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아침 서울‧경기 남부권의 출근하는 시민들 눈빛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지난달 발생한 신림역 트라우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날 서현역 AK프라자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탓이다.
잇단 칼부림 소식에 출근길 시민들은 수시로 주위를 둘러보며 회사로 향다. 분당 정자역에서 만난 20대 여성 정모씨(27)는 서현역에 위치한 회사로 이동하며 기자의 조심스런 인사에도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씨는 "많이 무섭다. 조심해서 출근해야지, 조심해서 집에 가야지,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다"며 "어제 회사 분위기도 뒤숭숭했고, 다들 지하철을 피하고 택시타고 집에 갔다"고 걱정했다.
강남역에서 만난 50대 여성 이모씨(53)는 자녀 걱정에 수심이 가득하다. 분당 쪽에서 학원을 다니는 고3 자녀가 바깥에 나가길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어제 우리 아이도 AK프라자 앞 음식점에서 뭘 먹고 있었는데, 수습될 때까지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했다"며 "퇴근하고 집에 가서 (그 사실을) 알았다"고 울먹였다.
이어 "무서워 죽겠다"며 "아이도 어제 일로 충격받아 나가는 거 자체를 무섭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역, 오리역에서도 칼부림 예고가 있는데 괴소문인지 진짜인지 몰라 더욱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호신용품을 이미 구매하거나, 구매하려는 직장인들도 보였다. 약국을 운영하는 남성 권모씨(26)는 "아무래도 불안하긴 하다"며 "덩치가 큰 남자인 저도 무서운데 여직원들을 위해 호신용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성숙한 시민들도 보였다. 경기 침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삶에 희망이 안 보인다거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주겠다는 기성세대와의 소통이 단절된 데 따른 것이라는 시민들의 의견도 나왔다.
이씨는 "단 한 번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없었는데 경기침체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부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구세대와 신세대가 융합해 좋은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사회안전망도 신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 의존도가 심해지다보니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를 많이 접하게 된 점도 한몫 했다는 반응도 적잖았다. 판교역에 출근하는 20대 여성 김모씨(26)는 "신림에 살고 있는데 젊은 남성을 보면 일단 피하게 된다"며 "코로나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상한 것도 접하고 본인 만에 세계에 갇혀사는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게 아무렇지 않게 돼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른바 '사회 부적응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미 호신용품을 구매했다는 허모씨(30)는 "사회 부적응자들의 행동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기존에는 다크웹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나 상상으로 거론되던 일들이 현실화 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마치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들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회 부적응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분노 표출 옵션처럼 변질될까 매우 무섭다"고 부연했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는 강남역, 오리역, 잠실역 등에서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들이 올라와 시민들의 공포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청 사이버 수사대는 강남‧서초‧수서 등 관할 지역 경찰서와 공조해 해당 글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서울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글 게시자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역 근처 곳곳에 기동대를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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