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계속되자 냉방이 되는 전철로 몰려드는 어르신들이 급증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5만명가량 늘었다.
선풍기 앞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는 노인 (참고 사진) /PRPicturesProduction-shutterstock.com
연합뉴스는 폭염을 피해 전철에 몸을 실은 어르신들의 사연을 1일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4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전동차 노약자석에 앉은 장 모(77) 씨는 "전철이 최고다. 에어컨 쐬고 있으면 '여기가 천국이구나' 생각이 든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봐 마음 놓고 에어컨도 못 켜니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덥고 경로당은 사람이 많아 답답하다. 바깥 풍경도 보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게 좋아서 지하철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말했다.
장 씨 외에도 지하철 1호선 객차 한 칸에 있던 시민 33명 중 20여명이 노인이었다.
이들은 좌석 곳곳에 자리를 잡고 신문과 휴대전화에 집중했다. 창 너머로 바깥 풍경을 구경하거나 이어폰을 낀 채 잠을 청하는 이들도 많았다.
같은 날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종로3가역 안에서는 노인 10여명이 계단과 바닥에 앉아 3∼4명씩 무리 지어 부채질하며 더위를 달래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노인들(위)과 종로3가역에서 더위를 피하는 노인들 /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에 사는 강 모(74) 씨는 "어디 놀 곳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 제일 만만한 곳이 여기 지하철역 아니겠느냐. 여름에는 에어컨 때문에 한 달 전기요금이 15만원씩 뛰어오르더라. 젊은 사람들은 돈이라도 벌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10원 한 푼도 나올 구석이 없으니 이렇게 바깥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아 지하철역이나 전동차 안에서 더위를 피하는 노인은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지하철 1∼8호선을 이용한 65세 이상 노인은 146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93만명보다 약 75만명(5.38%) 많았다.
노년층이 지하철로 모이는 주된 이유는 65세 이상일 경우 요금이 무료이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폭염 민감 계층의 건강 피해 최소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노인 등 폭염 민감 계층이 지하철이 아닌 주거지 인근에서 무더위 쉼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다양한 자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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