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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세탁업소 대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3일 밝혔다.
상시근로자 8명을 사용해 세탁업을 영위한 A씨는 직원 4명의 퇴직금 약 4200만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아 기소됐다.
1심에서는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도 일부 직원에 대한 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A씨는 2005년 10월부터 2021년 5월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B씨의 퇴직금 약 2900만원 가운데 일부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그 이후에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A씨는 연장한 퇴직금 지급기일인 2021년 6월 16일이 경과했음에도 퇴직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6월 16일까지 B씨에게 퇴직금 중 일부를 지급하고, 이후 나머지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퇴직금에 대한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퇴직급여법 9조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다.
1심 재판부는 “적어도 사용자가 근로자와 협의해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라도 하는 경우 사후에 그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민사적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묻도록 하는 것이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적정하게 조정하는 해석”이라고 판시했다.
퇴직금 지급 사유 발생일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 지급’ 또는 ‘지급기일 연장 합의’ 중 어느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사용자를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의미다.
1심 판결에 불복해 검사가 항소했으나 2심에서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사용자와 퇴직 근로자 사이에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의 주장처럼 사용자가 그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까지를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본다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근로자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을 조속히 지급받지 못한다면 금품을 받기 위해 사업장에 남아 있는 등 부당하게 사용자에게 예속되기 쉽다”며 “또 근로자와 근로자 가족의 생활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므로 퇴직급여법 제9조 본문의 취지는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정의 문언과 형식, 취지에 비춰 보면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다”며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용자의 형사책임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와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했더라도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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