제 환경보다 현실의 영향이 더 크다"며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고용주들이 발전해야 했던 현실인데, 이제 어떤 사람들은 직장이 정말 만족스러워서 퇴사하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큰 그림을 보면 대퇴사는 전반적으로 감소 중이지만, 일부 산업의 특정 분야는 여전히 대규모 퇴사로 타격을 입고 있다.
클로츠는 "의료, 제조, 건설 부문의 퇴사율은 2019년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대퇴사가 끝나간다는 말이 들려오더라도, 의료 또는 제조업 회사에서는 여전히 인력난이나 높은 퇴사율로 힘겨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제가 악화되면 이런 업계도 퇴사율이 낮아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퇴사자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두 경제학자 모두 대퇴사 종식을 선언해도 되겠다고 말하지만, 클로츠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계속해서 퇴사자가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퇴사율이 여전히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팬데믹은 차치하더라도 2019년 퇴사율은 노동통계국이 통계를 작성한 20년 동안 가장 높았습니다."
그는 "앞으로 남은 건 그저 불안정한 고용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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