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잘 시절 특수활동비 논란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검찰이 공개한 특수활동비 영수증에서 상호와 결제시간 등을 비롯한 핵심 내용이 모두 삭제된 것이 확인되자 야당과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장관은 시간이 오래 지나 잉크가 휘발된 것이라 해명해 비난이 쏟아졌다. 시민단체는 검찰의 증빙자료 전체 공개가 지연되고 있다며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4개 단체는 3년5개월간 정보공개소송 끝에 지난 4월 13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월1일부터 2019년 9월30일까지 지출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각각의 증빙서류 1만6735장을 지난달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기간이다.
4개 단체는 공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이달 초 공개했다. 분석 결과, 김수남·문무일·윤석열 검찰총장이 재직한 29개월 동안 특활비 292억원 중 136억원은 총장이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총장 특활비는 별도계좌로 관리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총장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특활비가 전체의 절반 가량이 되는 셈이다.
또, 법원은 개인식별정보만 가리고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 검찰은 음식점 상호와 사용 명목까지 가리고 제출했다. 또 2017년 1∼4월 대검 특활비 74억원 등의 증빙자료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도둑잡아라 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자료가 존재했고 지금 없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정황상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이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한동훈 "잉크가 휘발된 것".. 시민단체 "국민 알권리 위해 카드사 사용내역 공개하라"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의 정보공개 판결 기준에 맞춰 특활비 내역을 공개한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한 장관은 '증빙자료 폐기 의혹'에 대해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지침이 개정되기 전에는 두 달마다 자체 폐기하는 기준이 있었다"며 "당시 정부 합동 감찰로 자료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것을 밝혀낸 뒤 5년간 보관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수증에서 상호 등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영수증을 보관하다 보면 잉크가 휘발된다"며 "저희는 보관한 그대로를 보여드렸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동일한 영수증에서 상호와 특정 정보만 지워진 것이 확인되고 있어 궁색한 변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개 시민단체도 "시민단체에서 오래된 영수증을 자체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복사본은 안 보일 수 있어도 원본은 보인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원본을 대조해 보여주거나 카드사에서 사용내역을 받아 공개하는 방법이 있다고 반박했다.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등은 31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장관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검찰 조직 내부에서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조직적으로 자행됐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장은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회계 기록의 보존 기한은 5년"이라며 "다른 기관은 다 필수적으로 5년 동안 보관하는 것을 검찰만 2개월 보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검찰이 2개월에 한 번씩 기록물을 폐기할 수 있다고 해도, 폐기를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기록물평가심의회 회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검찰의 기록물평가심의회와 폐기 기록 목록을 확인해 본 결과, 2개월에 한 번씩 심의회를 열지도 않았고 그 안에서 폐기를 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이 504쪽에 불과한 3개월 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자료만 추가 공개했다"며 "복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공개를 지연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의 예산 남용과 자료 허위 폐기 등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열흘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젠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서도 "검찰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난 범죄를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전국 65개 고검, 지검, 지청으로 검증작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野 "검찰 특활비, 이권 카르텔 철저히 수사하라".. 송영길, 윤 대통령 검찰 고발
야권은 검찰 특활비를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대책위)는 15일 검찰이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쌈짓돈'으로 활용하고,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활비 이권 카르텔'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만약 검찰이 자료를 무단 폐기한 것이 아니라면 지침에 따라 영수증과 집행내용확인서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감사원에 제출한 영수증이라도 남아 있지 않겠나. 이는 단순한 지침 위반을 넘어 중대한 위법 사항"이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있는 자료를 은폐했든 아니면 자료를 무단으로 폐기했든 둘 다 수사 대상"이라며 "무단 폐기가 언제 누구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인지 조직적 은폐 과정은 없었는지 낱낱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4개 시민단체와 함께한 긴급토론회에서 국정조사와 특검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었으나 향후 검찰의 대처에 따라 언제든 국정조사, 특검도 가능하다는 것을 밝힌셈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사용한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송 전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윤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2017년 특수부 검사들 특활비 돈봉투 사건과 이번에 밝혀진 윤석열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을 보면 이것은 사실상 업무상 횡령"이라며 "국가 예산을 돈 봉투로 나누어 횡령한 사람들이 '전당대회 돈 봉투 논란'으로 저의 주변 사람들을 50회 이상 소환조사, 압수수색을 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후보가 낙선한 후보를 선거법으로 기소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그렇다면 대통령 역시 선거법 위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임은정 "검찰 내부서는 세금 내지 않는 용돈이라 생각"
한편, 검찰 내부에서도 특활비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활비를 '세금 내지 않는 용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31일 오전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도 예전에는 특활비를 받았다. 그건 영수증 (처리도) 안 하고 세금도 안 내는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설날, 추석, 구정 때 10만 원씩 봉투를 쫙 돌렸는데 저는 그게 무슨 예산 항목인지 알 수 없으니 '그런가 보다'하며 받았다"라며 "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 보니 (해당 예산이) 이명박 정부 때 '오리발'이라고 불렸던 특활비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돈) 안 받았다고 오리발 내민다는 뜻"이라며 "당시 법무부 검찰국이나 대검 연구관 소속 평검사들은 한 달에 50만원씩 정기적으로 받은 것으로 안다. 당시 나는 (법무부) 법무실 소속으로 한 달에 10만원 받았다"고 말했다.
임은정 검사는 검찰 특활비 논란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검찰)총장 특활비'라고 부르는 비정기적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선(검사)들은 정기 지급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받는 사람은 이게 어느 항목에서 나왔는지 몰랐기 때문"이라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총장 특활비라고 부르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또 '법원에서는 개인정보 제외하고 모두 공개하라고 했지만 검찰은 식당 상호, 시간 등을 영수증에서 지웠는데 왜 그런 걸로 보나'라고 묻자, 임 검사는 "그것이 들키지 않을 줄 알고 적당히 했는데, 정보 공개 소송으로 이걸 공개하게 되면 날벼락 이기에 법원 판결을 안 지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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