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 업체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미 국채 선물은 상승한 반면 달러화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은 약세를 보였다.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로 상승하고 달러는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하락했다.
피치의 이번 강등 조치는 미국의 차입을 둘러싼 주요 정치적 공방과 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거듭된 대립의 결과다.
미 의회에서 부채한도를 둘러싼 가장 최근의 교착상태는 해결됐으나 앞으로 계속 우려의 소지가 남아 있다.
피치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대해 "향후 3년간 예상되는 재정악화, 높게 증가 중인 국가채무 부담, 부채한도를 둘러싸고 반복되는 대치 및 막판 해결에서 드러난 지배구조의 악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규장에서 2.38% 하락한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더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정규장에서 0.48% 하락한 데 이어 시간 외 거래에서 또 빠졌다. 애플도 정규장에서 0.43% 하락에 이어 시간 외 거래에서 더 내려갔다.
정규장에서 1.29% 오른 메타, 정규장에서 강보합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시간 외 거래에서 더 떨어졌다.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과 함께 경고가 분명하니 경각심부터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증권사 에드워드존스의 안젤로 쿠카파스 투자전략가는 피치의 조치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글로벌 3대 신평사 가운데 하나인 S&P글로벌은 2011년 국가부채 상한 증액과 관련한 정치권의 협상 난항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려 시장에 큰 파장이 일어난 바 있다.
쿠카파스 전략가는 "당시 시장이 10% 하락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때는 연방정부 부채한도와 관련한 디폴트 예상일인 ‘X-데이트’가 임박해 있었고 지금은 X-데이트가 지났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당시는 금융위기 이후라 경제도 훨씬 불안정했다는 것이다.
러닝포인트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슐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경제가 이번 충격을 잘 흡수하겠지만 미 명성에 약간의 흠집이 난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투자자문사 파밀러앤드워싱턴의 마이클 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강등에도 시장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며 경고의 의미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이 부채라는 개념에 안주해 있다"며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지출하고 있으니 피치가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적자가 커지면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게 당연한데 달러는 적자 상태에서도 여전히 강세라고 지적했다.
크로스비 전략가는 "이것이야말로 경고"라면서 "미 재정 상태가 정상화하지 않으면 본질적으로 피치가 말하는 사태는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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