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우화, 영화 ‘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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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우화, 영화 ‘바비’

메디먼트뉴스 2023-07-30 07:15: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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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유소년기의 노스탤지어와 동심을 자극하는 ‘바비’ 세계관과 여성 성장 서사에 천착해온 감독 그레타 거윅의 합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바비’가 세계적으로 기염을 토해내고 있는 가운데, 왜곡된 페미니즘을 선전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어공주’ 라이브 액션 공개 이후 근래 가장 반향적인 작품, ‘바비’의 키 메시지는 무엇일까.

'바비' 스틸
'바비' 스틸

극의 긴요한 줄기는 이렇다. ‘바비’가 곧 중심인 ‘바비랜드’에서 모든 ‘바비’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 여성이 요직을 점하고, 남성의 조력과 애정에 기대지 않고 자립적인 일상을 영위하는 세계. 그중 가장 화제인 이는 가장 전형화된 모델이자, 소녀들의 우상이기도 한 화려한 외모에 낭창한 성격까지 소유한 '바비(마고 로비)’다. 구김살도 주름살도 생길 리 없는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던 중, 어느 날 바비에게 원인모를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녀는 현실 세계 속 자신의 소유주의 심리적 변화가 자신의 신체적 증상으로 전이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그녀는 포털의 균열을 틈타 이성친구 ‘켄(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현실로 진입하게 되는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바비랜드와는 유리된 상당히 생경한 풍경이었다.

여성이 세계의 중심이던 일상에 익숙해져있던 바비에게 여성을 향한 성 상품화, 남성 편향적인 구조는 낯선 폭력으로 다가오고, 제조사인 마텔의 감금을 피해 자신의 소유주 ‘글로리아’를 만나 함께 바비랜드로 회귀한다. 바비는 권태로운 일상에 찌들어 삶의 의미를 잃은 워킹맘 글로리아에게 ‘바비랜드’라는 유토피아에 대해 실컷 늘어놓는다. 그런데 그들이 당도해서 목격한 것은, ‘켄’이 권력을 잡고, ‘바비’들이 남성들의 명령에 맹종하는 ‘켄덤’이었으니. 바비의 들러리로 굴욕적으로 살아 온 켄이 먼저 도착해 현실에서 목격한 가부장제를 바비랜드에 이식해 버린 것. 과연 바비는 빼앗긴 바비랜드를 다시 되찾고, 복권할 수 있을까. 

'바비' 스틸
'바비' 스틸

다양한 사회 아젠다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예컨대 표준화된 미의식을 허물고 다양성을 지지하고자 각자 다른 외형의 바비들을 곳곳에 부러 배치했다. (이는 실제 마텔사의 출시 모델에 착안한 것이긴 하지만, 다른 외형의 바비들을 고루 스크린에 비추는 것을 볼 때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피부색, 체형 심지어는 장애의 울타리를 넘어 그들은 동등히 하나의 바비로 불린다. 한편, 바비와 켄이 현실세계를 맞닥뜨리고 다시 바비랜드로 회귀해 대립하는 과정에서는 젠더 문제를 더 직접적으로 도마 위에 올리기도 하고, 전복하기도 한다. 다소 극적인 과장이 있지만, 여기에 워킹맘 글로리아의 애환을 더해 핍진한 현실 고증을 해내며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풍자의 균형을 잡는다. 

폐부를 호쾌하게 찌르기에 다소 급진적으로도 느껴질 수 있지만, 결말에 다다르면 그 모든 과정이 결국은 젠더 그 자체가 아닌 젠더를 포함한 모든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정체성으로 규정하는 세태를 겨눈다는 것을 어림잡게 된다(결국은 페미니즘을 초월한 휴머니즘 영화로 귀결되는 셈). 열등감으로 인해 가부장제를 어설프게 체득했던 '켄'은 그것이 자신을 증명해낼 방편이라 믿었고, 축조된 이상향 ‘바비랜드’에 봉인된 채 살았던 ‘바비'는 정형화된 제 모습과 삶이 가장 완벽한 형태라 믿었지만 그들은 종국에 자문하고 깨닫는다. 가부장제, 바비랜드(왜곡된 페미니즘)의 허상이 아닌 '나'라는 실체에 집중해야 함을. 또한 나 그리고 우리는 모두 완벽할 순 없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충분한 존재이고, 진정한 자아는 타인과 세계가 규정한 질서와 이상이 아닌, 자기성찰과 고백의 과정을 통해 찾아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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